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차는 나에게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는 거다.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삶의 일부다." -엔초 페라리(1898~1988)
매년 수백 종의 신차가 쏟아지는 시대. 자동차에 대한 정보는 넘쳐 나는데, 정작 제대로 된 ‘팩트’는 귀하다. ‘팩트 DRIVE’는 <더팩트> 오승혁 기자가 직접 타보고, 확인하고, 묻고 답하는 자동차 콘텐츠다. 흔한 시승기의 답습이 아니라 ‘오해와 진실’을 짚는 질문형 포맷으로, 차에 관심 있는 대중의 궁금증을 대신 풀어준다. 단순한 스펙 나열은 하지 않는다. 이제 ‘팩트DRIVE’에 시동을 건다. <편집자 주>
[더팩트|오승혁 기자] "로고가 낯선데... 이거 어디 차야?"
' 오승혁의 팩트 DRIVE'는 7월 29일 오전부터 31일 퇴근길까지 사흘간 르노 코리아의 효자 '그랑 콜레오스'와 같이 300km를 주행했다. <더팩트>가 위치한 서울 마포구 상암동 중소기업DMC타워에서 팀원들과 경기도 고양시까지 회사 주변을 달리는 시내 주행으로 드라이브를 시작했다.
이후 30일 저녁 8시에 시작된 쿠팡플레이 시리즈 '팀 K 리그 vs 뉴캐슬 유나이티드' 전을 취재하기 위해 수원월드컵경기장과 서울을 오갔다. '가장을 위한 SUV'로 평가 받는 그랑 콜레오스의 진가를 확인하고자 서울 신촌, 종로 등을 돌며 일반 도로 주행도 충실히 해봤다.
그랑 콜레오스 최상위 트림인 에스프리 알핀과 3일의 여정을 함께 했다. 그랑 콜레오스 2.0 가솔린 터보 에스프리 알핀 4WD 가격은 개별소비세 인하 기준 4304만원이고, 2.0 가솔린 테크노 3442만원, 아이코닉은 3827만원이다.
그랑 콜레오스의 시승 소식을 알렸을 때, 주위에서는 "아, 이 차. 길에서 많이 봤는데 이름이랑 회사는 이제야 알았네", "이게 로고만 봐서는 잘 모르겠는데 어디 차야?" 등의 반응이 들렸다. 차에 제법 관심 있는 이들은 "그 차 엄청 편하다며? 타보고 알려줘" 등의 말을 했다. 2024년 9월 인도를 시작해 누적 4만 4063의 판매고를 올리며 르노코리아의 효자가 된 그랑 콜레오스의 액셀을 밟고 다양한 궁금증을 풀어본다.
Q. 이름부터 낯설다. ‘그랑 콜레오스’가 뭡니까?
A. 처음 들으면 ‘꼴레우스? 쿨레우스?’ 하는 반응이 나올 수 있다. 실제로도 여러 시승기에서 그랑 콜레오스의 이름을 꼴리오스, 쿨리오스 등으로 잘못 표기한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콜레오스(Koleos)가 라틴어(Cōleus)로는 ‘고환’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그랑(Gran)은 여러 유럽 문화권에서 '거대한', '위대한' 등의 의미를 담아 수식어로 쓰인다. 그래서 그랑 콜레오스를 직역하면 '거대한 고환'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어 이름 때문에 놀림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르노 측 설명은 다르다. 라틴어 단어 '코리옵테라'(Coleoptera)에서 따와서 차 이름을 지었다고 밝혔다. 이 단어는 딱정벌레목을 의미하며, 강인함과 견고함을 연상시키는 단어다. 강인함과 보호, 웅장함 같은 상징적 의미에서 따왔고, 앞에 ‘그랑(Grand)’을 붙여 ‘웅장한 SUV’라는 뜻을 담았다고 한다.
