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선은양 기자] 검찰이 '사법농단 의혹'으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서울고법 형사14-1부(박혜선 오영상 임종효 부장판사)는 3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항소심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함께 기소된 박 전 대법관에게는 징역 5년을, 고 전 대법관에게는 징역 4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심리가 쟁점별로 진행되다 보니 항소이유서에서도 기재했듯 사실관계가 파편화되는 법률적 평가를 받게 돼 잘못된 선고에 이르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양 전 대법원장 등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 재판 등에 개입하고, 국제인권법연구회와 인권과사법제도모임 활동을 저지하기 위해 압박한 행위가 사법행정권의 부적절한 행사"라며 "원심에 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검찰은 재판부에 법원 자체 조사단의 판단을 고려해달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법원 자체조사 결과 임종헌 등 사법행정 담당자 등 다수의 행위가 심각한 사법행정권 남용이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법원 자체 조사와 검찰 수사를 구분 지을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사단은 법원 내부에서 구성한 서로 다른 법원 판사들로 이뤄진다"며 "더욱 객관적이기 때문에 재판부도 조사단의 판단을 중요하게 검토해야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양 전 대법원장은 최후변론에서 검찰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어느 현직 검사가 검찰을 떠나며 '검찰은 마음만 먹으면 흑을 백으로 바꿀 수 있다'고 했는데, 이 사건(사법농단)을 얘기하는 데 있어 이보다 적절한 말을 찾을 수 없다"라며 "검찰이 어느 특정인을 기어코 응징하고자 작정했을 때 그 목적을 달하기 위해 진실을 외면한 채 그 목적에 모든 것을 끼워맞추는 잘못된 행태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은 항소이유서에는 원심 재판부가 참지 못할 정도의 모욕적 언사가 비일비재하고 심지어 자신들에게 협조하지 않은 사람들을 '법꾸라지'라고 하는 저급한 용어까지 쓰면서 욕설을 하고 있다"라며 "법조계를 아끼고 장래를 걱정하는 한 사람으로서 검찰의 성찰이 없는 것을 참 슬프게 생각한다. 검찰의 항소는 마땅히 기각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2011~2017년 대법원장으로 재직 당시 사법부 숙원인 상고법원 설립을 위해 박 전 대법관, 고 전 대법관 등과 함께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손해배상청구소송,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 확인 소송 등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 등 47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일부 재판 개입을 인정하면서도 양 전 대법원장 등이 공모하거나 지시·가담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며 이들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yes@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