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여야가 이재명 정부 첫 국정감사에 돌입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과오를 완전히 청산하겠다고 벼르고 있고 국민의힘은 이재명 정부의 실정을 낱낱이 드러내겠다면서 파상공세를 예고했다. 이번 국감은 향후 정국 주도권 향배는 물론 내년 지방선거·재보궐 선거와도 맞물려 있어 총력전에 나서는 여야 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내란 잔재의 완전한 청산'을 국감 기조로 내세우며 조희대 대법원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첫날인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감에서 조 대법원장을 증인으로 출석시켜 대선 개입 의혹을 집중적으로 추궁한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대법원에 대한 국감은 사실상 조 대법원장이 불출석했던 '대법원장 대선 개입 의혹 진상규명' 청문회의 연장선인 셈이다.
통상적으로 대법원장은 국감에 출석해 인사말 등을 한 뒤 위원장의 동의를 얻어 퇴장했다. 사법부의 독립과 존중의 의미가 담긴 관례다. 대신 대법원장의 지휘를 받아 법원행정처의 모든 사무를 관장하는 법원행정처장이 국감장에 남아 대법원장을 대신해 답변해 왔다. 하지만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의 이석을 불허하는 한편 불출석하면 동행명령장 발부까지 예고했다.
전현희 수석최고위원은 지난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피감기관장인 대법원장의 국회 출석은 국회법이 정한 의무"라고 설명했다. 그는 "조 대법원장은 사상 초유의 사법부 대선 개입으로 삼권분립을 훼손한 당사자"라면서 "조 대법원장이 국회에 출석해 대법원의 대선 개입 이틀의 행적을 소상히 밝히라는 것이 국민의 명령"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상고 이후 대법원이 신속하게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 부담이 커졌고 대권 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는데, 이를 두고 민주당은 명백한 사법부의 선거 개입이라고 주장한다. 아울러 내란재판이 지연되고 있다며 조 대법원장의 책임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이날과 오는 15일 대법원 국감에서 사법부 수장을 강하게 압박하며 사법개혁의 동력을 마련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검찰과 사법, 언론개혁을 차질 없이 추진한다는 방침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정청래 대표는 "민주당은 전 정부의 불법과 실정으로 망가진 곳을 고치고 내란의 상흔을 메우고 개혁을 완성하는 국감으로 국민의 기대에 반드시 응답하겠다"라고 말했다.
국감 채비를 마친 국민의힘은 이재명 정부의 실정을 드러내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을 정권의 실세로 지목하며 국회 운영위원회 등 일부 상임위의 출석을 요구하고 있다. 이 실장을 고리로 이른바 '성남 라인'의 비선 여부를 따져보겠다는 심산이다. 민주당은 정쟁용으로 판단하고 이 실장의 국감 출석에 부정적이다.
국민의힘은 각 상임위에서 민주당이 추진하는 개혁과 일방적으로 처리된 정부조직 개편, 미국과 관세 협상 교착 장기화, 법인세 인상론, 서울 집값과 환율 상승, 고물가 등 민생경제와 외교 등 현안과 관련해 정부·여당에 맹공을 퍼부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추석 전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사태를 두고 정부 책임론을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약 3주간 진행되는 국감을 통해 정부와 여당의 실정을 집중 부각하며 내년 지방선거의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의도가 곳곳에서 묻어난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다. 국민의힘은 수적으로 민주당에 열세이기 때문이다. 의석수에 비례한 상임위에서 고전할 가능성이 크다. 대표적으로 대통령실과 사법부를 피감기관으로 둔 운영위와 법사위는 민주당 의원이 이끌고 있다.
여야가 거세게 충돌할 가능성이 큰 만큼 이번 국감도 곳곳에서 파행이 반복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물론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민생 국감을 한목소리로 강조하고 있지만, 늘 소모적 정쟁에만 매몰됐던 수없는 전례를 놓고 봤을 때 실현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여야는 국감을 통해 지방선거 승리의 발판을 놓으려는 숨은 목표 달성에 당력을 집중할 전망이다.
한편 이날 국감은 법사위를 포함해 △정무위원회(국무조정실 등) △기획재정위원회(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기부 등) △외교통일위원회(외교부 등) △국방위원회(국방부 등)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부) △국토교통위원회(국토부 등) 8개 상임위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