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윤정원 기자] 3분기 실적 시즌이 막을 올렸다. 삼성전자의 잠정 실적 발표를 시작으로 주요 상장사들의 '어닝 쇼'가 본격화한다. 3600선을 돌파했던 코스피가 3500대로 내려온 시점, 이번 실적이 향후 증시를 좌우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 반도체, AI 특수로 '어닝 킹' 노린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14일 3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가 종합한 증권사들의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10조1419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을 10.4%가량 웃도는 수치다. 삼성전자는 현재 AMD의 인공지능(AI) 가속기에 HBM3E 12단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최근 AMD가 오픈AI와 대규모 GPU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삼성전자가 입는 수혜도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분기마다 2조원 안팎의 적자를 내던 시스템반도체 사업의 경우 3분기에는 적자 폭을 크게 줄이며 전체 반도체 사업 실적 개선에 기여할 전망이다. 차용호 LS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가동률 상승 및 일회성 비용 축소로 적자 규모를 2분기 2조9000억원에서 3분기 7000억원으로 대폭 축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은 기존 전망치와 시장 컨센서스를 상회할 것"이라며 "HBM의 출하량이 전 분기 대비 107% 급증하며 D램 부문의 수익성 개선에 기여하고, 파운드리 부문의 영업 적자도 가동률 상승으로 인해 크게 축소될 전망이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3분기 HBM 매출은 전 분기 대비 98% 증가해 범용 D램과 함께 평균판매단가(ASP) 상승을 견인할 것"이라고 했다.
이달 말 실적 발표가 점쳐지는 SK하이닉스은 3분기 영업이익이 6조~7조원대로 추정된다. 특히 엔비디아, AMD 등 글로벌 AI 수요 기업과의 거래 확대가 실적 개선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HBM3E 12단 제품을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다. 메모리 3사 중 가장 먼저 HBM4 양산 준비를 마치고 엔비디아와 막바지 물량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메모리 환경은 제한적인 공급 상황 속에서 강력한 수요로 기대 이상의 가격 상승세가 지속하고, 내년 D램 평균판매단가(ASP)는 기존 12.6%에서 19.2%로 상향 조정이 예상된다"며 "AI 데이터센터향 투자 및 주문형 반도체(ASIC) 수요 증가에 따른 HBM 총잠재시장(TAM) 확대와 함께 SK하이닉스의 점유율도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반도체 장비업체인 한미반도체와 테크윙, 원익IPS 등도 삼성전자·하이닉스의 투자 재개 기대감 속에서 동반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실적 서프라이즈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면서 "이는 국내 반도체 투자 매력도를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 유통가, 내수 반등에 '실적 훈풍' 기대
소비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어려움을 겪던 백화점, 마트 등 유통업체들도 올해 3분기 실적개선에 기대를 걸고 있다. 소비쿠폰 사용으로 절감한 금액을 백화점 등 다른 오프라인 매장이나 이커머스(전자상거래)를 통해 추가 소비하면서 유통 업계 전반적으로 수혜를 받았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백화점 가운데에는 현대백화점과 신세계의 실적 선방이 그려진다. 현대백화점의 3분기 예상 실적은 매출 1조515억원, 영업이익 80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42%, 영업이익은 24.81% 각각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의 3분기 실적 가이던스는 매출 1조6371억원, 영업이익 106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6.3%, 영업이익은 14.68% 오른 수준이다.
장민지 교보증권 연구원은 "더현대 서울은 외국인 고객 유치 경쟁에서 이미 경쟁사 대비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고 풀이했다. 배송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연매출 3조원 규모 신세계 강남점과 1조원대 본점이 각각 3분기와 4분기에 리뉴얼을 마치고 재개장할 예정"이라며 "이들 점포는 외국인 방문 비중이 높은 만큼 재개장 이후 실적 회복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마트의 3분기 예상 실적은 매출 7조5580억원, 영업이익 177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0.66%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58.54% 늘어난 수준이다. GS25 편의점을 운영하는 GS리테일의 3분기 실적 컨세서스는 매출 3조1441억원, 영업이익 931억원으로 전망된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93%, 영업이익은 15.40% 각각 오른 수준이다. 편의점 CU 운영사 BGF리테일의 3분기 예상 실적은 매출 2조4391억원(전년 동기 대비 4.88% 상승), 영업이익 971억원(6.47%)으로 집계됐다.
◆ 자동차·2차전지, 모멘텀 둔화 우려
자동차 업종의 경우 상반기까지 호실적을 이어왔지만 3분기에는 환율 변동성과 글로벌 소비 둔화로 성장세가 다소 둔화될 전망이다.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전기차 보조금 혜택이 끝나는 등 영업 상황이 달라진다는 점도 악재다. 현대차·기아의 3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0% 이상 줄어든 5조원대로 예상된다. 2022년 3분기(2조3200억원) 이후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당시에는 일회성인 세타2 GDI 엔진 관련 품질 비용을 대거 반영해 영업이익이 급감한 바 있다.
김귀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26일 기준으로 자동차 업종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12MF PER)은 4.8배, 코스피 대비 할인율은 56%로 밸류 매력도가 여전하다"면서도 "관세 서명 지연에 따른 리스크 확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3분기 실적 모멘텀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상반기까지 증시 주도주로 활약했던 2차전지 업종 역시 이번 분기 다소 힘이 빠질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주요 업체들은 전기차 수요 둔화와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보조금 불확실성의 영향을 받았다. 안현국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화재 이슈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3분기 어닝시즌이 코스피의 추가 상승 여부를 판가름할 핵심 요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 경우, 코스피는 3700선을 시도할 수 있다. 다만 2차전지·자동차 업종의 부진이 확인되면 상승세가 일시적으로 둔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