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왼발' 이강인, UEFA 슈퍼컵서 빛난 부활의 한 방 [박순규의 창]


14일 2025 UEFA 슈퍼컵 토트넘전 후반 22분 교체 출전
만회골로 PSG 2-2<4PSO3> 승리 이끌어...한국인 첫 슈퍼컵 골

사상 첫 UEFA 슈퍼컵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린 PSG 선수들과 결정적 수훈을 세운 이강인./우디네(이탈리아)=AP.뉴시스
PSG의 이강인이 14일 토트넘과 2025 UEFA슈퍼컵에서 후반 40분 만회골로 한국인 첫 슈퍼컵 골을 기록했다. 승부차기에서 4-3 승리를 거둔 직후 환호하는 이강인과 PSG선수들./우디네(이탈리아)=AP.뉴시스

[더팩트 | 박순규 기자] 프랑스 프로축구 파리 생제르맹(PSG)의 이강인(24)이 한국 축구사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14일 오전(한국시간) 이탈리아 우디네에서 열린 2025 유럽축구연맹(UEFA) 슈퍼컵에서 후반 40분, 왼발로 터뜨린 한 골이 PSG를 절벽 끝에서 구하면서 사상 첫 슈퍼컵 우승으로 이끌었다. 한국인으로서는 최초이자 박지성 이후 17년 만의 슈퍼컵 출전 무대에서 나온 값진 기록이란 점에서 평가를 받을 만하다.

이강인의 이날 활약은 지난 7월 FIFA(국제축구연맹) 클럽월드컵 결승전 패배 이후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던 챔피언스리그 챔피언 PSG에 반전의 기폭제가 됐다는 점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객관적 전력에서 열세로 꼽히던 유로파리그 우승팀 토트넘을 상대로 의외로 고전하며 0-2로 뒤지던 절체절명의 순간, 교체 투입된 이강인은 '황금 왼발'로 추격의 발판이 되는 만회골을 터뜨렸다. 이는 한국 선수 최초로 슈퍼컵에서 기록한 득점이라는 점 이외에도 PSG의 사상 첫 우승을 역전으로 일궈내는 전환점이 됐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녔다.

사실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출전 시간이 줄어들면서 이적설까지 나돌았던 이강인에게 이번 슈퍼컵은 2025~2026 시즌 개막을 앞두고 자신의 진가를 증명해야 하는 중요한 무대였다. 실제로 지난 시즌 쿼드러플(4관왕)에 절대적 공헌을 한 잔루이지 돈나룸마 골키퍼는 이적 명단에 오르자 슈퍼컵 스쿼드에서 제외되는 비운을 맞기도 했다.

후반 22분 교체 투입되기 직전 루이스 엔리케 감독으로부터 지시를 받고 있는 이강인./PSG

루이스 엔리케 감독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절치부심하던 이강인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후반 22분 포지션 경쟁자인 워렌 자이르-에메리와 교체돼 피치로 들어선 이강인은 중앙 미드필더로 활약하면서 지지부진하던 PSG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리고 후반 40분, 그의 발끝에서 터진 강력한 왼발 슈팅은 골망을 흔들며 팀에 희망을 안겼다. 이 골은 단순한 득점을 넘어, 침체된 팀 분위기를 단숨에 반전시키고 동점골과 역전승의 밑거름이 된 결정적 한 방이었다.

이날 이강인의 골은 UEFA 슈퍼컵 역사상 한국인 첫 득점이었다. 2008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이 한국인 최초로 슈퍼컵에 출전했지만, 득점에는 실패했다. 이강인은 17년 만에 그 무대를 밟아 골과 우승을 동시에 가져오며 ‘아시아 플레이메이커’의 위상을 전 유럽에 각인시켰다. 스포츠에서 ‘최초’의 기록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커진다.

이강인의 슈퍼컵 활약은 개인 커리어의 흐름을 바꾸는 ‘분수령’이 될 수 있다. 지난 시즌 전반기 루이스 엔리케 감독과 찰떡 호흡을 자랑했지만, 후반기부터 교체 명단에 오르는 날이 많아졌다. 이적설이 무성했지만, 시즌 개막 직전 PSG의 사상 첫 슈퍼컵 우승 주역으로 복귀한 것이다. 명장 알렉스 퍼거슨이 "폼은 순간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Form is temporary, class is permanent)"는 말처럼 이강인의 클래스가 다시 한 번 증명된 순간이었다.

PSG 입단 이후 부상, 전술 변화, 포지션 조정, 벤치 대기 등 숱한 시련을 견뎌낸 이강인에게 이번 슈퍼컵 골은 추운 겨울을 이겨낸 매화의 향기처럼 자신의 축구 재능을 전 세계에 전파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강인의 슈퍼컵 첫 골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다. 그것은 ‘최초’이자 ‘우승’, 그리고 ‘커리어 반전’의 신호탄이었다. 17년 만에 열린 한국인의 슈퍼컵 무대, 그리고 황금 왼발이 만든 역사가 이강인의 가치를 빛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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