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클립] 실종 19년, 전북대 수의대생 등신대 파손범의 정체 ‘논란‘(영상)


18일 전주 완산경찰서 실종된 이윤희 씨 등신대 파손한 범인 검찰 송치
19년 넘게 풀리지 않고 있는 미스터리한 사건

전북대 수의대생 실종 사건의 피해자 이윤희 씨의 등신대를 훼손하고 있는 40대 남성의 모습. /이윤희 실종사건 유튜브 채널 캡쳐

[더팩트|오승혁 기자] 전북대 수의학과에 재학 중이던 이윤희 씨(당시 28세)가 자취방에 들어간 뒤 실종된 지 19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부모가 전주 시내에 세운 딸의 등신대는 누군가에 의해 파손됐고, 그 범인이 다름 아닌 대학 동기였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장기 미제 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다시 불붙고 있다.

19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전주 완산경찰서는 18일 이 씨의 대학 동기인 40대 남성 A 씨를 재물손괴 혐의로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지난 5월 전주 도심 곳곳에 설치된 이윤희 씨 등신대 중 일부를 파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CCTV에는 마스크와 수술용 장갑을 착용한 채 등신대를 훼손하고 떠나는 A 씨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19년 전 실종 사건은 한국 사회에서 가장 미스터리한 콜드케이스(Coldcase, 장기 미제 사건) 중 하나로 꼽힌다. 2006년 6월 6일 새벽 이 씨는 동기 남학생의 배웅을 받아 본인의 원룸에 도착했다. 이후 컴퓨터에는 새벽 2시 59분부터 1시간 동안 인터넷 접속 기록이 남았고 그 중에는 ‘112’, ‘성추행’과 같은 불길한 검색어도 포함됐다. 오전 4시 21분, 컴퓨터 전원이 꺼진 뒤 그녀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평소 수업에 빠지지 않던 이 씨가 이틀간 학교에 결석하자 2006년 6월 8일 동기들이 원룸을 찾았고, 현관문을 열고 들어간 방 안은 몹시 어질러져 있었다. 하지만 경찰은 현장에서 확보할 수 있었던 초기 증거를 제대로 수집하지 못했다. 동기들이 경찰 지구대 직원의 허락을 받아 방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단서들이 훼손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결정적 실책은 사건을 미궁으로 몰아넣는 계기가 됐다.

실종 나흘 전 당한 오토바이 날치기 역시 의문을 키웠다. 이 씨가 날치기로 핸드폰과 신분증, 수첩 등이 든 가방을 분실하면서 연락이나 위치 추적이 어려운 상태였다. 더불어 실종 나흘 뒤인 6월 10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이 씨의 계정으로 음악 사이트에 접속하고 이메일을 확인한 흔적이 발견됐다. 그러나 해당 장소에 직접 있었다는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사건은 여러 방송사와 시사 프로그램에서 다뤄졌다. 2019년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이 씨의 컴퓨터 기록 일부가 누군가에 의해 정교하게 삭제된 사실을 밝혀냈다. 단순한 사용 흔적이 아니라 특정 기간의 기록만 지워졌다는 점, 그리고 전문적인 프로그램이 사용된 것을 보면 범인이 높은 IT 활용 능력을 갖춘 인물일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프로파일러들은 "면식범이자 학과 내부 인물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러나 수사기관은 명확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고, 사건은 가출 가능성으로 처리되며 흐지부지됐다. 실종자 가족들은 실종 당시부터 자발적 실종일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 씨의 아버지 이동세 씨(88)는 지난해 ‘이윤희를 아시나요?’라는 책을 펴내며 사건의 진상규명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올해에는 직접 제작한 등신대를 전주 시내 곳곳에 세우며 시민들의 기억을 환기시켰다.

하지만 그 등신대마저 동기에 의해 파손되면서 사회에 충격을 안겼다. A 씨는 재물손괴 혐의로 송치됐으나 그의 행위 동기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단순한 장난이나 돌발 행동이라 보기에는 석연치 않다는 여론이 높다. 온라인상에서는 "이유 없이 저런 짓을 했을까?" "실종 사건과 아무 상관이 없다면 왜 굳이 등신대를 파손했겠는가" "동기라면 오히려 추모했을 텐데 의도적 행동일 가능성이 크다"며 재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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