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과 K드라마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으며 관련 전시와 체험 콘텐츠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이제 관객은 카메라 앞에서 춤을 추고 드라마 속 장면을 직접 재현하며 참여형 관람자로 변신한다. <더팩트>는 이러한 흐름 속에 등장한 K콘텐츠 체험 전시의 현장을 직접 찾아가 변화하는 관람 문화를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000 연습생, 데뷔 축하합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한 SK텔레콤 플래그십 스토어 'T팩토리'에서는 누구나 아이돌로 데뷔할 수 있다. 이곳에서 진행 중인 체험형 전시 '데뷔 카운트다운' 덕분이다. 방문객은 가상의 기획사 'T엔터테인먼트'의 연습생이 돼 노래 춤 연기 등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고 데뷔 계약서를 작성하는 과정을 거친다.
QR코드를 발급받은 뒤 세계관 속으로 입장하면 가장 먼저 활동명을 적고 배에 이름표를 붙인다. 오디션 프로그램 속 연습생처럼 자기 이름이 새겨진 명찰을 붙이는 순간 데뷔를 향한 여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체험은 총 5개의 미션으로 구성돼 있다. 보컬 춤 연기 카메라 트렌드 연습실로 나뉘며, 이 중 3개 이상을 성공하면 데뷔 자격을 얻는다. 각 연습실마다 해당 능력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여러 미션이 준비돼 있다.
<더팩트> 취재진이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보컬 연습실이었다. 이곳에서는 절대음감 게임이 진행된다. 제시된 키워드를 제한 시간 안에 정확히 읽으면 성공이다. 미션 결과는 등락 평가 대신 재능형과 열정형으로 평가된다.
다음은 카메라 연습실이다. 아이돌이 무대에서 빨간불을 찾는 장면을 본 적이 있을 거다. 이곳에서는 실제 방송 현장을 본뜬 4대의 카메라 중 불이 켜진 렌즈를 찾아야 한다. 카메라 조명이 켜지는 동시에 모니터에 자신의 모습이 비치며 짧지만 실제 무대의 리허설 같은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춤 연습실에는 오락실 펌프 게임이 설치돼 있다. 원하는 곡과 난이도를 직접 선택해 플레이할 수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통과할 수 있는 테마였다. 연기 연습실에서는 모니터에 뜨는 이모티콘 표정을 따라 하며 즉흥연기를 펼친다. 화남 기쁨 분노 등 감정표현을 빠르게 전환해야 하기에 흥미와 웃음을 동시에 유발한다.
마지막 트렌드 연습실에서는 최신 유행어와 연예계 관련 퀴즈가 이어진다. K팝, 상식 퀴즈, 밈, 난센스로 구성돼 있으며 문제를 틀리면 직원이 자연스럽게 힌트를 건네기도 했다.
모든 미션을 마치면 데뷔 카운트다운존으로 안내받는다. 짧은 영상이 상영되고 방문객은 이름과 포지션을 입력해 가상의 데뷔 계약서를 작성한다. 마지막 순서인 프로필 촬영 스튜디오에서는 자신이 선택한 직업군에 맞는 소품을 고르고 사진을 남긴다. 촬영이 끝나면 직원들이 일제히 "데뷔를 축하드립니다"라고 외치며 박수를 보낸다.
데뷔 카운트다운 현장은 평일 낮에도 인산인해였다. 특히 가족 단위 관람객과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20대 여성 A 씨는 "프로그램이 궁금해서 들어왔는데 체험할 거리도 많고 포토존도 예뻐서 사진 찍는 재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딸과 함께 방문한 40대 남성 B 씨는 "아이돌 데뷔를 체험할 수 있다고 해서 따라왔는데 생각보다 재밌었다"며 "우리 세대가 가요제를 보며 스타를 꿈꿨던 것처럼 요즘 세대는 이렇게 직접 체험하며 꿈을 느끼는구나 싶었다"고 웃었다.
각 부스의 체험 시간은 길지 않지만 관람객이 몰리며 곳곳에 대기 줄도 생겼다. 그러나 기다림마저 지루하지 않았다. 전시장 내에는 포토스팟이 다수 있어 자연스럽게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이러한 비주얼 중심 체험은 소셜 미디어에 익숙한 세대를 겨냥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10대 여성 C 씨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만 봤던 이름표를 직접 붙이니까 진짜 연습생이 된 기분이었다"며 "사진 찍을 곳이 많아서 소셜 미디어에 올리기 좋았다"고 전했다.
지하 1층과 지상 2층에서는 AI 기술을 활용한 추가 체험도 가능하다. 모든 미션을 마치면 소정의 사은품도 받을 수 있다.
K팝의 성장과 함께 아이돌 체험 산업은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다. 데뷔 카운트다운 역시 단순한 전시를 넘어 K콘텐츠 산업이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공간이었다. <끝>
<관련 기사>
[K콘텐츠 속으로①] 무대 위의 나…K팝·드라마, 직접 체험의 시대
[K콘텐츠 속으로②] "자극·현장감"…무대예술지원센터만의 특별한 체험
subin7134@tf.co.kr
[연예부 | ssent@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