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베뮤는 채용 중?!"...비극 불구 '손님 여전' 런던베이글뮤지엄 인천점 [오승혁의 '현장']


29일 20대 청년 과로사 의혹 런던베이글뮤지엄 인천점 현장
비극적 사고에도 손님 여전...고용노동부, 근로감독 진행

20대 청년의 과로사 의혹으로 고용노동부가 감독에 들어간 런던베이글뮤지엄 인천점에 29일 낮 채용 공고가 붙어 있다. /인천 롯데백화점=오승혁 기자

[더팩트|인천 롯데백화점=오승혁 기자] "이것 봐. 안타까운 일 있어도 잘 되는 집은 계속 잘 된다니까..."

"채용에는 얼마나 지원했나요?" "모르겠어요."

29일 '오승혁의 '현장''은 인천 OO백화점 지하 푸드코트에 자리한 '런던베이글뮤지엄' 인천점을 찾았다. 이곳은 지난 7월 16일 회사 숙소에서 숨진 상태로 발견돼 과로사 의혹이 불거진 26세 정효원 씨가 일했던 곳이다.

이날 인천점에는 '하이어링'(Hiring, 채용 중)이라고 적힌 홍보 전단지가 매장 유리창에 멋스럽게 붙어 있었다. 과거 홍보 전단지에서 디자인 영감을 얻은 듯 관심 있는 이들이 한 장씩 뜯어갈 수 있는 띠지에 런던베이글뮤지엄 운영사인 주식회사 엘비엠(LBM) 인스타그램 주소가 적혀있다.

'플리즈 DM(Plaease Direct Message)이라고 전단지에 적힌 것처럼 인스타그램에서 LBM에 메시지를 보내 채용에 지원하는 방식이다. 채용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지원했는지와 채용 방식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직원들은 "모르겠어요"라는 답변만 반복했다.

현장을 지나던 이들은 채용전단지를 보고 "봐봐, 안타까운 일이 있어도 잘 되는 곳은 계속 잘 된다니까"라고 말했다. 인근 상인들은 "오늘은 그나마 평일이라 대기줄은 없는데, 주말이면 어김 없이 대기줄이 생긴다. 참..."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이날도 가게에는 많은 이들이 자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4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5개 정도 있어 20명 정도 앉을 수 있는데, 만석이었고 굿즈랑 빵만 사서 포장해 가는 이들도 많았다. 국내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맹위를 떨치면서 한국의 디저트 맛집들이 알려져 매장에는 여러 국적의 외국인 관광객들도 보였다.

고인이 된 정 씨는 지난 7월 12일 문을 연 해당 매장의 신규 개업 준비로 극심한 업무 부담을 겪었고, 가게 오픈 후 나흘이 지난 7월 16일에 숨을 거뒀다. 정 씨의 유족은 고인이 사망 1주일 전에 주 80시간 넘게 일했고, 이전에도 매주 평균 60시간 이상을 근무했다며 과로사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회사는 인천점의 직원 출퇴근 지문인식 기기가 고장나 정확한 업무 시간을 확인할 수 없다며 과로사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외에도 산재 신청을 준비 중인 유족에게 "양심껏 모범있게 행동하라"고 문자를 보내고, 직원 단체 공지를 통해 "사진, 영상 등을 찍거나 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하는 이들이 있으면 이름, 연락처 등을 묻고 본사에 보고하라"며 직원 입단속도 지시했다.

이처럼 강경 대응을 이어가던 런던베이글뮤지엄 운영사 LBM은 이날 대표 명의로 SNS에 사과문을 올렸다. 고용노동부의 이날 인천점과 서울 종로구의 본사를 상대로 근로감독에 들어갔다고 밝힌 날 올라온 사과문의 진실성도 의심 받는 상황이다.

이날 직원들이 사진, 영상 등을 촬영하는 이를 막지는 않았지만, 질문에는 모두 "모르겠어요. 답변 드릴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라는 일관된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런던베이글뮤지엄은 창립자가 좋아하는 세 가지 런던, 베이글, 박물관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브랜드인 점을 강조하며 '우리', '사랑', '영감' 등의 가치를 강조하는 문구와 연필, 텀블러, 에코백, 컵, 키링, 인형 등의 각종 굿즈가 다양한 맛의 베이글과 함께 매장에서 판매된다.

회사 지원 면접 사진이 영정 사진이 된 꿈 많던 20대 청년의 죽음과 '우리'를 강조하는 런던베이글뮤지엄 인천 매장의 벽에 붙은 문구. 우리를 강조하는 회사에서 어떻게 과로사 의혹이 일 수 있는 것일까란 의문은 계속 지워지지 않았다.

shoh@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