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명주 기자]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했던가. 작정하고 웃음 저격을 했으나 과장된 욕심으로 제대로 터지지 못한 모양새다. 남대중 감독의 신작으로 관심을 모은 '퍼스트 라이드'이지만 포복절도보다는 피식거리는 웃음에 그치고 만다. 다만 스크린에 걸린 차은우 얼굴은 보기만 해도 입이 귓가에 걸리는 마법을 만든다.
29일 개봉한 영화 '퍼스트 라이드'(감독 남대중)는 끝을 보는 놈 태정(강하늘 분), 해맑은 놈 도진(김영광 분), 잘생긴 놈 연민(차은우 분), 눈 뜨고 자는 놈 금복(강영석 분), 사랑스러운 놈 옥심(한선화 분)까지 뭉치면 더 웃긴 24년 지기 친구들이 첫 해외여행을 떠나는 코미디를 그린다. 2023년 누적 관객 수 216만 명을 동원하며 그해 극장가의 흥행 복병으로 떠올랐던 '30일'의 남대중 감독과 강하늘이 재회한 작품이다.
영화는 태정 도진 금복을 소개하는 연민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던 연민에게 다가온 건 태정 도진 금복이다. 전교 1등에 싸움까지 잘하는 태정과 농구부 주장이었다가 부상으로 꿈으로 포기하고 새로운 꿈을 찾은 도진, 잘생긴 얼굴을 가졌으나 정작 본인은 이를 모르는 연민, 눈 뜨고 자는 스킬을 연마하며 어디로 튈지 모르는 금복까지 네 인물은 6살부터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몰려다니며 우정을 다진다.
이 가운에 연민은 뉴질랜드로의 이민을 앞두게 되고 네 인물은 연민이 떠나기 전 친구들과의 생애 첫 해외여행을 기획한다. 이들은 클럽 DJ가 되고 싶어 하는 연민과 도진의 꿈을 위해 두 인물의 우상인 DJ 사우스가 참석하는 EDM 페스티벌이 열리는 태국으로 갈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고등학교 3학년들의 해외여행을 부모들이 허락할 리는 없고 태정은 부모들을 설득하기 위해 하루에 3시간만 자는 노력 끝에 수능 만점자에 등극한다.
그렇게 네 인물은 태국으로 첫 해외 여행을 떠나려고 하지만 갑작스러운 해프닝 탓에 여행은 좌절된다. 시간이 흘러 30대가 된 이들은 각자의 삶에 치여 얼굴 한번 보기 어려운 사이가 된다. 어렵사리 모인 자리에서 도진은 예전처럼 해외여행을 가자고 조르고 친구들은 마지못해 이를 수락한다. 이들과 함께 어린 시절부터 태정을 남편감으로 생각하고 줄곧 순애보를 보여온 옥심은 DJ 사우스의 마지막 공연이 열리는 태국으로 떠난다. 과연 24년 지기 친구들의 첫 해외여행은 무사히 이뤄질 수 있을까.
코미디이지만 차은우의 얼굴이 재미를 주는 것을 제외하고는 포복절도할 만큼의 웃음이 나오지 않는다. 작품 곳곳에 웃음을 작정하고 저격하는 장치들이 깔려있으나 대부분이 말장난을 이용한 재미에 해당해 피식거리는 웃음에서 그치고 만다. 상황 자체가 재밌게 흘러가기보다는 캐릭터의 개성을 강조한 소소한 웃음으로 킥킥거리며 편안하게 보는 맛을 주는 것이 전부다.
오히려 차은우의 얼굴이 대형 스크린에 걸릴 때 입이 귓가에 걸린다. 차은우가 등장할 때는 특별히 웃긴 장면이 아니어도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마법이 발생한다. 이미 그의 얼굴 자체만으로도 눈이 즐거운데 잘생긴 얼굴을 가지고도 본인이 잘생긴 줄 모르는 설정이 더욱 웃음을 자아내며 재미를 더한다. 다만 분량은 많지 않아 아쉬움을 남긴다.
서사적으로는 웃다가 울리는 방식이 사용되는데 24년 지기 친구들의 첫 해외여행 중 어처구니없는 소동극이 벌어지며 웃음을 전한다. 그러다 숨겨진 서사가 밝혀지며 묵직한 한 방이 등장한다. 일부분 클리셰적인 흐름이어서 예상 못 할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마음의 울림을 남기며 주변 친구 가족 연인 등의 소중함을 떠올리게 한다.
배우들은 제 몫을 해낸다. 강하늘은 완벽한 엘리트 캐릭터를 자연스럽고 능청스럽게 그리며 극의 중심을 잡고 이끈다. 강영석은 머리를 빡빡 깎은 스님으로, 한선화는 순애보 여성의 사랑스러운 매력으로 작품에 활력을 더한다. 여기에 최귀화 윤경호 고규필과 그룹 카라 강지영이 깜짝 등장해 신스틸러급 활약을 펼친다.
다만 김영광이 맡은 캐릭터와 그의 연기를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김영광이 연기한 도진은 정신질환자로 나오는데 어디가 모자란 듯한 엉뚱함으로 문제를 계속 발생시키는 모습이 자칫 정신질환자를 향한 선입견을 불러올 수 있어 아쉬움을 남긴다. 약을 복용해야 하는 환자임에도 도진이 계속 술을 들이켜는 장면이 나오는 것도 마찬가지다.
코미디 영화라고 빵빵 터지는 웃음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 있다. 다만 소소하게 터지는 말장난이 취향에 맞는다면 편안하고 유쾌하게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군 복무 중인 차은우의 얼굴을 스크린으로 볼 수 있다는 점 역시 영화의 매력 중 하나다. 작품의 메시지가 메시지인 만큼 친구 가족 연인과 함께하는 현실에 집중하며 이들과 추억을 만들고 싶은 관객들은 공감하며 볼 지점이 있다. 12세이상관람가이며 러닝타임은 116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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