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서울 종로=오승혁 기자] "우리 사회가 굉장히 지쳐있는 상태라고 생각해요. 서점에 가서 에세이 표지를 보면 하나 같이 사람들이 누워서 '괜찮아'라고 말하고 있다는 농담에 공감할 정도로요. 저는 '괜찮아'에서 한 걸음 더 나가서 그 과정을 돌아보고 싶었어요." -배인경 작가
24일 낮 '오승혁의 현장'은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에 위치한 '라운디드 플랫'을 찾았다. 매달 공모를 통해 상주 작가를 모집하고 이들의 작업과 전시를 지원하는 해당 공간에서 미디어 아트 '스타 인사이드'(Star Inside) 전시의 이모저모를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소설가이자 미디어 아티스트인 배인경 작가는 하난 벤 시몬(Chanan Ben Simon, 뉴욕)과 스크린, 브라운관 TV, 다이얼을 돌려 채널을 변경하는 옛날 TV, 헤드셋, 태블릿 PC, 노트북 등을 활용해 묘한 공간을 구축했다.
이상적인 유토피아의 정반대 개념인 '디스토피아'에는 언뜻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따뜻함'이라는 표현을 조합해 뭔가 부드럽지만 날선 미래를 보여주는 이들은 20분의 영상을 통해 관람객들이 본인의 생과 주변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영상 관람 후에는 두 작가가 주고 받은 메시지와 영상 제작과 함께 만든 음악 등을 둘러 보며 전시를 더 감상했다. 시력 검사용 이미지 속 공간에서 가상현실 캐릭터들이 생성되는 세계관 속 두 스타는 본인들의 존재에 회의를 느끼며 다음 스타를 찾는다.
이어지는 세계관에서 다음 스타로 지명된 두 작가는 성공에 대한 열망과 외로움, 두려움 등의 감정을 표현하며 관객들을 몰입시킨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전개되면서 궁금증을 자극하는 영상은 우리에게 계속 질문을 던진다.
문득 스크린을 통해 관찰 예능을 보는 이들이 또 다른 관찰 예능의 주인공일 수 있다는 생각과 함께 영화 '트루먼쇼'가 떠올랐다. 이날 세차게 내리던 빗소리가 영상의 소리와 어우러져 꿈 속에 있는 것 같은 분위기를 더했다.
2022년 교보문고가 롯데컬처웍스와 함께 주최한 '교보문고×롯데컬처웍스 SF테마공모전'에서 '제 44은하계 환승 터미널 구멍 가게'으로 수상한 뒤 소설과 미디어 아트로 관객들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는 배인경 작가는 "꼭 TV 속에 나오는 스타들만이 아니라, 꿈을 향해 나아가는 모든 이들의 내면을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 작품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어 "모두가 지쳐있는 이 사회에서 '괜찮다'라는 말을 던지는 것에서 나아가 우리가 목표를 향해 바삐 살아가지만, 진짜 중요한 건 그 목표가 아니라 살아가는 그 과정 중에 있는 어떤 것들이 아닐지 같은 생각을 했다"며 "매일을 열심히 사는 모든 이들이 이 작품을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전시는 오는 28일까지 진행되며 매일 오후 1시부터 오후 7시까지 관람객들을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