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한미 관세협상 타결을 두고 여야가 온도차를 드러냈다. 민주당은 "국익을 지킨 실용외교"라며 환영했지만, 국민의힘은 농산물 개방 가능성과 자동차 경쟁력 약화를 우려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31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해 "미국과의 관세협상이 성공적으로 타결됐다"며 "역시 이재명 정부다.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는 옳았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출범 2개월 만에 국민의 큰 기대에 값진 성과로 응답해 준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에 감사드린다"며 "특히 우리 농민의 생존권과 식량안보를 지켜냄으로써 민생경제 회복에 대한 대통령과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시켜 줬다"고 평가했다.
SNS를 통해서도 김 원내대표는 "한미 관세협상 타결은 국민주권 정부의 실용외교가 거둔 값진 성과"라며 "대통령 말씀처럼, 이번 협상을 통해 미국과의 산업협력은 더 강화될 것이다. 당연히 한미 동맹도 더 확고해질 것이라 믿는다"고 전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미국과의 관세협상 타결을 환영한다"며 "그동안의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우리 경제에 긍정적 신호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번 협상 결과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우리 경제가 직면한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계기로 삼아야겠다"고 덧붙였다.
당대표 후보자들도 기대감을 드러냈다. 정청래 후보는 SNS를 통해 "이런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일본, 유럽연합(EU)과 비교해 보건데 선방했고, 상대적으로 최혜국대우를 받았다고 평가받을 만하다고 평가한다"며 "피 말리는 외교협상전에서 시시각각 각론과 총론의 조합을 끌어내느라 수고하셨을 대통령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박찬대 후보도 "이재명 정부는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과의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우리 기업들이 공정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며 "이번 협상이 대한민국 경제에 긍정적 전환점이 될 수 있도록 저도 국회에서 이재명 정부의 통상 외교, 국익 중심 실용 외교를 전폭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영진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대미 자동차 등 여타 수출이나 이런 문제 속에서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정도로 평균적 스탠다드로 합의했다로 본다"며 "한미 정상회담도 2주 안에 워싱턴에서 갖기로 했으니까 한미 간의 관계에 파란불을 켜고 갈 수 있게 됐다고 본다"고 했다. 박범계 의원은 "우리가 주요국보다 우월적이거나 적어도 동등한 조건으로 (타결했다)"고 전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송언석 비대위원장은 자동차 산업 경쟁력과 대미 투자 규모에 대한 부담을 지적했다.
이날 열린 비대위회의에서 송 위원장은 "15% 관세율로 합의됐다는 점은 일본이나 EU와 동일한 차원에서 관세율을 부담한 것이기 때문에 적절한 수준"이라면서도 "그간 미국과 FTA(자유무역협정)를 통해 우리나라 자동차 관세율은 제로였고, 일본은 2%를 적용받고 있었다. 동일하게 15%의 관세율이 적용되면 상대적으로 일본 차의 경쟁력이 더 커지는 점이 우려된다"고 했다.
송 위원장은 "이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얻기 위해 관세협상에서 부담을 많이 하게 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외교·안보·국방 차원의 다른 이슈 중 아직 국민에게 알려지지 않은 이슈가 혹시 남아있는 것인지 이 부분에 대해 정부에서 국민에게 소상히 밝혀주시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언급했다.
김정재 정책위의장도 "이재명 정부가 자화자찬에 몰두할 떄가 아니다"라며 "협상이 타결됐다고 해도 이미 상당수 우리 기업들이 관세 부담을 예고 받은 상황이고 타결 과정에서 여러 희생과 양보가 뒤따랐다"고 했다.
농해수위 야당 간사인 정희용 의원은 농산물 문제를 직접 언급했다. 그는 입장문에서 "이 대통령 페이스북 메시지에는 농산물에 대한 언급이 없고, 정책실장 역시 브리핑을 통해 '농축산물 관련 논의는 없다'고 밝혔다"며 "그러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본인의 SNS를 통해 '한국은 미국과의 무역에서 완전히 개방할 것이고, 농산물 등 미국산 제품을 받아들이기로 합의했다'고 언급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 의원은 "농민들과 국민의 혼선을 줄이기 위해 왜 이러한 해석의 차이가 있는 건지 상세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박상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송 위원장의 이같은 평가에 "유감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 수석대변인은 "8월1일이라는 (상호관세 발효) 시한을 앞두고 대외적 불확실성 또 여러 일이 걸린, 이 어려운 협상을 해낸 협상단을 치하하고, 앞으로 과제를 함께 풀어나가겠다고 하는 것이 진정한 야당의 태도 아니겠나"라며 "그런데 그렇지 않고 마치 안 되길 바라고 고사 지내는 듯한 태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