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취하는 게 트렌드"...주류업계 '저도수' 경쟁 치열


희석식 소주 16도·무알코올 맥주 확대
증류주·편의점 업계도 저도주 공략 가속

지난해 하이트진로 참이슬에 이어 롯데칠성음료가 처음처럼 도수를 16도로 낮춘 가운데 주류업계가 저도수 주류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우지수 기자] 국내 주류업계가 '저도수' 흐름에 발맞춰 제품 라인업에 변화를 주고 있다. 희석식 소주는 20도 시대를 지나 16도까지 내려왔고 맥주 시장에서는 논알코올·무알코올 제품이 늘고 있다. 증류식 소주도 19도 이하 제품이 늘어나면서 저도수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들어 16도 소주가 주류업계 기준이 됐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달 '처음처럼'을 16.5도에서 16도로 조정했다. 앞서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참이슬 후레쉬' 도수를 16도로 낮추고, 처음부터 15.5도로 기획한 '진로 골드'를 선보였다. 두 회사가 국내 소주 시장의 85%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시장 전반의 저도화 흐름이 더욱 뚜렷해졌다는 평가다.

맥주업계는 알코올을 뺀 논알코올, 무알코올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오비맥주는 최근 알코올·당·칼로리·글루텐을 제거한 무알코올 맥주 '카스 올 제로'를 내놨다. 하이트진로는 '하이트제로 0.00'과 '0.7%' 제품을 운영하면서 관련 시장을 넓히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는 지난 2021년 415억원이었던 국내 논알코올 맥주시장이 2027년에는 940억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가격대가 희석식 소주보다 높게 형성된 증류식 소주 시장도 저도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화요는 저도수 제품군에 속하는 도수 19도 '화요19金'을 내놨다. 하이트진로는 도수를 16.9도로 낮춘 '일품진로 마일드'를 출시해 기존 오리지널보다 부드러운 맛을 강조했다. 프리미엄 소주를 찾는 소비자 사이에서 도수가 낮은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주류의 주요 판매채널인 편의점 업계는 주류업체와 손잡고 저도수 제품을 내놨다. GS25와 선양소주가 협업해 알코올 도수 14.9도로 출시된 '선양오크'를, CU는 프리미엄 증류주 '오크 15도'를 출시했다. 선양오크는 출시 이후 GS25 소주 판매 순위 상위권에 올랐고 오크 15도는 단술이나 하이볼로도 어울린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두 제품 모두 희석식 소주보다 도수를 낮춰 개발됐다.

편의점을 중심으로 캔 하이볼(RTD) 제품의 판매도 급성장하고 있다. GS25의 '안성재 하이볼'은 2주 만에 30만개가 팔렸고, CU가 지드래곤과 함께 개발한 '피스마이너스원 하이볼'은 예약 판매에서 수시간 만에 완판되기도 했다. 세븐일레븐도 젊은 층 수요를 겨냥해 요구르트를 섞은 하이볼 ‘요하볼’ 등 변형 상품을 내놓으며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이 같은 저도수 주류 확산에 대해 업계에서는 건강을 중시하는 '헬시플레저' 트렌드, 혼술·홈술 확산, MZ세대의 선호도를 주요 배경으로 꼽는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최근 소비자들은 술자리에서 무조건 취하기보다는 부담 없이 즐기는 방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특히 20~30대와 여성 고객층에서 저도수 술 수요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낮은 도수 선호는 단기 유행이 아니라 장기적 소비 패턴 변화라는 분석도 나온다. 소주·맥주 소비가 조금씩 감소하고 있는 시장에서 하이볼, 리큐르, 논알코올 시장이 성장하고 있고 특히 편의점·온라인을 통한 유통 채널이 소비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주류업계 관계자는 "낮은 도수의 주류가 신규 소비층을 끌어들이면서 시장 전체를 키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향후에도 저가, 프리미엄 브랜드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저도수 주류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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