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에 사망환자 늘었는데 의대생 특례···당정, '집단행동 방지법'은 외면


'특혜 반대' 여론에도 의대생 특례 조치
환자 요구 '필수의료 공백방지법' 검토만
전공의 복귀 방안 논의도 환자 우려 커져

29일 정부여당이 특혜 반대 여론에도 집단으로 수업 거부한 의대생 복귀를 허용하고 추가 의사 자격 시험 기회 제공 등 특례 조치를 한 반면 의료공백 피해를 입은 환자들이 요구하는 의사 집단행동 재발방지법과 피해 보상 등은 진행하지 않아 비판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월 9일 서울대학교병원. /사진=임영무 기자

[더팩트ㅣ이준영 기자] 정부여당이 특혜 반대 여론에도 집단으로 수업 거부한 의대생 복귀를 허용하고 추가 의사 자격 시험 기회 제공 등 특례를 주는 반면 의료공백 피해를 입은 환자들이 요구하는 의사 집단행동 재발방지법과 피해 보상 등에는 소극적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29일 환자들과 시민사회는 전공의 집단 사직 등에 따른 피해 당사자인 자신들 목소리는 반영하지 않은채 의료계가 요구하는 의대생과 전공의 복귀 특례만 진행하는 당정에 비판 목소리를 냈다.

앞서 지난 25일 교육부는 의대 총장 건의 등을 받아들여 의대 증원 정책 반발로 수업을 집단 거부해 유급 대상이 된 의대생 8000여명의 2학기 복귀를 허용했다. 다수 의대는 1년 단위인 학년제로 운영해 현행 학칙으로는 유급 확정시 2학기 복귀가 불가능하다. 학칙을 바꿔 2학기 복귀를 허용한 것이다. 2학기 복귀하는 의대 본과 3·4학년생이 의사 국가시험(국시)을 치를 수 있도록 추가 시험도 계획하고 있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복귀 의대생 추가 강의와 추가 국시 비용에 쓴다. 이 과정에서 기존에 복귀했거나 학교를 떠나지 않은 의대생, 타과 학생 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지만 당정은 강행했다.

지난해 2월 1만여명이 집단사직해 1년 6개월째 환자 곁을 떠난 전공의 복귀 방안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전공의협의회 등은 지난 25일부터 매주 한차례 수련협의체 논의를 통해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등을 논의하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국민과 환자들이 특혜로 인식하는 입영 연기, 수련 단축, 추가 전문의 시험 요구는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했지만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요구가 나오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최근 밝힌 3대 복귀 요구안은 윤석열 정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재검토를 위한 현장 전문가 중심 협의체 구성, 의료사고 법적 부담 완화 위한 논의기구 설치,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과 수련 연속성 보장이다. 수련 연속성 보장 차원에서 특례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의료사고 시 의사 과실을 환자가 입증해야 하는 현 제도에서 의사들의 의료사고 법적 부담 완화까지 요구한 것에도 환자들과 시민단체 우려가 크다. 이미 지난 정부에서 전공의 대상으로 정기 모집 외에 특례 추가 모집, 사직 1년 내 동일 과목·연차 복귀 제한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 수련특례, 전문의 취득 시까지 병역을 미룰수 있는 입영 특례 등을 제공한 바 있다.

의대생 특례 조치와 전공의 복귀 방안 논의는 국민적 반대에도 이뤄졌다.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올라온 '의대생·전공의에 대한 복귀 특혜 부여 반대에 관한 청원'은 게시 5일만인 지난 22일 소관 상임위 회부 요건인 동의인 5만명을 충족했고 29일엔 7만7000명을 넘었다. 해당 청원 작성자는 전공의 부재에 가장 큰 피해자는 환자와 국민이라며 "극단적 집단행동으로 교육과 수련을 중단한 사람들에게 아무런 책임도 묻지 않고 복귀를 허용한다면 유사한 방식의 반발이 반복되고 의료 정책 일관성과 공공성을 훼손한다"고 청원 이유를 밝혔다.

지난 25일 올라온 '의대생 특혜 복귀 주도한 박주민 보건복지위원장 사퇴 청원'도 기한 내 100명의 찬성 요건을 달성해 국회가 공개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국민 상식과 법치를 어기고 의대생에 책임 추구 없이 특혜성 복귀를 비호해 피해자 국민을 외면했다는 이유다.

의료계에 특례 조치를 준 정부여당은 환자들이 1년 넘게 요구하는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 분야 경우 집단행동 재발을 법적으로 막는 필수의료 공백 방지법은 발의하지 않고 있다. 사진은 2024년 7월 4일 한국환자단체연합회와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의사 집단휴진 철회 및 재발방지법 제정 환자촉구대회에서 구호를 외치는 모습. /사진=이새롬 기자

의료계에 특례 조치를 준 정부여당은 환자들이 1년 넘게 요구하는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 분야 경우 집단행동 재발을 법적으로 막는 '필수의료 공백 방지법'은 발의하지 않고 있다.

또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인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작년 11월 대표 발의한 '의료대란 피해보상 특별법' 제정안도 다수당임에도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위 소속 김윤 민주당 의원이 지난 3월 전국적 의료서비스 중단 등 국가 보건의료 위기상황 시 환자 피해를 국가가 조사하도록 의무화하는 '보건의료기본법' 개정안도 표류하고 있다. 이는 환자들이 피해보상과 전수조사를 위해 촉구하는 법안들이다.

절대 다수 의석을 가진 여당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1년 넘도록 민주당은 환자들에 필수의료 공백 방지법을 준비중이라고만 하고 의사 눈치를 보느라 발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다수당인 여당과 정부는 환자와 국민에 필요한 의료공백 피해 보상과 이를 위한 전수조사 기구 설치 법도 상임위 소위조차 통과시키시지 않아 국민주권정부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학 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회장은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환자들이 진료와 수술을 제 때 받지 못해 질병이 악화하거나 사망하는 피해가 많았다"며 "의사들이 정부와 투쟁에서 환자를 두고 떠나는 집단행동이 반복되는 상황을 막기 위한 법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 분석 결과, 전공의 집단 사직에 따른 의료공백 시기 초기인 지난해 2∼7월 전국 의료기관에서 초과 사망 환자는 3136명이었다. 초과 사망은 위기가 없었을 때 통상적으로 예상되는 사망자 수를 넘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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