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빈의 '현장'] 딸 지키려다 중태 빠진 인천 전동 킥보드 사고, 그 후(영상)


사고 발생 일주일여 만에 찾은 현장
여전히 인도 곳곳에 전동 킥보드 주정차
연수구청 관계자 "관련 법 없어 규제 어려워"

[더팩트|송도=이상빈 기자] 인도 위 곳곳에 세워진 공유 전동 킥보드(PM·Personal Mobility)가 여전히 눈에 띄었다. 바닥에 누인 채 널브러진 것도 있었다. 사고로부터 약 일주일이 지났지만 이곳은 달라진 게 없었다. 24일 오후 <더팩트>가 찾은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한 인도의 풍경이다.

지난 18일 이곳에서 30대 여성이 달리는 전동 킥보드에 치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전동 킥보드에는 중학생 두 명이 타고 있었다. 여성은 딸을 지키려다 미처 피하지 못한 채 맞은편에서 오는 전동킥보드에 부딪혀 머리를 심하게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어린 딸을 지키려다 중학생이 무면허로 몰던 전동킥보드에 치여 일주일 넘게 의식을 찾지 못했던 30대 여성은 다행히 기적적으로 눈을 떴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24일 인천 연수구 송도동 한 인도에 전동 킥보드가 주차돼 있다. 6일 전 이곳에서 중학생 두 명이 탄 전동 킥보드가 30대 여성을 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상빈 기자

하지만 이날 현장 주변은 그때나 지금이나 다름없는 일상적인 모습이었다. 사고 발생 지점 근처 대형 상가에는 인형뽑기 매장과 학원, 편의점 등이 몰려 있어 유동인구가 많았다. 아이 손을 잡고 해당 인도를 지나는 보호자도 자주 보였다.

전동 킥보드를 타고 나타난 학생도 있었다. 헬멧은 당연히 착용하지 않았다.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었다. 여기 저기 방치된 전동 킥보드가 이곳의 현실을 보여줬다. 사고 이후 큰 변화는 감지되지 않았다.

옆 블록의 상황도 다를 게 없다. 인도에 전동 킥보드가 방치돼 있었다. 횡단보도를 건너자마자 전동 킥보드에 올라 헬멧도 착용하지 않고 인도를 달리는 사람이 지나갔다.

도로와 인도를 넘나드는 위험천만한 전동 킥보드, 규제할 수 없을까.

연수구청 관계자는 28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이용을 제한하는 법령이 없어 전동 킥보드가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밝혔다. 구청 관계자는 "구청에서 규제할 수 있는 건 인도에 불법 주정차로 방치된 PM을 도로교통법을 근거로 견인하는 것이 유일하다"며 "무면허 운전 또는 헬멧 미착용은 경찰이 단속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도로교통법으로만 관리할 수 있고, PM 관련 법이 없기 때문에 정부, 국토교통부, 지자체 등에서 규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PM 앱에 면허 인증 절차가 없어도 관련 법령의 부재로 저희가 제재할 근거가 없다. 관내 면적 대비 개수 제한도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송도동 인도에 방치돼 있는 전동 킥보드. /이상빈

도로교통법상 전동 킥보드를 운전하려면 만 16세 이상에 원동기장치자전거면허 또는 그 이상의 자동차면허가 있어야 한다. 승차 인원은 1명이다. 승차 시 안전모 착용도 필수다. 사고를 일으킨 두 중학생은 면허를 소지하지 않았다.

구청 관계자는 또한 "공유 PM은 세무서에 사업자등록증 내고 신고만 하면 할 수 있는 자유 업종이다. 업체는 많지만 경찰 단속 인력이 부족하고, 구청 견인 인력도 부족하다"고 현실을 짚었다.

언제든지 같은 사고가 발생할 수 있지만, 사각지대에 놓인 탓에 PM 이용을 법적으로 규제할 수 없다는 점에 탄식이 나오는 상황이다. 피해 여성은 두개골이 골절돼 일주일 넘게 중태에 빠졌다가 최근 의식을 되찾았다. 이번 일로 PM 관련 법의 필요성이 대두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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