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송호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 1주년을 하루 앞둔 4일(현지시간) 이른바 '미니 지선'에서 공화당이 참패했다. 버지니아, 뉴저지 주지사 및 뉴욕시장 선거에서 민주당이 모두 승리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난처한 상황이 됐다.
이날 가장 주목받은 지역은 미국 최대 도시이자 경제 중심지인 뉴욕이었다. 34세 진보 성향 정치인 조란 맘다니 미국 뉴욕주의회 하원의원이 뉴욕시장으로 당선됐다.
인도계 우간다인인 맘다니 의원은 유년기에 미국으로 이주, 2018년 시민권을 얻었고 선거에서 승리해 최초의 무슬림 및 남아시아계 뉴욕시장이 됐다. 지난 1913년 존 퍼로이 미첼 시장 이후 최연소 시장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이날 개표율 90%를 기준으로 맘다니 의원은 50.4%의 득표율을 얻었다. 앤드루 쿠오모 무소속 후보의 41.6%와는 8.8%포인트(P) 차이였다. 3위인 커티스 슬리와 공화당 후보는 7.1%를 기록했다.
맘다니 의원은 "이번 승리는 이민자, 청년, 서민 모두의 승리"라며 "뉴욕이 다시 일할 수 있고, 다시 희망을 품을 수 있음을 증명하겠다"고 밝혔다.
무명 정치 신인 맘다니 의원은 지난 6월 뉴욕시장 예비선거에서 뉴욕주지사를 역임한 쿠오모 후보를 꺾는 이변을 일으키며 민주당 후보로 선출됐다. 이에 쿠오모 후보는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표방하는 좌파 성향의 맘다니 의원은 파격적인 공약으로 돌풍을 일으켰다. 그는 고물가에 시달리는 뉴욕시에 임대료 동결, 공영 주택, 무료 버스, 공공 아동 의료, 시영 식료품점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재원은 부유층 증세로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맘다니 열풍'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당신이 쿠오모를 개인적으로 좋아하든 않든 선택지는 없다. 그에게 투표하라"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표심을 모아야만 맘다니 후보를 이길 수 있다는 논리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산주의자 후보 조란 맘다니가 뉴욕시장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내가 사랑하는 첫 고향인 이 도시에 최소한의 연방자금만 지원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맘다니 의원과의 갈등을 예고한 상태다.
한편, 뉴욕에 앞서 가장 먼저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인 애비게일 스팬버거 전 연방 하원의원이 공화당 후보인 윈섬 얼-시어스 부지사를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
버지니아는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 이었지만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08년 이후로는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주지사직은 2014~2018년 민주당이었고, 2022년 공화당에 넘겨줬다.
스팬버거 전 의원은 리치먼드시 청사에서 열린 파티에서 지지자들에게 "오늘 밤 우리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말했다. 버지니아주에서 여성이 주지사로 당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선거에선 버지니아주의 지역적 특징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버지니아주는 수도 워싱턴 D.C.를 끼고 있어 수십만 명 이상의 연방 정부 관계자들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지난달 1일 시작된 연방정부 셧다운(업무 일시 정지)이 5일로 36일째를 맞아 역대 최장 기록을 세울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그 여파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이전 선거에서 승리했던 뉴저지주 수성에도 성공했다. 민주당 후보인 마이키 셰릴 연방 하원의원이 잭 치터렐리 공화당 후보를 누른 것이다.
뉴저지주는 '블루스테이트'(Blue State·민주당 지지 성향 주)로 분류되지만, 미국 여론조사 업체 아틀라스인텔이 지난달 25~30일 실시해 31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차이가 1% 안으로 좁혀지기도 했다.
셰릴 의원은 자신의 시회관계망서비스(SNS) X(엑스·옛 트위터)에 "이 위대한 주의 제57대 주지사로서 여러분의 신뢰를 얻게 되어 제 인생의 영광"이라며 "저는 여러분의 말씀에 귀 기울이고, 용기 있게 이끌며, 제가 섬기는 사람들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진보적인 노선을 강조한 맘다니 의원과 달리 스팬버거 전 의원과 셰릴 의원은 민감한 문화적, 민족적 문제의 언급을 피하는 대신 경제 문제에 집중했다. 스팬버거 전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로 물가를 올리고 연방정부 일자리를 없애 버지니아 주민의 생계를 위협했다고 주장했으며, 셰릴 의원은 뉴저지주의 높은 전기요금을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이번 승리로 트럼프 행정부 재출범 후 한동안 수세에 몰렸던 민주당은 어느 정도 여유를 찾게 됐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CNN에 "생활비 부담이 핵심 이슈였고 미국인들은 '약속을 지키지 못한' 트럼프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민주당이 여전히 트럼프에 대한 분노로 결집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여론조사 기관에 따르면 '투표용지에 트럼프가 없었고 정부가 셧다운(일시 업무 정지)된 것이 오늘 밤 공화당이 선거에서 패배한 두 가지 이유'라고 한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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