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박지웅 기자] 정부가 주4.5일제 도입을 국정 과제로 확정하면서 로봇주가 대표적인 정책 수혜주로 부각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이 현실화하면 기업들의 자동화 수요가 확대되고 로봇 활용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기대가 주가에 반영된 것이다. 다만 실제 제도 시행까지는 넘어야 할 절차가 많아 성급한 투자는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로봇 관련주가 일제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오전 9시 5분 기준 전 거래일보다 9.64%(6400원) 급등한 7만2800원에 거래되며 상승장을 주도했다. 국내 로봇 대장주로 꼽히는 레인보우로보틱스도 2.58%(8000원) 오른 31만8000원에 거래돼 한 달 전(24만9500원)보다 약 27.5% 상승했다. 유진로봇(2.25%), 로보티즈(1.17%), 나우로보틱스(0.57%) 등 주요 종목 역시 동반 강세를 보였다.
정부가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주 4.5일제 도입을 국정 과제로 확정하면서 로봇 관련 종목이 대표적인 정책 수혜주로 부각되고 있다. 기업들이 노동 의존도를 줄이면서도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는 해법으로 로봇 투자를 확대할 것이란 기대감이 주가에 선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장은 "주 4.5일제 같은 제도는 기업 입장에서 인력 의존도를 낮추고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는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특히 외국인·비숙련 노동자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일수록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부담이 크기 때문에, 로봇 자동화 도입이 더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내년 3월 시행을 앞둔 '노란봉투법'도 기업들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며 로봇주 강세를 자극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범위를 제한해 노조의 쟁의권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기업 입장에서는 인건비 부담과 함께 파업 리스크까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뒤따른다. 실제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2013~2022년 기준 근로자 1000명당 연평균 근로 손실일수는 한국이 35.2일로, 일본(0.2일)의 176배에 달한다. 미국(9.5일), 독일(6.2일)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반면 인공지능(AI)과 로봇은 주 4.5일제가 아닌 24시간 가동이 가능하고, 노조나 파업 리스크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기업들이 노동 불확실성을 줄이고 생산성을 확보할 수 있는 대안으로 로봇 투자를 확대할 것이란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노동 환경 변화로 인건비와 파업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에서 로봇은 가장 확실한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며 "키오스크가 최저임금 인상 압력 속에 빠르게 자리를 잡았듯 산업 현장도 로봇 중심으로 전환되는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근로 시간 단축 논의만을 근거로 성급히 로봇주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노란봉투법과 주 4.5일제가 실제로 시행되기까지는 입법 절차와 사회적 합의 등 넘어야 할 관문이 많고, 반대 여론도 적지 않아 도입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수 iM증권 연구원은 "노란봉투법은 시행 전 6개월간의 유예기간이 있으며 보완 입법 가능성도 존재한다"며 "무엇보다 현시점에서 주요 기업들이 법 시행을 이유로 로봇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