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로운, 입대 앞두고 '탁류'로 맞은 변곡점


입대 전 선물처럼 찾아온 '탁류', 의미 있는 필모 추가
오는 27일 입대 예정…"마지막 홍보 활동까지 할 수 있어 만족"

배우 로운이 최근 <더팩트>와 만나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탁류 공개 관련 인터뷰를 진행하며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배우 로운이 군 입대를 앞두고 새로운 변곡점을 맞았다. 자신의 새 얼굴을 보여줬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도 배우로서의 정체성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잠시 활동을 멈추기 전, 그는 '탁류'라는 이름의 강물처럼 거칠지만 진솔한 감정의 흐름 속에서 또 한 번 자신만의 색을 짙게 남겼다.

로운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탁류'(극본 천성일, 연출 추창민) 공개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경강에서 살아가던 노역꾼에서 왈패가 되는 장시율 역을 맡은 그는 작품과 캐릭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지난 17일 9부작 전편 공개된 '탁류'는 조선의 모든 돈과 물자가 모여드는 경강을 둘러싸고 혼탁한 세상을 뒤집고 사람답게 살기 위해 각기 다른 꿈을 꿨던 이들의 운명 개척 액션 드라마다.

이날 로운은 '탁류'에 참여하게 됐을 때부터 남다른 기분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너무 신났다. 드디어 내게도 이런 작품이 찾아왔구나 싶었다. 내 전작들을 보면 늘 각 잡거나 메이크업도 빡세게 하는 역할만 했는데 그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 있다는 걸 하게 된 게 아닌가. 내게 이런 얼굴도 있다는 걸 누군가는 알아주고 있었다는 생각에 뿌듯했다"고 출연 소감을 밝혔다.

"개인적으로 잘생김은 오래가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단지 잘생긴 외모 하나로 경쟁력이 있을까라는 생각에 늘 다른 이미지에 대한 갈증이 있었어요. 물론 잘생김이 하나의 무기고 연기에 대한 설득력이 될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내가 좋아하는 연기를 오래 할 수 잇을까라는 생각 때문에 외모를 벗어나 평가를 받아보고 싶었어요."

'탁류' 속 로운의 얼굴은 낯설다. 깨끗한 한복 대신 거친 옷을 입고, 빛나는 청춘의 상징이 아닌 생존자에 가까운 인물 장시율로 변했다.

로운은 "오히려 이번 촬영이 이전 사극 촬영보다 편했다. 저희가 실내 촬영이 거의 없다 보니 주로 밥차를 이용했는데, 테이블이 꽉 차면 길바닥에 편하게 앉아서 밥을 먹을 수 있었다. 한복은 구겨져도 안 되고 더러워져도 안 되다 보니 조심할 수밖에 없는데 '탁류'는 그런 게 없었다. 심지어 9부까지 옷을 총 3벌 입었다"며 "개인적으로는 도련님보다 왈패가 내게 더 맞는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배우 로운이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탁류를 통해 자신의 새로운 얼굴을 보여줄 수 있어 행복했다고 밝혔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극 중 장시율은 과거의 비밀로 인해 이름을 숨기고 살아가던 중 자신이 노역을 하던 마포 나루터의 무덕에게 비밀을 들키게 되면서 왈패의 세상에 발을 들이게 된다. 로운은 장시율을 '사랑'이라는 결핍에서 시작된 인물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시율이는 집도 이름도 없는 인물이다. 누군가에게 불리는 이름과 돌아갈 집은 한 인간의 소속감이지 않나. 시율은 소속감이 결여된 외로운 존재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시율은 인간이라는 존재와 사회에서 동떨어진 느낌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 껍데기 같은 질감을 내고 싶었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외로운 늑대 같은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액션도 이전과는 달리 조금 더 날것의 움직임어었다. 로운 또한 "'탁류'는 액션이 사실적이어서 좋았다"며 "요즘에는 기술도 좋아져서 그만큼 화려하게 표현할 수도 있지 않나. 그러나 우리 작품은 현실적에 집중했고 그래서인지 액션 장면을 볼 때마다 같은 공간 속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액션 촬영 때는 지난 시간 그룹 SF9으로 활동했던 점이 도움이 됐단다. 로운은 "아이돌을 하다 보니 춤을 오래 추지 않았나. 이 부분이 진짜 도움이 된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며 "무술 감독님도 합은 하나의 안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했다. 리듬도 중요했고 짜여진 합을 빨리 외우기도 했다"고 돌이켰다.

