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8기 3주년] 재건축부터 교육까지…이기재의 기술행정, 양천의 판을 바꾸다


'100년 미래도시' 밑그림 "무에서 유 창조"
재건축·재개발 추진, 신정지선 연장 성과
홈플러스 부지 대기업 유치로 일자리 창출

이기재 양천구청장이 21일 오후 서울 양천구 양천구청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도시는 생로병사를 겪습니다. 양천은 지금 새롭게 태어날 시기에 와 있습니다."

지난 21일 서울 양천구 집무실에서 만난 이기재 양천구청장은 도시를 하나의 유기체로 설명했다. 공학도 출신의 그는 "도면을 보고 도시를 이해한다"며 실용적이고 구조적인 시선으로 구정을 운영해왔다고 말했다. 이른바 '기술 행정'의 강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이다.

이 구청장은 도시의 50%가 기술행정인 만큼 공대 출신이라는 이력이 장점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하수도, 도로, 건축, 교통이 행정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며 "기술적 업무를 기본적으로 잘 아는 영역이고, 정치권에도 오래 있다보니 많은 도움이 됐다"고 했다.

실제로 그는 취임 이후 양천 전역 66개 구역의 재건축·재개발을 궤도에 올려놨다. 그동안 정체돼 있던 도시 정비사업이 다시 활기를 띠게 된 배경엔, 이 구청장이 강조하는 '기술 행정' 역량이 뒷받침됐다.

대표 공약 중 하나였던 교통 인프라 개선도 급진전됐다. 이 구청장은 "2호선 신정지선 김포 연장, 신정 차량기지 이전은 말 그대로 무에서 유를 창조한 일"이라며 "연말 계획이 확정되면 아주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와 이미 두차례 면담했고, 자체회의도 있었다"고 밝혔다.

양천의 정체성을 설명할 때 '교육도시'는 빼놓을 수 없다. 이 구청장은 "공교육과 사교육 사이에 행정이 메워야 할 '공공교육' 영역이 분명히 있다"고 했다. 서울 최대 규모의 진학 컨설팅, 미래교육센터 운영, Y교육박람회 개최 등을 통해 양천만의 교육모델을 정립해가고 있다. '교육은 기회의 사다리'라는 그의 신념 역시, 행정이 정책을 통해 직접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예다.

김포공항 문제에는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도심 공항의 장점을 누리려면, 그에 따른 피해에 정당한 보상이 따라야 한다"며 "예컨대 야간 착륙료 할증을 1000% 인상해 그 수익으로 소음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고 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한다는 이기재 구청장은 "제 한 시간이 곧 43만 구민의 시간"이라며 "양천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엔지니어 출신 구청장은 흔하지 않은데, 공대 출신의 장점이 있는지

장점이 많다. 과거 임명제 시절에는 기술직 출신이 꽤 있었는데, 선출직이 되면서 이공계 출신이 좀처럼 정치에 나서기 쉽지 않다. 그런데 실제 행정, 특히 기초지자체 업무의 50% 이상이 기술 분야다. 도로, 상하수도, 건축, 토목 업무는 내가 익숙하게 다뤄왔던 분야고, 정치권과 중앙정부에서도 오래 일했기 때문에 양쪽을 잘 안다. 이공계 출신 행정가로서 드문 케이스이면서도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양천구는 '살기 좋은 동네'라는 이미지와 함께 '노후됐다'는 이미지도 있다.

도시 특성 때문이다. 도시도 생로병사가 있는데, 양천은 도시계획에 따라 한꺼번에 지어졌고 그게 지금 노후화 시점에 온 거다. 예를 들면 목동아파트만 해도 30년이 훌쩍 넘었다. 다른 지역은 신축과 구주택이 섞여 있어서 덜 느껴지는데, 우리는 전반적으로 '올드하다'는 인상을 준다. 그동안 정비가 정체돼 있었는데, 이제 속도를 내고 있다. 취임 후 운도 좀 따랐다. 윤석열 정부 들어 안전진단 기준이 완화됐고, 오세훈 시장이 신속한 정비계획을 내놓았다. 또한 이공계 출신으로서 의지를 갖고 강하게 밀어붙이니까 직원들이 많이 도와줬다. 도시계획과, 기반시설 관련 부서는 다 기술직이라 소통도 빠르고 이해도도 높다. 그 덕분에 속도를 많이 낼 수 있었다.

-취임 3년 동안 가장 보람된 일은?

