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박순규 기자] 과정은 물론 결과까지 챙겼다. '캡틴' 손흥민과 동갑내기 '절친' 이재성이 찰떡호흡을 자랑한 홍명보호가 전술 변화의 성공 가능성을 보이며 11년 전 패배를 통쾌하게 설욕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남자축구대표팀(FIFA랭킹 23위)은 7일 오전 미국 뉴저지주 해리슨의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16위)과 원정 친선경기에서 이재성의 절묘한 패스를 바탕으로 나온 전반 18분 손흥민의 선제골과 43분 이동경의 추가골에 힙입어 2-0으로 승리했다. '클린 시트' 승리에는 골키퍼 조현우의 잇따른 슈퍼 세이브의 선방이 크게 작용했다.
설욕전의 선봉에 선 손흥민은 전반 18분 이재성의 스루패스를 받아 페널티 박스 왼쪽을 돌파, 골마우스 왼쪽 모서리의 사각지역에서 왼발 슛으로 선제골을 기록했다. 상대 골키퍼가 달려나오는 것을 보며 절묘한 왼발 대각선 슛으로 반대편 골망을 흔들었다. 이동경은 전반 43분 상대 수비수들을 피해 손흥민이 밀어준 볼을 왼발 백힐 슛으로 추가골을 터뜨렸다. 이재성과 월패스로 득점 기회를 잡은 손흥민이 상대 수비수와 경합에서 이겨내며 밀어준 볼을 이동경이 왼발 백힐 슛으로 골문을 뜷었다.
손흥민과 이재성의 환상 호흡이 빛났다. 이재성은 감각적인 공간 패스로 손흥민의 특기인 돌파력에 불을 붙였다. 손흥민의 선제골과 이동경의 추가골 모두 이재성의 환상적 패스로부터 시작됐다. 홍명보호 핵심 미드필더 황인범이 부상으로 소집에서 제외됐지만 이재성의 빛나는 활약으로 공격의 공백은 없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을 겨냥해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LAFC로 이적한 손흥민은 최전방에서 활발한 공격력을 펼쳐보이며 전반에만 1골 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손흥민은 2-0으로 앞서던 후반 18분 오현규와 교체되면서 김민재에게 주장 완장을 넘겨줬다. 63분 동안 활약한 손흥민은 전반 3분 첫 번째 득점 기회를 잡는 등 홍명보호의 원톱으로서의 최적화된 몸놀림을 보여 북중미 월드컵 본선에서 다양한 활약 기대를 낳았다. 손흥민은 A매치 통산 52골로 최다골 기록 보유자인 차범근의 58골에 6골 차로 접근했다. A매치 통산 경기 출전 또한 135경기를 기록하며 역시 최다 경기 출전 1위 차범근 홍명보의 136경기 타이와 한 경기를 앞두고 있다.
한국과 미국이 A매치를 갖는 것은 지난 2014년 2월 LA 경기 이후 처음이다. 당시에도 감독은 홍명보였고, 한국은 0-2로 졌다. 이번 대결은 한국으로선 '복수혈전'인 셈이었다. 출범 후 처음 아시아를 벗어나 본격적인 월드컵 본선 준비에 돌입한 홍명보호는 이번 미국 원정 두 차례 경기에서 다양한 선수와 전술을 시험하며 결과까지 챙길 예정이었다. 미국과 첫 경기에서는 유럽파가 합류한 완전체로 스리백 전술을 성공적으로 시험했고, 주로 윙어로 활약한 손흥민을 원톱으로 포진시켜 결과까지 끌어냈다.
지난 6월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을 마친 한국 축구대표팀은 월드컵 11회 연속 본선 진출을 확정한 후 3개월 만에 유럽과 중동 등에서 뛰는 선수들을 모두 소집해 '완전체'로 평가전을 치렀다. 한국은 지난 2023년 10월 튀니지와 평가전 이후 22개월 만에 타 대륙과 격돌했다. 한국은 최근 약 2년 동안 월드컵 아시아 예선,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등 일정으로 아시아 팀들만 상대했다.
홍명보 감독은 후반 18분과 19분 손흥민 이동경 김진규를 오현규 이강인 옌스 카스트로프를 투입하며 새로운 조합으로 변화를 시험했다. 손흥민과 1992년생 동갑내기인 이재성은 한국 공격의 핵심 플레이메이커로 활약하다 후반 5분 햄스트링 부상으로 배준호와 교체됐다. 미드필더 카스트로프는 27분 동안 활약하며 6차례의 차단과 인터셉트를 기록하며 패스 성공률 88%(15/17)을 기록, 성공적인 A매치 데뷔전을 가졌다.
미국의 FIFA 랭킹은 16위로, 23위인 한국보다 높지만 역대 전적에서는 한국이 6승 3무 3패로 우위를 보였다. 미국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손흥민을 토트넘으로 이끈 '토트넘 스승'으로 이번 경기에서 '사제 대결'을 펼쳤다. 손흥민과 포체티노 감독의 대결은 지난 2023~2024 PL 첼시전 이후 두 번째이자 A매치에서 첫 대결이다.
홍 감독은 국내파 위주였던 7월 E-1 챔피언십에 이어 해외파가 가세한 이번에도 3-4-2-1전형의 스리백을 꺼내 들었다. 스리백은 김주성(히로시마)-김민재(바이에른뮌헨)-이한범(미트윌란)으로 구성됐다. 양쪽 윙백으로는 이태석(포항스틸러스)과 설영우(즈베즈다)가 나선다. 김민재는 올해 처음 A매치를 치렀다.
중앙 미드필더로는 백승호(버밍엄시티)와 김진규(전북현대)가 호흡을 맞췄다. 최전방은 손흥민(LAFC), 공격 2선에 이재성(마인츠)-이동경(김천상무)이 포진했다. 골문은 조현우(울산HD)가 지켰다. 최초의 해외 태생 국가대표 미드필더 옌스 카스트로프는 벤치에서 출발했다. 훈련중 가벼운 부상을 입은 이강인도 교체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 대표팀은 미국전 이후 테네시주 내슈빌로 이동해 오는 10일 오전 10시 북중미 월드컵 개최국인 멕시코와 미국 원정 2차전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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