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경주=박진홍 기자] 최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추진한 본사 핵심 부서의 경주시 도심 이전이 사실상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한수원과 경주시 등이 동경주 지역 정서를 무시하고 섣부르게 사업을 강행하다 조장된 '민민 갈등' 때문이라는 비난이 많다.
앞서 한수원은 일부 부서의 도심 이전을 위해 옛 경주대 부지 매입을 추진하면서 주민들의 동의 없이 강행하려다 논란(<더팩트> 10월 20일 자 보도, [단독] 한수원 부서 이전 '밀실 행정' 논란, 결국 '민민 갈등'으로 비화)이 되기도 했다.
28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한수원이 위치한 경북 경주시 문무대왕면의 장항리 주민들과 이장협의회 측이 최근 한수원 본사 일부 부서의 경주 도심 이전에 관해 대대적인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주부터는 반대 서명운동이 인접 감포읍으로 확산됐고, 경주 APEC 정상회의가 끝난 후에는 양남면 주민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경주시 문무대왕면과 감표읍, 양남면 등 3개 읍·면은 오래전부터 한수원에 대해 공동 대응으로 동일한 혜택을 받아왔다.
그런데 지난 7월 한수원이 일부 부서 이전의 대가로 문무대왕면에만 파크골프장과 축구훈련센터 건립 등 670억 원 규모의 사업 지원을 약속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현재 동경주 3개 읍·면의 주요 단체가 찬성표를 던지더라도 주민 상당수가 반대할 경우 한수원의 부서 이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수원과 정부는 여러 가지 이유로 '주민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이전은 없다'는 원칙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수원으로서는 실질적으로 문무대왕면과 동일 수준의 혜택인 400억 원 규모의 사업비 지원은 내부 회계상 근거가 없어 감포읍·양남면에 지원할 수도 없다.
이뿐만 아니라 부서 이전지로 거론된 옛 경주대 부지 역시 올해 연말까지 주민 동의와 계약을 확정 짓지 못하면 교육부의 대학 부지 매각 허가에 어려움이 생길 것으로 전해졌다.
전대욱 한수원 사장 직무대행은 27일 정인철 감포·김원도 양남발전협의회 위원장과 오찬 회동을 했다.
전 사장 직무대행은 이 자리에서 "재원이 없을 뿐 아니라 주민 설득 시간도 너무 촉박하다. 어려울 것 같다"는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한수원과 경주시, 문무대왕면 발전협의회에 대한 책임론이 지역에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경주시 한 부서에서 비공개로 만들었다가 유출된 3자 간 업무협약서 사본이 문제를 일으켰다.
이 협약서의 '문무대왕면 발전협의회가 파크골프장 운영권을 가진다'라는 2조 4항은 '밀실행정 특혜' 시비를 불러일으키면서 동경주 주민들이 심하게 반발했다.
경주시 원전범시민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지역을 잘 아는 산하기관인 월성본부가 나섰다면 이렇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월성본부와의 내부 소통에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한수원의 소통 부재를 지적했다.
시민단체 회원인 A(64) 씨는 "한수원 핵심 부서의 도심 이전은 경주시와 한수원 임직원 모두에게 필요하다"며 "하지만 밀실행정이 아닌 투명하게 추진돼 지역민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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