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는 불장인데…'한앤코' 품 안긴 남양유업 주가 반년새 30% 폭락


비용 절감 기반 흑자 전환…'성장동력 부재' 지적 여전
보통주만 자사주 매입 논의…우선주 투자자 반발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9시 30분 기준 남양유업은 전 거래일 보다 0.55%(300원) 하락한 5만47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전고점이었던 지난 5월 9일(8만3800원) 대비 불과 6개월 만에 34% 넘게 하락한 수준이다. (사진 오른쪽 위) 김승언 남양유업 대표.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코스피가 40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지만, 지난해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한앤코)에 인수된 남양유업 주가는 정반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최근 반년 사이 주가가 30% 넘게 하락하면서 'PEF 인수 효과는커녕 기업가치만 후퇴했다'는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9시 30분 기준 남양유업은 전 거래일 보다 0.55%(300원) 하락한 5만47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전고점이었던 지난 5월 9일(8만3800원) 대비 불과 6개월 만에 34% 넘게 하락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약 57% 뛰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만큼, 남양유업의 역행 흐름이 두드러진다.

증권 커뮤니티에서는 남양유업 투자자들의 불만 섞인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한 투자자는 "최대주주가 바뀌면 주가가 정상화될 줄 알았는데 기대가 완전히 빗나갔다"며 "요즘 다른 주식은 다 폭등하는데 남양유업만 홀로 역주행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투자자는 "배당수익률마저 업종 평균에도 못 미쳐 배당주로서도 매력이 없다"며 실망감을 나타냈다.

남양유업의 최대주주는 지난 2024년 1월 홍원식 전 회장에서 한앤코로 변경됐다. 당시 시장에서는 한앤코가 '갑질 논란'과 '오너 리스크'로 신뢰가 훼손된 남양유업의 체질 개선에 나설 것이란 기대가 컸다. 실제 한앤코는 인수 직후 홍 전 회장 일가 중심의 임원진을 교체하고, 비수익 사업 정리와 내부통제·윤리 준수(컴플라이언스) 강화 등 구조조정 작업을 추진했다.

이 같은 조치에 힘입어 남양유업은 만년 적자 기업에서 벗어나 지난해 3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그러나 외형 성장은 여전히 정체된 상태다. 남양유업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4477억원으로 전년 동기(4786억원) 대비 6.4% 감소했다. 상반기 내수 매출이 4.2%(4460억원→4274억원) 줄었고, 수출액은 38%(327억원→203억원) 급감하면서 전체 매출에서 해외 비중이 더 축소됐다. 업계 관계자는 "흑자 전환도 판관비·광고비 삭감 등 비용 절감의 결과일 뿐, 성장 동력은 여전히 빈약하다"고 평가했다.

주주환원 정책을 둘러싼 불만도 거세다. 한앤코는 보통주를 중심으로 자사주 매입을 검토했지만 우선주는 제외하면서 소액주주의 반발을 불렀다. 실제 남양유업 우선주 소액주주연대는 "우선주 주주가 자사주 정책에서 배제됐다"며 150억원 규모의 우선주 자사주 매입·소각을 요구한 바 있다.

더 큰 위험 변수는 내년부터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산 유제품은 현재 관세가 2.4% 적용되고 있으나 오는 2026년부터 완전 무관세로 전환되고, 유럽연합(EU) 유제품 역시 내년부터 관세 없이 국내에 들어오게 된다. 수입 유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크게 강화되면 국내 유업사들의 내수 방어력은 더욱 약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남양유업은 이미 올해 상반기 수출액이 전년 대비 38% 급감하면서 내수 의존도가 높아진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무관세 수입품이 대형마트·편의점·온라인몰 등 주요 유통채널을 중심으로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할 경우, 판매단가 인상은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가격 인하 압박과 마진 축소, 매출 감소가 동시에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내년 무관세 전환은 단순한 비용 변수 수준이 아니라 국내 유업사들의 실적 구조를 뒤흔들 구조적 리스크"라고 말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2023년 연결 기준 영업손실 715억 원에서 2024년 98억 원으로 적자 폭이 약 86% 축소됐고, 2024년 3분기부터 2025년 2분기까지 4개 분기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다"며 "영업이익 개선은 경영 효율화와 채널·SKU 정비 등의 결과이며, 이 과정에서 매출 규모는 단기적으로 조정됐다"고 말했다. 이어 "당사는 단기 외형 확대보다 경영 정상화를 위한 질적 개선을 우선하고 있으며, 유제품·단백질 음료 등 주력 제품 개발과 유통 채널 다변화를 통해 중장기 성장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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