[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728조원 규모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26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고 본격적인 예산 심사에 돌입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올해보다 8.1% 증가한 728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보고했다.
이날 공청회에는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와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우석진 명지대 경상통계학부 교수, 이태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 조영철 한신대 경제금융학 외래교수가 진술인으로 참석했다. 정부 측에서는 조용범 기획재정부 예산총괄심의관과 박창환 기재부 경제예산심의관이 출석했다.
먼저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 기조가 경제적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왔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와 국회는 복지 확대 위주의 예산 확대 정책을 멈추고, 건전재정·안정통화라는 국가 생존 전략으로 돌아가야 한다"라며 "정부는 2026년 재정 지출을 2% 정도로 낮추고, 국회는 외환안정 예산을 최우선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특히 외환보유액 확대를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무역의존도 75%로 세계 2위로 높지만 외환보유고가 경제규모에 비해 부족하다"라며 "최소 9200억 달러까지 확대해야한다. 이를 위해 수출확대, 원화신뢰 제고, 무역수지 흑자 기조 유지가 필수적이다"라고 부연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도 "국가 부채의 증가 속도와 외환보유액의 취약성은 장기적으로 경제 안정성에 심대한 부담을 줄 수 있다"며 "대한민국은 비기축통화국으로서 재정 팽창보다는 외환보유고 확충, 통화스와프 네트워크 확대, 건전재정 유지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보건, 복지, 고용 등 의무지출 분야의 예산 증액 기여도 3.0%, 기여율 37.3%로 보이고, 반 지방행정의 기여율이 19%다"라며 "이들 재정지출 분야는 경제 활성화 효과는 거의 없는 분야로서 신정부의 예산은 마중물과는 거리가 있는 예산"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상반된 의견이 나왔다. 정부의 예산이 경제 선순환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며 긍정적으로 본 것이다. 우석진 명지대 경상통계학부 교수는 "이번 예산은 기본적으로 재정의 원래 역할을 복원하는 예산"이라며 "재정을 마중물로 사용해서 성장을 견인하고 견인한 성장으로 인해 세입의 선순환이 이뤄지는 설계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성장 효과와 재정건전성 위험이 동시에 존재한다고 꼬집으며 "지출 구조조정이 일회성에 머물지 않도록 중장기적으로 제도화된 관리 장치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재정 관리를 위한 법·제도적 기반 마련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태석 KDI 선임연구위원은 "재정지출 확대가 잠재성장률 제고로 이어질 수 있도록 분야별 지출 비중 조정 및 부처별, 사업별 성과지표 관리를 통한 재정관리 효율화 점검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확장 재정이 아니라고 보는 시각도 나왔다. 조영철 한신대 경제금융학 외래교수는 "본예산과 비교해 확장 재정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번에는 추가경정예산과 비교해서 보는 게 맞다"라며 "2025년 악화된 경제 상황을 제대로 반영한 세입 예산안은 추경 세입 예산"이라고 했다.
조 교수는 "재정수지를 보면 추경 대비 2026년 예산은 개선됐다"며 "재정수지가 개선됐는데 어떻게 확장재정이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여야 의원들도 날선 공방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확장 재정이 단순한 지출 확대가 아닌 침체한 경기 회복을 위한 재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위험한 지출 구조라고 맞섰다.
예결위 야당 간사인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확장 예산을 편성함으로 인해 국가 채무가 1425조원, GDP(국내총생산) 대비 51.6%까지 늘어나게 된다"며 "신용평가사 피치가 얼마 전 대한민국에 대해 국가부채 비율이 더욱 높아지면 신용등급 강등까지 경고했다"고 말했다.
임미애 민주당 의원은 "우리나라 국채는 90% 이상이 내부 채무다. 국가 채무 증가가 곧 외환위기 리스크로 이어진다고 주장하는 것은 너무 과한 주장이 아닌가"라고 맞받아쳤다.
재정이 먼저 쓰여야 할 영역의 우선순위를 매기는 게 중요하다는 비교섭단체 소속 의원의 의견도 있었다.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은 확장재정의 방향은 맞지만,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짚으며 "국가가 반드시 지켜야 할 영역에 재정을 먼저 써야 한다. 문화·문화기술·문화외교를 국가정책 중심에 세워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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