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서울 이태원=오승혁 기자] "이태원에 핼러윈 분위기 사라진 지는 꽤 됐죠."
'오승혁의 '현장''은 10월 31일 핼러윈을 맞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일대를 찾아 분위기를 살폈다. 3년 하고도 이틀 전인 2022년 10월 29일, 핼러윈 데이를 앞두고 축제를 즐기기 위해 인파가 몰리면서 압사 사고가 발생해 159명이 사망하고 195명이 부상을 입는 대형 참사가 발생한 곳이기에 더 현장의 모습이 궁금했다.
사고 당시 좁은 골목에 군중이 밀집돼 여러 명이 목숨을 잃은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해밀톤호텔 서편 골목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에는 추모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벽에 붙은 포스트잇들에는 "그립다", "보고 싶다", "다시 만날 때까지 잘 지내" 등의 문구가 가득했다.
포스트잇 아래에는 국화와 고인들이 생전에 즐겼을 음식, 과자, 떡, 술 등이 놓여져 있었다. 이 골목을 거닐며 포스트잇의 내용을 주의 깊게 읽고 고인들의 명복을 비는 사람들의 모습도 더러 보였다.
이날 저녁 이태원 거리에 몰릴지도 모르는 인파를 대비해 경찰이 차단봉을 이태원역 인근 골목에 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서울시 용산구도 참사가 발생했던 세계음식거리에 있는 가게들을 상대로 길거리에 설치한 홍보물 등의 철거와 안전 대비를 촉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참사 3주기가 지난 이태원은 올해도 핼러윈 장식이 거의 사라진 상태다. 이태원역을 가로 지르는 세계음식거리에 있는 매장들 중 일부 술집 두세 곳 정도만이 호박 모양 조명이나 마녀 장식, 해골 등 핼러윈을 상징하는 장식들로 꾸며져 있었다. 하지만, 대다수 상점들은 평소의 모습 그대로였다.
이태원에서 몇 년간 카페를 운영했다는 상인은 "이태원에 핼러윈 분위기가 사라진 지는 꽤 됐다"며 "참사 이후에 핼러윈이 와도 예전처럼 핼러윈 장식으로 가게와 거리를 가득 채우거나 축제를 즐기는 문화는 없어졌다. 참사 당시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게 남아있는 이들이 여전히 이 거리에 많은데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기자가 전날(30일) 찾은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일대가 핼러윈 열기로 가득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홍대입구역 인근 거리는 술, 밥, 커피, 패션 등 업종에 관계 없이 수많은 가게들이 핼러윈 장식을 하고 있었고 외국인 관광객들과 젊은 층이 코스튬을 입고 사진을 찍으며 축제 분위기를 만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