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자보호 한도 1억원 시대…고령층, 고금리 예적금 '역차별' 우려


저축은행·농협·신협 점포 수 감소세…어르신 어디로?
시니어 고객 확보 필요성 '동의'…디지털전환 '골머리'

예금자보호 한도가 기존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높아졌다. 고령층 금융소비자의 고금리 예적금 가입이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뉴시스

[더팩트ㅣ김정산 기자] 예금자보호 한도가 1억원으로 상향 조정되면서 고령층 금융소비자의 고금리 예·적금 가입이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자금 조달 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시니어 고객이 디지털 금융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편의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예금자보호한도가 1억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지난 2000년 예금자보호한도를 5000만원으로 통합한 이후 24년만에 재조정이다. 업계에서는 예금자보호한도가 높아지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상호금융사 혹은 저축은행으로 자금이 쏠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당국 또한 2금융권으로의 '머니무브'를 주시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가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연구용역보고서에 따르면, 한도가 오르면 저축은행 수신 규모가 16~25%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당국은 과도한 자금 쏠림을 막기 위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실제 머니무브가 나타날 경우,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의 고금리 예·적금 상품 유지 기간은 짧아질 가능성이 크다. 통상 2금융권은 자금이탈 3~4개월 전 고금리 예금상품을 출시하고 선제적으로 자금을 확보한다. 일반적인 상품 유지 기간은 15~20영업일이다. 그러나 자금이 급격하게 쏠리면 짧게는 5~10영업일 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문제는 2금융권 또한 디지털전환(DT)에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비대면 예·적금가입 비중을 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고금리 예금상품을 온·오프라인 양방향으로 출시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손쉽게 가입할 수 있는 온라인 채널을 통해 우선 소진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온라인 접근성이 취약한 고령층은 고금리 상품 가입 기회를 놓칠 수밖에 없다.

점포 수도 줄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저축은행 79곳의 점포 수는 255곳으로, 2021년 같은 기간(303곳) 대비 15.8% 감소했다. 농협 단위조합과 신협도 각각 1032곳, 865곳으로 줄었다. 유일하게 점포가 증가한 산림조합은 최근 4년간 1곳 늘어난 142곳에 그친다.

저축은행 점포 개설 규제가 지난해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뀌었지만, 실제 성과는 미미하다. 업계는 여전히 점포 감축 기조를 유지하는 분위기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머니무브 가능성을 낮게 본다. 예금자보호 한도가 5000만원일 때도 한도까지 예치하는 사례가 많지 않았으며, 적금상품은 금리가 높아도 월 납입한도가 30만~50만원에 불과해 시니어 고객을 끌어들이는 수단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는 시니어 고객의 금융 편의성 제고에는 공감하고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시니어 고객은 은퇴 후 목돈을 보유한 '우량 고객'으로, 확보 필요성이 크다"며 "온·오프라인 동시 출시 외에도 점포에서 고금리 상품의 유지 기간을 더 길게 가져가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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