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신진환 기자] '민의의 전당' 국회는 바람 잘 날이 없다. 여야가 쟁점 현안을 두고 치열하게 토론하고 협의하기보다는 자기주장만 앞세우는 탓이 크다. 22대 국회에서도 여야가 극한의 정쟁만 일삼고 있다. 상생의 정치는 말뿐이다. 입법부의 기능과 책무를 다하기는커녕 국민의 신뢰와 기대를 스스로 떨어뜨리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심지어 인공지능(AI) 챗GPT도 예외는 아니다.
AI는 한국 국회의 정치 수준에 대해 어떤 답을 내놨을까. "국민의 기대 수준은 높아졌지만, 정치권의 자정 능력과 실질적 협치 문화는 그에 못 미친다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구체적으로 국민의 직접선거로 국민의 대표를 선출하고 평화적으로 정권 교체가 이뤄지고 있다는 취지로 긍정적인 측면을 제시했다. 아울러 의회 투명성과 공개성이 확대됐고 정책 전문성을 강화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도 했다.
비판 지점이라며 내놓은 부정적인 측면은 고개를 떨구게 만든다. △정쟁이 정책을 압도 △진영 논리에 따른 대립과 감정적 싸움이 잦음 △'정치 싸움에만 몰두한다'라는 국민 다수의 인식 △국회 공전 자주 발생 △비신사적 행동 △법안 처리율 저조와 민생 외면 △민생법안보다 정파적 이슈에 집중 △비리, 이해충돌, 막말 등으로 인한 논란 반복 △정당 내부에서의 자정 기능 부족 등을 제시했다. 여야가 부정할 만한 대목이 있을지 의문이다.
AI는 한국 정치 폐해의 원인으로 진영 논리에 갇힌 양극화된 정치 구조를 꼽았다. 보수와 진보 양당 체제에 기반하는 여야가 정책보다는 이념 대결에 집중하는 경향이 크다고 봤다. 또한 공천 과정에서 능력보다는 충성도가 인사 기준이 되는 경향이 있고, 임기 동안 성과 없이도 큰 책임을 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유권자 다수가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혐오를 느끼면서 고정 지지층 중심의 정치가 강화되고 있다고 짚었다.
실제 한국갤럽이 지난달 23~25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민주당 38%, 국민의힘 24%,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무당층은 무려 30%로 나타났다. 특히 무당층은 직전 조사였던 8월 셋째 주 22%에서 8%포인트 껑충 뛰었다(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 응답률 11.4%,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명색이 국민의 대표인 한국 국회의원이 받는 세비는 영국(약 1억1000만 원), 독일(1억2000만 원) 등 선진국들과 비교했을 때 높은 편에 속한다고 AI는 설명했다.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국회의원 월평균 세비는 약 1300만원이다. 일반수당과 관리업무수당, 정액급식비, 입법활동비 등 수당과 경비를 포함한 액수다. 연간 총액은 1억5700만 원이다. 특히 AI는 세비 수준 자체보다도 의원의 실질적인 역할과 성과에 비해 과도하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했다.
대한민국 국회에 대한 점수를 매겨달라는 물음에 AI의 평가는 '낙제점'이었다. 어떤 기준에 따라 평가하느냐에 따라 점수가 상이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면서 100점 만점에 50점 내외를 줬다. 대학 성적으로 따지면 'F' 학점이다. AI는 △입법 생산성 △국민 대표성 △정치적 공정성/협치 능력 △투명성 및 청렴도 △국민 신뢰도 5개 부문으로 나눠 점수를 매겼다.
AI는 발의되는 법안 수는 많지만 실제 처리되는 법안의 비율은 낮고 중복되거나 유사한 법안이 많다며 입법 생산성에 60점을 줬다. 양당 중심 구조의 고착화와 소수 의견이 묻히는 경우가 많다는 등 이유로 국민의 대표성 부문에서는 65점을 줬다. 정치적 공정성과 협치 능력에선 여야 간 극심한 대립과 정쟁이 일상화됐다며 40점, 투명성 및 청렴도는 자정 노력 부족으로 50점, 국민 신뢰도는 매우 낮은 편이라며 30~40점을 내렸다.
이른바 아스팔트 보수와 진보 정당 간 시각차를 보이는 12·3 비상계엄에 대해선 비판적이었다. AI는 비상계엄을 두고 헌법이 허용하는 예외적 조치지만, 실제로는 권력 집중이나 시민의 자유를 억압할 수단으로 남용될 소지가 크다고 했다. 특히,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가 제한되기 때문에 민주주의 원칙과 충돌한다고 설명했다.
추락할 대로 추락한 국민의 신뢰를 다시 회복하기 위해 국회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물었다. AI는 정치인의 책임성과 윤리성을 강화하고 입법 활동의 실효성과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답했다. 특히 '절차적 정당성을 지키며 충분한 토론과 숙의를 거쳐야 한다' '정책 대안 중심의 생산적인 논의 문화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쟁점 법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의 극심한 갈등을 관통하는 듯하다.
물론 AI는 데이터를 기반해 사용자의 물음에 정보를 내놓는다. 최근 민주당과 국민의힘에 대한 평가를 유보하거나 내년 6월에 치러지는 지방선거 승패에 대해 변수가 많아 예측하기 어렵다며 과거 선거 결과를 내놓는 수준에 그치는 점도 이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AI의 응답을 단순히 참고하는 정도로만 받아들이는 게 옳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딱히 반박할 거리가 없다는 건 꺼림칙한 부분이다. 부끄러운 국회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짚었기 때문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