배우 로운이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탁류를 통해 연기 호평을 받은 가운데 이에 대한 감사 인사를 전했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탁류'는 2012년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로 천만 관객을 동원한 추창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추노' 이후 14년 만에 사극으로 돌아온 천성일 작가가 각본을 담당한다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두 사람과 함께하는 로운으로서는 영광이면서도 부담감이 뒤따랐을 터다. 이에 로운은 "촬영 기간 동안 테스트를 받는다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밝혔다.

"엄청난 부담감이 있었죠. 워낙 꼼꼼하고 세심하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과연 내가 즐기면서 촬영에 임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가 있었어요. 그래서 이런 부담감을 딛고 이 순간까지도 즐길 수 있다면 '난 정말 연기를 좋아하는 것이고 오랫동안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행히 매 순간 너무 행복하게 촬영했어요. 특히 감독님은 제 감정을 많이 믿어주시고 편하게 촬영할 수 있게끔 열어주셨어요."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 신예은과 박서함 등 동료 배우들에 대한 애정도 깊었다. 로운은 "예은이는 밝고 에너지가 좋은 친구인데 동시에 굉장히 냉철하고 노력파다. 함께 연기하면서 긍정적인 자극을 많이 받았다. 고민과 걱정이 많은 촬영 장면이 있었는데 그때 예은이 연기를 보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방향성이 잡혔다. 그런 점에서 예은이는 본인 연기도 잘하지만 상대방이 길을 잃을 때 방향성을 잡아주는 좋은 배우라는 걸 느꼈다"고 치켜세웠다.

이어 "서함 형은 전역 복귀작인 데다 첫 사극이라 부담이 많았을 텐데 정말 순수하게 임하는 태도를 보면서 나 또한 스스로를 많이 돌아보게 됐다. 작품에는 나오지 않았는데 한 장면에서는 정말 서럽게 울었던 적이 있다. 그때 집중력도 좋은 사람이라는 걸 느꼈다"고 전했다.

배우 로운이 입대를 앞둔 소감을 밝혔다. 또한 전역 후 자신의 청사진을 그리며 기대해 달라고 당부했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로운은 오는 27일 군 입대를 앞두고 있다. 당초 7월 초 입대 예정이었던 그는 병무청에서 실시하는 입영판정검사에서 재검사 판정을 받고 입대가 한 차례 연기된 바 있다.

이에 로운은 "처음에는 나름 그 시기에 맞춰서 계획을 세워놓고 부모님과 여행을 다녀오고 친구들과 마짐가 술자리도 하면서 마음의 준비를 다 했었는데 틀어져 내심 아쉬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신이 준 선물 같았다"며 "만약 작품 홍보를 못 하고 갔다면 찜찜했을 텐데 이렇게 캐릭터를 떠나보내는 인터뷰까지 하면서 잘 마무리할 수 있어서 기분은 좋다"고 밝혔다.

"전역 후의 제 모습이요? 너무 섹시할 것 같아요. 다들 웃지만, 전 진지합니다. 여유가 생기고 나를 믿게 되니까 조금씩 단단해지는 게 느껴져요. 제 친구들이 저한테 '너는 타고난 기운이 밝아서 뭐든 잘될 거야'라고 했는데, 예전엔 그 말을 믿지 않았거든요. 이제는 사람의 기운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느껴서 믿기 시작했어요. 물론 일도 열심히 하겠지만 좋은 에너지로 주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습니다."

이로써 '탁류'는 로운의 20대를 마무리하는 작품이 됐다. 그는 군 입대를 앞두고 지난 시간을 담담히 돌아봤다.

"정말 치열하게 살았어요. 20대 초반엔 남과 계속 비교하면서 스스로를 괴롭혔던 것 같아요. 예전에 이현욱 형이 '네가 하면 너의 캐릭터고, 다른 사람이 하면 다른 캐릭터다'라는 말을 해준 적이 있어요. 그때부터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지금은 욕심보다 믿음이 커졌어요. 나를 사랑하진 못해도, 이제는 위할 줄 아는 29살이 됐죠."

마지막으로 로운에게 '탁류'는 어떤 작픔으로 남을까. 그는 "예전에 한 팬이 '매일 점을 찍고 앞으로 가고 있는 것 같지만, 돌아보면 긴 선이었다'는 이야기를 해줬는데 위로처럼 와닿았다. '탁류'는 이제까지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온 선 위에 찍힌 제일 굵은 점이자 기분 좋은 변곡점이 된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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