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이하린 기자]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내달 4일 인제대학교에서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를 주제로 강연에 나서며 사실상 정치 행보를 재개한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공개 행보를 택한 만큼, 정치권 안팎에선 유 전 의원의 복귀를 비롯해 보수 진영 내 재편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유 의원은 오는 4일 경상남도 김해시 인제대 본관 2층 대강당에서 한국 정치의 핵심 과제를 진단하고, 청년 세대 미래 전략을 토론할 예정이다. 인제대 구성원뿐 아니라 일반 시민도 참여할 수 있다. 모집 정원은 100여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최 측은 네이버 신청 폼을 통해 '유 전 의원에게 궁금한 점'을 사전에 접수 받았는데, 안내문에는 '강연 주제와 관련된 질문을 우선 반영할 예정이며 정치 성향이나 특정 이슈에 대한 정치적 질문은 자제해주길 바란다'고 적혀 있었다. 유 의원 측은 지방선거 출마 의도는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시기나 내용을 종합해 볼 때 정치 행보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실제로 유 의원은 범야권 인사 중 경기도 지사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 28일 <더팩트>와 경기교육신문 등의 의뢰로 글로벌리서치·조원씨앤아이가 진행한 '내년 경기도 지방선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보수 야권 후보 가운데 유승민 전 국회의원 26.5%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김은혜 국회의원(14.2%),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13.4%),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11.3%), 원유철 전 국회의원(1.6%) 순이었다.
이번 강연에서 유 전 의원이 내놓을 메시지에 따라 '보수 대통합' 논의가 촉발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최근 당내 일각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과의 연대론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강성 지지층'에만 목멘다는 비판을 받는 국민의힘이 2030 청년 세대와 중도층 중심의 외연 확장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의화 국민의힘 상임고문단 회장도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모처 한 식당에서 당 지도부와 만나 "무너지는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선 유승민, 이준석, 한동훈 등과 함께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용광로 같은 화합 정치를 이루길 바란다"며 '보수 대결집'을 당부했다.
정치권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당대표 면회 등 행보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확장성이 있는 인물과의 연대를 통해 포용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이날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장동혁 대표가 유연한 사고로 '전략적 허용'을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지선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하면 이재명 정부는 만 1년 만에 급속한 레임덕에 빠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민의힘 내부 반응은 엇갈린다. 한 원내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지금은 특정 인물을 논할 때가 아니라 전체 선거 전략을 짜야 할 때"라며 "좌우 이념 대결이나 스타 정치인에 의존하는 구도로는 선거에서 이기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결정적으로 어떤 인물이든 당을 위한 명분과 헌신 의지를 보여야 보수 진영의 실질적인 결집이 가능하다"며 "본인 스스로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정치적 비전을 제시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보수 대통합'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그런 노력이 선행되지 않고선 현재 박스권에 갇힌 국민의힘 지지율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중도층과 2030세대를 아우르지 않고서는 현실적으로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기 어렵다"며 "지난 대선에서 김문수 후보가 얻었던 41.15%의 표는 유승민, 한동훈 등의 지지자들의 표가 합쳐진 결과였다"고 분석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지난 25~26일 도내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 휴대전화 가상번호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은 7.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