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와트도 필요없어"…수수료 내도 캄보디아 여행 '줄취소'


"굳이 위험 감수하고 싶지 않아"…캄보디아 치안 우려 확산
"영향 받는 수준은 아니지만…", 여행업계도 상황 예의주시

14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대상 살인, 납치, 감금 등 강력범죄가 잇따르면서 캄보디아 여행을 취소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다빈 기자] 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대상 살인, 납치, 감금 등 강력범죄가 잇따르면서 캄보디아 여행을 취소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시민들 사이에서 캄보디아 치안 우려가 커지면서 여행사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시민 A 씨는 14일 "10월 말 캄보디아 가족여행을 예약했다가 결국 취소했다"며 "'설마 내가 그런 일 당하겠어'라는 생각을 했는데, 하루가 멀다하고 범죄 얘기가 나오니 앙코르와트 하나 보려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갈 이유는 전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B 씨는 "친구들과 캄보디아 항공권과 호텔, 가이드까지 예약해 둔 상태"라며 "하지만 캄보디아 병원에서 발견된 피해자가 여행자라는 소식을 듣고는 수수료도 아깝고 가이드에게 미안하지만 그냥 취소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C 씨도 "지난 10일부터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이 특별여행주의보로 지정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예약한 항공편을 취소했다"며 "프놈펜에 있는 박물관과 킬링필드를 방문하고 싶었는데 당분간 캄보디아 여행은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고 토로했다.

캄보디아 여행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캄보디아 여행을 자제해야 한다"며 여행 취소 의견이 줄줄이 게시됐다. 특히 '태국이나 베트남에 여행 갔다가 캄보디아로 팔아 넘겨진다', '캄보디아 쓰레기통에 버려진 외국인 여권이 다량으로 발견됐다'는 내용의 글과 사진이 퍼지면서 불안감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앙코르와트에 가고 싶었지만 조심하는 차원에서 캄보디아 여행 계획은 접는 게 맞을 것 같다. 무서운 세상이다", "이제 자유여행이나 혼자 여행을 가기 두렵다", "온 가족이 반대해 당분간 동남아시아 여행을 멈췄다. 안전한 다른 여행지를 찾고 있다" 등 반응이 쏟아졌다.

14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대상 살인, 납치, 감금 등 강력범죄가 잇따르면서 캄보디아 여행을 취소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남용희 기자

"한국인 관광객, 현지 교민들을 타깃으로 한 범죄가 아닌 취업 사기나 사업을 미끼로 납치하는 사건들이 대부분", "출처나 근거 없는 가짜뉴스를 갖고 캄보디아 공포,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은 근절해야 한다" 등 의견은 소수에 그쳤다.

여행업계는 캄보디아 관광 수요가 적어 직접적인 타격은 크지 않다면서도 상황을 지켜보며 캄보디아에서도 안전한 지역을 중심으로 여행상품을 취급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캄보디아 패키지 상품은 원래 수요가 아예 없어 사건 발생 이후로도 특별한 동향은 없었다"면서도 "최근 동계 시즌 캄보디아 시엠립 상품을 모객 중이다. 상황은 좀 더 예의주시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사고는 관광지와 거리가 멀고, 개별 방문객이 겪은 일"이라며 "이런 시기에는 오히려 패키지가 안전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여행사 관계자는 "캄보디아 여행 수요 자체가 미미해 이번 사태로 영향을 받는 수준은 아니다"라며 "캄보디아 자체에서도 여행주의 지역은 취급하지 않고, 안전한 곳을 가기 때문에 우려할 부분은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8월 20대 대학생이 "박람회에 다녀오겠다"며 캄보디아에 갔다가 범죄조직으로부터 고문당해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경찰은 사망 원인을 '고문에 따른 극심한 통증으로 인한 심장마비'로 판단했다. 지난달 21일에도 50대 한국인 남성이 프놈펜 번화가의 한 카페에서 납치돼 고문을 당했다.

외교부는 지난 10일부터 프놈펜 지역 여행경보를 기존 2단계 '여행자제'에서 2.5단계인 '특별여행주의보'로 상향했다. 경찰도 한국인 관련 사건 수사를 전담하는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비롯해 국가수사본부장의 캄보디아 방문, 국제공조 수사 인력 보강 등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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