양천구의 답보상태였던 굵직한 숙원사업을 본궤도에 올리며 '양천 100년 미래도시'를 위한 큰 골격을 세웠다는 점이다. 양천구의 강점과 잠재력을 극대화시키고,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묵은 과제 해결을 위해 발로 뛴 노력이 곳곳에서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재건축과 재개발이 빠르게 진행된 점이다. 양천구 내 66개 구역에서 재건축·재개발이 이뤄지고 있는데, 안전진단도 다 끝나고 조합 설립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2호선 신정지선 김포 연장도 쉽지 않은 과제였는데, 김포시장과 좋은 관계 덕분에 성과를 냈다. 신정 차량기지 이전도 무에서 유를 창조한 일이다. 올해 말 구체적인 계획이 확정되면 더 큰 성과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기재 양천구청장이 21일 오후 서울 양천구 양천구청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위해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양천구 하면 '교육도시' 이미지가 강한데 사교육이 강한 지역으로서 공교육의 역할은.

양천구의 가장 큰 도시경쟁력은 '교육'이다. 교육도시로서 브랜드가치를 높이고 스마트 교육 환경 구축을 통해 더욱 창의적이고 효율적인 미래 교육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공교육과 사교육 사이에 행정이 개입해야 하는 공공교육 영역이 있다고 본다. 부모들이 불안해 사교육에 몰리는 걸 해소하기 위해 1대1 진학 컨설팅, 미래교육센터 운영, Y교육박람회 등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은 기회의 사다리이며, 특히 취약계층 아이들이 글로벌 교육에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힘쓸 것.

-'Y교육박람회'가 특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데.

Y교육박람회는 학교에서 이뤄지는 공교육과 입시위주 사교육의 한계를 넘어 학교 밖에서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에 대해 논쟁하고, 미래 교육의 새로운 어젠다를 제시하는 선도적 역할을 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올해까지 3번 개최됐다. 규모도 서울 기초 지자체 중 가장 크고, 교육계에 영향력을 주는 박람회로 자리 잡았다. 올해는 환경교육을 아젠다로 던져 '지구가 교과서'라는 새로운 시도를 했고, 앞으로도 내실 있는 콘텐츠로 대한민국 대표 교육 박람회로 키울 것이다.

-AI 교육 같은 4차 산업혁명 관련 교육 계획도 있는지.

초·중학생들이 로봇, 드론, 코딩, AI 등을 체험할 수 있도록 미래교육센터를 세 곳 운영 중이다. 센터별로 특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지역 내 어디서나 미래교육 체험이 가능하도록 했다. 평준화 교육의 한계를 뛰어넘어 창의·융합형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이기재 양천구청장이 21일 오후 서울 양천구 양천구청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양천은 베드타운 성격도 강하다. 기업 유치에 대한 고민도 많을텐데.

그렇다. 자족 기능을 갖출 기업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홈플러스 부지의 기업 유치다. 쉽지는 않겠지만, 하반기에 기업 설명회 등을 열어 규모 있는 기업의 본사 유치를 구상하고 있다. 특히, 양천은 기업 생태계가 부족한 만큼 직주 근접 시대에 맞는 발전을 위해 교육, 스포츠, 미래 지향적 테크 기업 유치를 계획하고 있다. '미래 비전 있는 기업'들이 들어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지역이 함께 성장하는 생태계를 만드는게 목표다.

-김포공항 소음 문제는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는 숙제인데.

김포공항처럼 수십만 세대 옥상 위로 비행기가 뜨는 도심 공항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 국제선은 인천공항으로 가는 게 맞고, 김포는 국내선 위주로 운영해야 한다. 주민들이 소음 피해를 보고 있는데, 그 피해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반드시 따라야 한다. 야간 착륙료 할증을 1000% 인상해 그 수익으로 보상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주민들에게 '소음 감수하라'는 건 옛날 방식이며, 반드시 개선돼야 할 문제다. 국토부·서울시와 지속적 소통하고 적극적인 대응을 이어나갈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할 계획인지.

그렇다. 굵직한 성과들을 내긴 했지만, 구청장 임기 한 번으로는 충분한 결실을 보기 어렵다. 목동 1·3단지 종상향 문제 해결, 신정 차량기지 이전, 서부트럭터미널 문제 등 굵직한 현안이 있지만 완성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양천 주민에게 한마디 부탁드린다.

제 한 시간은 43만 구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시간이다. 그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짜임새 있게 계획해 양천구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주민들의 민원들 양천구의 발전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지지 않고 잘 챙겨가겠다.

◆이기재 양천구청장 프로필

△1968년생 △동국대학교 공과대학 토목공학과 △연세대학교 도시공학 박사△청와대 정무수석실 행정관 △새누리당 양천구 갑 당협위원장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정책보좌관 △여의도연구원 정책자문의원 △제주특별자치도 서울본부장 △바른정당 중앙당 대변인 △동국대학교 겸임교수 △민선8기 양천구청장

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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