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하린 기자] 노인 학대가 발생한 요양병원들이 별도 행정 처분 없이 수십억 원 대의 인센티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은 감사원이 올해 2월 문제를 지적한 이후 8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여전히 제도 개선을 검토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상 문제 해결에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심평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2년까지 노인학대 사건이 발생한 92개 요양병원이 총 66억 원의 질지원금을 받았다. 노인학대로 인한 행정처분을 받은 요양병원은 전무했다.
이 중에는 2021년 서울 구로구 한 요양병원에서 간병인이 노인 환자를 폭행해 늑골 골절 및 비장 파열이 발생해 노인보호전문기관으로부터 학대가 인정됐음에도 같은 해 1등급 요양병원 평가를 받아 인센티브로 의료 질지원금 2억 원을 챙긴 사례가 대표적이다.
문제는 감사원의 지적 이후에도 보건복지부와 심평원은 여전히 요양병원 내 노인학대에 대한 제재 근거와 평가 조정 기준을 마련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감사원이 올해 2월 발표한 ‘심평원 정기 감사 보고서’에서 "요양병원에서 노인학대가 발생할 경우 이에 대한 행정처분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이를 평가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제도 개선을 요구한 바 있다. 그러면서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37조에는 장기요양기관에서 노인학대가 발생한 경우 지정 취소나 업무정지를 할 수 있는 근거가 명시되어 있다"며 "고시에도 행정처분을 받은 기관은 평가등급을 하향조정하며, 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규정되어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심평원은 지난달 28일 의원실에 "노인학대 발생 시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행정처분을 하거나 병원 평가에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도 "법령 개정 등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만 밝혔다.
김 의원은 "요양병원의 근거법인 의료법과 국민건강보험법에는 요양병원에서의 노인학대 발생 시 제재할 수 있는 규정이 전무한 상황"이라면서 "노인 환자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설립된 요양병원에서 오히려 노인 환자가 학대를 당하거나, 인권침해를 겪는 일은 더 이상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런 제도적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개정안에는 노인학대 등 중대한 위법 행위를 저지른 기관에 대해 업무정지 등 제재를 강화하고, 요양병원 평가 및 질지원금 지급에 반영할 수 있도록 제98조를 개정하는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17일 복지위 국정감사에서 해당 문제를 집중적으로 추궁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