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정부가 석유화학업계 구조조정에 돌입한 상황에서 여야가 '석유화학산업 특별법'을 발의하고 나섰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도 석유화학산업 고도화에 힘쓰겠단 입장을 밝히면서 정부 지원대책 발표 후 지지부진했던 산업 재편의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정치권에서 석화산업 재정지원과 규제 특례를 제도화하는 내용의 석유화학산업특별법을 발의한 것을 두고 산업 재편 동력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앞서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은 각각 특별법을 발의했다. 두 법안 모두 사업재편을 위한 연구개발(R&D) 등을 수행하는 석유화학기업에 세제·재정 지원을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업계 요구를 반영해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기요금을 감면하거나 보조할 수 있는 근거가 담겼다. 원활한 사업재편을 도모하기 위해 공정거래법 특례 적용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했다.
법안이 시행되면 장기 저리 정책자금 대출, 전기요금 감면 등을 통해 기업들의 직접적인 비용 절감 효과가 예상된다. 설비투자 및 R&D 세액공제, 저탄소 설비 전환 세제 혜택, 합병·분할 과세 특례 등 세제 지원은 친환경 전환과 산업 고도화에 기여할 전망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지난 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재명 정부는 반도체와 이차전지, 자동차, 조선, 기계 등 주력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소재부품장비 핵심기술을 자립화할 계획"이라며 "위기에 놓인 석유화학과 철강 산업의 고도화에도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특별법 제정을 요구해왔다. 곽기섭 롯데케미칼 기초소재사업 경영지원본부장은 지난 1일 '석유화산업 특별법 제정을 위한 국회 공청회'에서 "개별 기업 대응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어 자율적 사업재편은 불가능하다"며 "M&A 활성화, 탄소중립 투자, 환경규제 개선 등을 뒷받침할 특별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공급망 재편, 탄소중립 전환 등 산업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중국과 중동의 과잉 증설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며 "오는 2028~2030년 신·증설 마무리 이후 반등이 가능하더라도 회복 강도는 불확실하다"고 분석했다.
증권가에서도 기업의 자발적인 구조조정의 한계를 지적했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는 기업들의 자발적 구조조정을 유도하고 있으나 아직 실질적인 지원책은 마련되지 못한 상황"이라며 "법안 시행 시 장기 저리 대출과 전기요금 감면이 재무구조 개선에 직접적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세제 혜택과 기업결합 규제 완화는 석유화학업계의 구조조정과 효율화를 촉진해 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부와 업계는 지난달 나프타분해시설(NCC) 생산능력 25% 감축을 뼈대로 하는 구조개편에 합의했다. 국내 주요 석화업체들의 대형 NCC는 주로 100만∼130만톤 규모인 만큼 이번 목표량은 약 3개 NCC를 줄이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가이드라인이 없고 정부 지원책이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은 탓에 불확실성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는 '선 자구노력, 후 정부 지원'을 원칙으로 제시했다. 기업들이 먼저 설비 감축과 효율화를 추진해야 지원책을 마련한다는 뜻이다.
구조조정의 직접 비용을 정부가 줄여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일PwC경영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절차 간소화만으로는 기업이 움직이지 않는다"며 "구조조정의 직접 비용을 줄여주는 인센티브가 빠져 있다. 규제의 족쇄를 풀고, 유예에 그친 세금을 아예 깎아줘야 기업이 주저 없이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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