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시민 조롱 현수막' 공개 사과한 한수원에게 남은 숙제


지난 10년간 소통 부재와 홀대론·등의 결과물
애증 관계 대신 건전한 지역 소통 시스템 필요

22일 한수원 전대욱 사장직무대행이 경주시민 조롱 현수막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 뉴시스

[더팩트ㅣ경주=박진홍 기자] 지난 22일 오후 경주상공회의소 대회의실. <더팩트>의 최근 보도로 전국 이슈로 주목받은 '월성본부의 시민 조롱 현수막'과 관련, 본사인 한국수력원자력 전대욱 사장 직무대행이 대국민 기자회견을 가졌다.

전 대행은 이날 "경주시민과 국민들께 사과드린다. 앞으로 국민 신뢰 회복에 모든 역량을 기울이겠다"며 고개 숙여 사과했다.

하지만 지역 사회의 여론은 여전히 냉랭하다.

이번 사태가 한수원이 지난 10년간 지역에 보여준, 소통 부재와 홀대론 등의 결과물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한수원은 지난 2016년 본사 이전 때 지역과 협력업체 수백 개의 경주 이전을 약속했으나 대부분 지키지 않았다.

또 경주 대표 시민단체인 경주원전시민대책위는 매번 "한수원이 지역 여론을 전혀 청취하지 않는다. 물과 기름 같은 따로국밥"이라며 불만을 터트려 왔다.

그뿐만 아니라 한수원은 지역 소통·민원 업무 대부분을 산하기관인 월성본부에 떠넘김으로써 스스로 지역과의 단절을 자초했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최근 경주시내 곳곳에 내걸려 논란을 빚은 경주시민 조롱 현수막. /독자 제공

물론 한수원에 각종 후원금이나 이권을 요구하다 불협화음을 빚었던, 몰지각한 지역 일부에도 많은 책임이 있다.

이번에 '시민 조롱' 현수막을 내건 월성본부 대외협력부가 평소 '악성 민원 때문에 힘들어했다'는 불편한 말도 들린다.

그러나 한수원이 그동안 보여준 지역 문제 해결 방식이 '도리어 지역 갈등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수원의 어설픈 밀실 행정이다. 거기에는 선민의식과 단기 계약직 임원들의 실적 위주의 한방주의 등이 있다.

지난해 한수원은 일부 부서의 경주대 부지 도심 이전을 추진하면서 주민 동의 없이 비밀리에 가계약을 맺었다가 지난 7월 뒤늦은 주민공청회에서 인근 문무대왕면민들의 극심한 반발을 샀다.

지난 2022년에는 경주원전범대위가 당시 정재훈 한수원 사장 재연임 반대 운동을 벌이려 하자, 한수원 임원들이 개별 청탁로비를 벌이다 지역의 심한 공분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경주 한수원 본사. / 한수원

여기에는 공기업 한수원 임원들의 '퇴직 후 떠나면 그만'이라는, 지역에 대한 무관심이 도사리고 있다.

원전 업무에 밝은 시민 A 씨는 "중장기적인 지역 상생 대신 땜 방식의 한수원 업무 관행이 큰 문제"라며 "새롭고 건전한 지역 소통 시스템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여전히 경주 지역과 한수원은 '애증 관계'로 보인다. 그 긴장감을 발전적인 '상생 관계'로 바꿀 수는 없을까 ?

쉽지 않은 길이긴 하지만 그 선택은 아무래도 '한수원의 몫'인 것 같다.

t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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