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영봉 기자] 범죄를 저지른 뒤 필리핀으로 도피했던 49명이 한꺼번에 국내로 강제 송환됐다. 보이스피싱 조직원과 불법도박 조직원, 강도상해범을 비롯해 16년간 잠적한 횡령사범 등도 포함됐다.
경찰청은 3일 "전세기를 투입해 필리핀으로 도피한 남성 43명, 여성 6명 등 49명을 국내로 강제 송환했다"고 밝혔다. 49명 송환은 단일 국가 대상 역대 최다 규모다.
범죄 유형별로 보이스피싱 등 민생 경제범죄사범을 포함한 사기사범이 25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사이버범죄사범 17명, 조폭 등 강력사범 3명 순이다. 횡령, 외국환거래법 위반, 조세범처벌법 위반, 성폭력처벌법 위반 사범도 1명씩 포함됐다.
45명은 인터폴 적색수배자로, 국내 수사기관에서 내려진 수배만 154건에 달한다. 강제 송환자들의 평균 연령은 39세, 평균 도피 기간은 3년6개월이다.
이들 중에는 지난 2009년 회삿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16년간 도피해온 60대 중소기업 대표도 붙잡혔다. 이번 송환 대상 중 최장기 도피범으로 꼽힌다. 지난해 필리핀 세부에서 한국인을 손도끼로 위협하고 다치게 한 뒤 1000만원을 가로챈 주범과 공범도 포함됐다.
범행 규모도 막대하다. 보이스피싱 등 민생 경제범죄로 확인된 피해자는 1322명, 피해액은 약 605억원에 달한다. 지난 2018년부터 약 5조3000억원 규모의 온라인 불법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10명을 포함해 도박개장 혐의자들의 도박자금 규모는 총 10조7000억원에 이른다.
경찰청은 이들을 국내 송환한 뒤 각 관할 경찰서로 보내 수사할 방침이다. 이준형 경찰청 국제협력관은 "이번 대규모 송환 작전을 통해 해외를 도피처 삼아 법망을 피하려는 범죄자들에게 더는 숨을 곳이 없다는 사실을 각인시켰다"며 "앞으로도 해외 도피사범을 끝까지 추적하고 검거해 피해를 회복하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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