Q. QM6랑 얼마나 다른가요?
A. 수출명이 콜레오스였던 QM6의 후속 모델로 개발된 차량인 것은 맞다. 하지만, 르노삼성자동차에서 르노코리아자동차로 사명이 바뀌면서 2022년 당시 르노 회장의 방한이 이뤄지면서 그랑 콜레오스의 개발이 언급됐다. 동일한 플랫폼을 사용해 여러 차종을 만드는 '배지 엔지니어링' 모델로 볼보 XC40, 폴스타 2와 동일한 플랫폼이 적용됐다.
다만 현대 산타페와 기아의 쏘렌토로 양분되어 있던 국내 중형 SUV 시장에 진입하면서 한국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실내외 인테리어와 편의 시설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통상 출시 1년 안에 3만대 이상이 팔리면 성공했다고 하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출시 약 1년 만에 4만대 이상의 판매를 달성한 그랑 콜레오스의 흥행은 자동주차, 동승자 디스플레이, 넓은 실내공간에 힘입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처음에는 어색했던 자동주차 기능은 한 번 써보니 계속 쓰게 만드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주차에 나름 자신이 있어 급한 상황에는 스스로 주차했지만, 주차선이 그어져 있는 여러 공간에서는 '오토파킹' 기능을 주로 썼다. 드라이브 모드로 서서히 주행하라는 안내에 따라 주차장을 돌다 보면 주차 자리를 찾은 그랑 콜레오스가 이제 '핸들과 브레이크를 작동하지 말라'고 안내한다. 그 지시에 따라 가만히 있으면 힘차게 핸들을 돌리고 앞뒤로 움직이며 똘똘하게 주차를 해낸다.
운전석에서는 보이지 않는 동승석의 디스플레이 역시 매력으로 다가왔다. 파노라마 디스플레이를 동승석 앞까지 확대해 운전을 방해하지 않게 운전석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동승자는 해당 디스플레이로 유튜브, 음악 등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었다.
예전에는 함께 지도를 보고 길을 찾아야 해서 조수석이라고 불렸지만, 지금은 동승자석으로도 더러 불리는 자리에서 함께 가는 이가 길이 아닌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즐기며 차에 있는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보내는 모습에 마음이 편해지기까지 했다.
Q. 진짜 국산차 맞나요? 중국산 얘기도 들리던데요.
A. 플랫폼 개발에 중국 지리자동차가 참여했고 이에 르노코리아자동차가 기술 사용료를 지불해 지리그룹은 현재 르노코리아의 2대 주주다. 그래서 ‘르노 지리코리아’라는 농담도 들리지만, 생산 공정의 60% 이상이 한국에서 이뤄지고, 국내에서 조립·마감된다. 통계적으로도 국산차로 분류되며, "Born in France, Made in Korea"(본 인 프랑스,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문구를 공식 슬로건으로 사용한다.
프랑스 기업인 르노에서 태어난 그랑 콜레오스가 한국에서 만들어지고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중국 자동차 기업들의 성장세가 지속되는 만큼, 르노코리아 외에도 국내외 여러 자동차 브랜드의 지분에 지리그룹을 비롯한 중국의 지분이 늘어나는 점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르노코리아도 이 점을 반영해 플랫폼만 동일하게 적용할 뿐 인테리어와 엑스테리어 부문 등에서 국내 생산을 강조하기 위해 애쓴다. SKT의 T맵과 협업해 그랑 콜레오스 내에 T맵 내비게이션을 적용했고 "아리야~"라고 불러 AI 비서를 호출하는 방식으로 실내 온도 등을 조정할 수 있게 했다.
실내 공간의 넓이와 적재 공간에도 크게 신경 썼다. 그랑 콜레오스는 파워트레인이나 구동 방식과 상관없이 크기도 모두 동일하다. 전장 4780㎜, 전폭 1880㎜, 휠베이스 2820㎜이고 트렁크 용량도 같아 기본 633ℓ 이고, 뒷좌석을 폴딩하면 2034ℓ까지 늘어난다. 평균 키의 남여가 뒷좌석에 앉았을 때 다리를 쭉 뻗어도 크게 부담이 없고 차박도 용이한 정도의 크기다.
타보니 이 차의 높은 판매고를 확실히 이해할 수 있었다. 편하고 스마트한 SUV를 찾는 이들에게 추천할 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