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대학원 만들고 CEO도 직접 배운다…재계 'AI 열공 모드'


SK그룹, 경영진 대상 'AI 리더십 프로그램' 운영
다른 기업도 AI 교육에 진심…경영진도 예외 없어

최태원 회장의 특명에 따라 SK그룹이 경영진 대상 AI 교육을 실시한다. /SK그룹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국내 주요 기업들이 '인공지능(AI) 열공 모드'에 들어갔다. 단순히 AI라는 기술을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 구성원들이 다양한 활용법을 통해 새로운 사업 기회,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역량 강화를 적극 독려하는 모습이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이달부터 경영진을 대상으로 AI 교육을 실시한다. 다음 달까지 두 달 동안 서울 수송동 수송스퀘어에서 총 네 차례 'AI 리더십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다. 장용호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과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등 SK그룹 최고경영자(CEO) 24명을 포함해 각 계열사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인사책임자(CHO) 등 C레벨 100여명이 교육 참여 대상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글로벌 AI 트렌드와 AI 전환(AX)을 통한 업무 수행 방식, 조직 구조 변화를 다루는 전문가 강의 등으로 꾸려졌다. AI 실습 세션도 마련되는 등 AI를 친숙하게 활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AI 교육은 사내 교육 플랫폼 마이써니(MySUNI)를 통해 이뤄진다.

이번 프로그램 진행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특명에 따른 것으로 파악된다. 최 회장은 지난달 열린 이천포럼 2025에서 구성원들을 향해 AI 시대 경쟁력 확보 방안을 제시하면서 'AI 체화'를 거듭 강조했다. 구성원들이 AI를 친숙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비즈니스 혁신을 이뤄낼 수 있다는 게 최 회장의 생각이다. 그는 "이제는 AI·디지털전환(DT) 기술을 속도감 있게 내재화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만들어야 하는 시대"라고 말했다.

LG AI 대학원이 국내 1호 교육부 공식 인사 사내 대학원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LG

이러한 'AI 열공' 분위기는 SK그룹에서만 형성된 것은 아니다. 이미 수년 전부터 각 기업 구성원들의 AI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AI 시대가 성큼 다가온 현재는 AI 교육 범위와 대상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목표는 AI를 통해 업무 생산성을 높이거나, 미래 사업의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것이다.

삼성과 LG도 'AI 공부'에 진심이다. 먼저 삼성은 조직 자체를 AI 내재화에 초점을 맞춰 개편한 상태다. 올해 AI 생산성 혁신 그룹을 만들어 AI 기반 업무 생산성 향상 작업을 진행하고 있고, AI 크루 제도를 도입해 AI 실행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구성원 AI 교육 체계 또한 한층 고도화했다.

디바이스경험(DX)부문을 이끄는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도 AI를 중심으로 한 조직 변화를 주문했다. 그는 지난달 타운홀미팅에서 "AI의 급속한 발전과 확산으로 전자 산업이 전례 없는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며 "비즈니스 전략, 일하는 방식, 고객과 만나는 접점까지 새롭게 정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LG 역시 'AI 아카데미' 등 내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눈길을 끈 대목은 국내 최초 사내 AI 대학원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지난 2022년 개원한 LG AI 대학원은 지난달 국내 1호 교육부 공식 인가 사내 대학원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LG는 AI 대학원을 통해 구성원들이 AI 난제 해결 프로젝트와 국가 AI 사업에 적극 참여, 다양한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이 올해 초 열린 상반기 VCM에 앞서 AI 과제 쇼케이스를 살펴보고 있다. /롯데그룹

롯데그룹은 유통 기업임에도 'AI 공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여러 차례에 걸쳐 구성원과 경영진의 AI 역량 강화를 요구해 왔다. 매년 상·하반기 한 차례씩, 모든 경영진이 총출동한 가운데 열리는 사장단 회의(VCM)에서도 AI 예습 시간을 별도로 마련할 정도다. 올해 상반기 VCM에서는 AI 혁신 사례를 소개하는 AI 과제 쇼케이스를 열어 경영진들이 회의 시작 전에 AI를 공부할 수 있도록 했다.

롯데 유통군은 최근 AX 추진을 공식화하는 제1회 롯데 유통군 AI 콘퍼런스를 열기도 했다. 이를 통해 AI를 단순한 효율화 도구가 아닌 사업 추진의 핵심으로 삼기로 했고, 구성원 대상 교육을 실시해 AI 전문 인력을 적극 육성하기로 했다. 김상현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 부회장은 "AI로 업무 효율을 높여 롯데 유통군이 다시 한번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금융권에서도 'AI 공부' 열풍이 불고 있다. 앞서 우리금융그룹은 챗GPT 활용 실습 연수를 진행했고, IBK기업은행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AI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열었다. 한화생명과 NH농협생명이 AI 관련 사내 행사를 여는 등 보험 업계도 적극적이다. 증권사 중에서는 유안타증권이 지난 11일 AI 실무 활용 능력 향상을 위한 사내 교육 과정을 신설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의 구성원 AI 역량 강화 노력은 계속 진행돼 왔던 부분"이라며 "이제는 AI 교육을 통해 이해도를 높이는 수준이 아니라, 전략적 활용 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능력까지 원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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