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의 클로즈업] 박상철 가수협회장, 화려함 뒤에 가려진 '무거운 과제'


무대 위 '보통가수'에서, '가수협회장 박상철'로 변신
리더십 논란 "신뢰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증명해야"

박상철 회장은 당선 직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가수들의 권익을 지키고 위상을 높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다만 자신을 둘러싼 사생활 논란에 대한 자숙과 성찰, 그 과정을 충분히 거쳤는지에 대한 의문은 아직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방송캡처

[더팩트ㅣ강일홍 기자] 대한가수협회 제8대 회장으로 가수 박상철이 취임했다. 협회는 1957년 연예협회 산하 가수분과위원회로 처음 탄생하고, 2006년 대한가수협회로 재 창립된 이후 지난 반세기 넘는 세월 동안 국내 대중음악을 대표하는 단체로서, 가수들의 권익 보호와 위상 제고, 그리고 한류 확산에 기여해왔다. 협회장이란 직책은 단순히 한 단체의 대표를 넘어, 대한민국 대중가수 전체의 얼굴이자 대중문화계의 도덕적 구심점으로 기능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 상징성이 크다.

박상철 회장의 취임은 시작부터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그는 트로트 붐의 주역 중 한 명으로 '무조건' '황진이' 같은 대중 히트곡으로 사랑을 받아온 인기 가수다. 동시에 그의 이름에 따라붙는 사생활 논란도 여전히 해소되지 못한 채 남아 있다. 협회장에 취임하자마자 이 같은 구설이 재소환되는 것은 단순한 흠집 내기가 아니다. 협회를 대표할 인물의 도덕성과 공적 자질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가수협회는 지금까지도 숱한 내홍과 잡음을 겪어왔다. 전임자들에게 잇달아 불거진 재정 문제, 운영의 불투명성, 리더십 부재 등으로 대중과 업계의 신뢰는 크게 흔들렸다. 그들의 바통을 이어받아 새 회장이 된 박상철은 이런 배경 속에서 '쇄신'과 '화합'을 외쳤다. 하지만 정작 본인 스스로가 과거의 사적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은 치명적인 아이러니다.

대한가수협회는 숱한 내홍과 잡음을 겪어왔다. 전임자들에게 잇달아 불거진 재정 문제, 운영의 불투명성, 리더십 부재 등으로 대중과 업계의 신뢰는 크게 흔들렸다. 왼쪽부터 전임 회장 이자연(6~7대)과 김흥국(5대). /더팩트 DB

◆ '쇄신'과 '화합' 구호, 정작 본인의 사적 문제 치명적 아이러니

대중문화계에서 '사생활 논란'은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되지 않는다. 무대 위에서 쌓은 이미지와 공적 신뢰는 곧 대중과의 약속이자 자산이 된다. 특히 가수협회장과 같은 공적 대표성을 가진 자리에 오른 경우, 과거의 논란은 사소한 흠결이 아니라 리더십의 근본을 흔드는 결정적 약점으로 작용한다. '공(公)과 사(私)는 별개'라는 논리로 덮기에는, 협회장의 도덕성은 단체의 존립 명분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막중하다.

박상철 회장은 당선 직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향후 포부를 밝히며 "가수들의 권익을 지키고 위상을 높이겠다"고 다짐했다. 문제는 대중의 시선이 그렇게 단순하고 쉽게 가려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과거 구설에서 비롯된 사회적 신뢰의 손상을 치유하고 용서받는데는 진심어린 '자숙의 시간'을 거쳐야 한다. 박상철이 과연 자숙과 성찰의 시간, 그 과정을 충분히 거쳤는지에 대한 의문은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대중은 이미 여러 차례 경험을 통해, 예술인의 사적 일탈이 곧 공적 활동에 어떤 파장을 가져오는지를 목격해왔다. 개인의 잘못이 단순히 개인사로 끝나지 않고, 그가 속한 단체나 업계 전체에 그림자를 드리운다는 점에서 매우 중대하다. 따라서 자숙의 시간은 단순히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치열한 자기 성찰의 과정이어야 한다. 그의 협회장 취임이 '시기상조'라는 지적은 그래서 피하기 어렵다.

대중문화계에서 사생활 논란은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되지 않는다. 무대 위에서 쌓은 이미지와 공적 신뢰는 곧 대중과의 약속이자 자산이 된다. 사진은 [강일홍의 스페셜인터뷰] 박상철 편 당시 모습. /더팩트 DB

◆ '화려한 성공' 뒤에 가려진 그늘, '진심어린 자숙의 시간' 부족

박상철 회장이 협회를 대표하는 자리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스스로의 신뢰를 행동으로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과거의 논란을 단순히 프라이버시 노출로 인한 부작용 쯤으로 외면하거나 잊히기를 바라서는 안된다. 협회장이란 공적 이름으로 덮는다고 가려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더 투명하게 자신을 드러내고, 더 엄격하게 자신을 다스려야 한다. 그래야만 협회 내부의 불신을 극복하고, 대중적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협회의 모든 활동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공정하게 운영해야 한다. 둘째, 개인적 논란에 대해서는 더 이상 방어적 태도에 머물지 말고, 진정성 있는 자기 반성과 성찰을 보여야 한다. 대중은 완벽한 인간을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잘못을 인정하고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는 진정한 태도를 원할 뿐이다. 신뢰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증명해야 한다.

대중스타를 바라보는 시선은 때론 냉정하다못해 혹독하다. 화려한 무대의 박수갈채가 영원히 이어지지 않듯, 공인의 삶 또한 늘 냉혹한 평가를 피할 수 없다. 가수협회장이라는 자리는 한국 대중음악의 얼굴이자, 대중이 가수를 바라보는 눈높이의 바로미터다. 박상철 회장이 그 자리에 걸맞은 도덕성과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협회와 가수들 전체가 또다시 구설의 소용돌이에 빠질 수 있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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