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송호영 기자] 오는 30일 부산에서 열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의 무역 갈등이 일단 봉합됐다. 지난 25~26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에서 개최된 5차 고위급 무역 회담을 통해 미국의 대중국 100% 추가 관세 부과 보류,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유예 등 현안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면서다. 일각에선 양국이 갈등의 원인을 해결한 것이 아닌 유예한 상황이라 부산 정상회담도 '확전'을 막는 수준일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로이터 통신과 미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방문을 마치고 일본 도쿄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시 주석을 매우 존경한다"며 "미·중 협상이 합의에 이를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느낌이 좋다"며 양국의 무역 합의 타결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시 주석과 만난 후 중국의 동영상 플랫폼업체 틱톡의 미국 사업권 매각에 관한 합의가 가능할 것이라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에 동행하고 있는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26일 미 ABC, NBC 방송 등과 가진 인터뷰에서 "저와 제 중국 카운터파트인 (허리펑) 부총리는 (무역 합의) 프레임워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베선트 장관은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저는 중국이 그것(희토류 수출 통제)을 검토하면서 1년간 시행을 연기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NBC 방송과 인터뷰에선 다음 달 1일로 예정됐던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관련 질의에 "(100% 관세 부과를) 예상하지 않는다"며 "또한 중국이 논의했던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가 일정 기간 유예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산 농산물 구매, 펜타닐 유입 차단, 틱톡 미국 사업권 인수 등 양국 현안에 대해 "모든 세부 사항이 조율됐으며, 그 합의를 두 정상이 목요일(30일) 한국에서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고위급 회담에 대한 중국의 반응도 호의적이다. 중국 언론은 이번 합의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27일 주요 국제 문제에 관한 자국 입장을 밝히는 논평에서 "양국이 중요 경제 무역 문제를 중심으로 솔직하고 깊이 있으며 건설적인 교류와 협의를 진행해 각자 우려를 해결하기 위한 기본적 합의를 이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성과는 쉽게 얻은 것이 아니며 중미 두 대국이 경제무역 문제에 이견이 있는 것이 매우 정상임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며 "하지만 앉아서 이야기하고 평등한 협상과 건설적 입장을 견지한다면 이견을 적절히 처리해 올바른 공존의 길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관영 신화통신도 전날 논평을 통해 "중·미 경제 무역 협상 성과는 쉽게 얻어진 것이 아니며 양국이 함께 유지해야 한다"며 "경제 무역 협상 성과를 함께 이행해 상호 간 신뢰를 쌓고, 이견을 관리하며 협력을 확대해 양국 경제 무역 관계가 더 높은 수준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학계에선 이번 합의는 '일시적 휴전' 성격이 강해 부산 정상회담을 통해 양측이 갈등을 완전히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이날 <더팩트>와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미국에 대해 전면적인 보복을 못 하게 막는 것과 물가를 안정시키는 게 우선"이라며 "자신의 국내 정치적 기반을 흔들어선 안 되니 타협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중국도 그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트럼프의 요구를 어느 정도 들어줬지만 실질적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정책의 추진 방향이나 목표는 변한 게 없다"고 부연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미국과 중국이 패권 경쟁에 들어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큰 틀은 잡았다고 해도 작은 세부 문제는 줄다리기가 계속될 것"이라며 "(이번 부산 정상회담은) 더 이상 상황을 악화하지 않기 위해 양국이 서로 관리한다는 메시지를 세계에 주는 정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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