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정산 기자]신용카드사의 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리볼빙) 잔액이 반년 만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하반기 들어 카드론과 현금서비스가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대상에 포함되자, 단기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차주들이 리볼빙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24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말 기준 카드사 9곳(신한·삼성·KB국민·현대·하나·우리·롯데·비씨·NH농협카드)의 리볼빙 누적 잔액은 6조7959억원이다. 전월 대비 86억2900만원 증가했다. 증가 폭은 미미하지만 올 상반기 감소세가 이어지다 규제 시행 직후 곧바로 반등한 점에서 추세 전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리볼빙 잔액이 본격적으로 감소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분기부터다. 지난 2023년 11월 카드사 9곳의 리볼빙 누적잔액이 역대 최고치인 7조6200억원을 기록하면서 금융당국이 대책마련에 나선 영향이다. 지난해 2월 금융감독원은 카드사를 향해 리볼빙 금리를 뚜렷하게 안내하고 '최소결제' 등 장점만 내세운 광고를 손질하도록 지시했다. 이후 리볼빙 결제는 점진적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업계에서는 연말에 가까워질수록 리볼빙 잔액이 증가세를 기록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고강도 대출 규제가 지속하면 수익이 일정치 않은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 등 중저신용 차주부터 리볼빙 이용이 불가피할 것이란 의견이다. 대출 받기 깐깐해진 만큼 높은 금리를 부담하더라도 카드값을 유예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카드론 잔액은 줄어드는 추세다. 6월 말 42조5148억원이던 누적 잔액은 스트레스 DSR 3단계를 시행한 7월 42조4878억원으로 270억원 감소했고, 8월에는 42조4484억원으로 400억원 가까이 더 줄었다. 업계에서는 대출 규제가 카드론 수요를 위축시키는 대신 리볼빙으로 이동하는 결과라고 해석한다.
리볼빙이란 신용카드 대금 중 일부만 결제하고 나머지는 이월하는 기능이다. 기존에 사용한 카드대금을 다음달로 미루는 만큼 일시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신용점수까지 보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법정최고금리(20%)에 육박하는 금리를 적용하는 만큼 이용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리볼빙 평균 금리는 지난달 기준 연 17.26%에 달한다. 특히 신용점수 700점 이하 차주는 평균 18.90%를 부담한다. 현대카드는 신용점수 401~500점 구간 차주에게 19.72%로 업계 최고 수준의 금리를 책정했다. 신용점수 700점 이하 차주에게 적용한 평균금리도 연 19.52%로 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밖에도 △롯데카드(연 19.50%) △비씨카드(연 19.43%) △KB국민카드(연 19.22%) △하나카드(연 19.12%) 등이 신용점수 700점 이하 차주에게 연 19%대 금리를 적용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리볼빙 뿐 아니라 모든 금리는 유입된 차주의 신용점수에 따라서 결정되는 것이며 카드사가 임의로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리볼빙 금리는 정책에 따라 오르기도 내리기도 하는 부분으로 유동적이다"라고 말했다.
일부 카드사는 리볼빙 마케팅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리볼빙이 스트레스 DSR 규제에서 제외된 점을 활용해 첫 달 수수료 면제 등의 혜택을 내세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카드사의 리볼빙 관련 마케팅이 증가할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대출 규제 탓에 카드론 확대가 어려운 데다 가맹점수수료로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이 줄어든 만큼 리볼빙 마케팅 확대 및 할부축소 등을 임시방편으로 낙점할 수 밖에 없다는 평가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상반기 순이익이 크게 감소하면서 새 먹거리 발굴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단기간에 형성하긴 어려운 실정이다"라며 "기존 사업을 확대해 수익을 늘릴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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