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황지향 기자]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올해 3분기 미국의 25% 관세 부과 여파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달러당 원화 환율이 5개월 만에 1430원대를 돌파하며 고환율 효과가 관세 부담의 일부를 상쇄할 것으로 기대된다.
1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의 3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매출액 44조7373억원, 영업이익 2조677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5.2% 감소한 수치다. 기아 역시 매출액 27조7106억원, 영업이익 2조4036억원으로 매출은 4.5%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16.6% 줄어들 전망이다.
3분기 실적 전망이 이처럼 둔화된 이유는 미국의 25% 관세 부과가 본격화된 영향이 크다. 현대차·기아는 2분기까지 미국 내 재고 물량을 활용해 관세 영향을 최소화했지만, 3분기부터는 신규 수출 물량에 대해 관세를 부담하는 구조다.
이에 따라 3분기 관세 관련 손실은 현대차 약 1조5000억원, 기아 약 1조2300억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증권가는 추산하고 있다. 두 회사를 합치면 약 2조7300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앞서 2분기에는 각각 8282억원, 7860억원으로 총 1조6142억원의 손실을 본 바 있다.
미국은 당초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율을 25%에서 15%로 인하하기로 했으나, 실무 협의가 지연되면서 여전히 25%가 적용되고 있다.
다만 환율이 급등세를 보이면서 현대차·기아의 이익 감소 폭이 다소 완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9월 말부터 상승세를 이어가며 전날 장중 1434.0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5월 2일(1440.0원) 이후 약 5개월 만의 최고 수준이다.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해외 판매 대금이 달러로 들어오는 자동차 업계는 실적상 이익을 얻는 구조다. 통상 환율이 10원 오를 때 현대차·기아의 영업이익은 각각 2000억원 이상 증가한다는 분석이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전체 판매의 절반 이상을 해외 시장에서 올리고 있어 환율 효과가 크다. 삼성증권은 "현재 수준의 환율이 유지된다면 관세 타격의 30% 정도는 환율 효과로 만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평균 환율이 1453원이었을 때 현대차는 6000억원이 넘는 환율 효과를 본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는 3분기를 관세 부담의 정점으로 보고 있다. 4분기부터는 고환율 효과가 반영돼 수익성이 점차 회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에 따르면 현대차의 4분기 영업이익은 2조7651억원으로 전년 대비 2% 감소에 그칠 것으로 예측된다. 기아 역시 4분기 영업이익 감소폭이 9.5% 수준으로 완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의 관세 인하 협상이 지연되면서 당분간 부담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지만,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어 4분기에는 관세 충격이 다소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해외 판매 비중이 높은 현대차·기아는 환율 효과를 통해 일정 부분 수익성을 방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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