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오승혁 기자] "8층에도, 9층에도 사람 있습니다. 구조대 좀 보내주세요!" 삼성전자 개미투자자들 사이에서 다시 기대감이 감돌고 있다. 삼성전자가 테슬라와 차량용 반도체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에 삼성전자 주가가 28일 11개월 만에 7만원대로 올랐기 때문이다. '존버'한 투자자들은 환호하는 반면 삼성전자 주가가 회복될 때까지 견디지 못하고 떠나 SK하이닉스 등으로 이동한 이들은 후회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29일 <더팩트>의 취재를 종합하면 28일 삼성전자는 총 22조7648억원 규모의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당초 경영상의 이유로 계약 기업은 비공개됐다. 다만 27일(미 현지시간)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자신의 X(구 트위터)에 "차세대 AI6칩을 삼성전자가 공급하기로 했다"고 하면서 삼성전자의 주가는 상승세를 탔다.
삼성전자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6.83% 오른 7만 400원에 장을 마쳤다. 29일 오전 10시께에도 삼성전자는 장중 7만 400원의 주가를 유지하며 '7만 전자' 선을 방어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28일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2조 7290억원 순매수했다. 외국인 순매수 1위 종목이었다. 반면 개인은 3조 5040억원을 순매도했다. 개인 순매도 1위였다. 외국인은 삼성전자가 저점을 찍었다고 판단해 자금을 더 투입했고, 개미는 주가 상승에 손절하고 탈출한 모습이다. 삼성전자 주가가 7만원대에 진입했지만 모두 다 웃은 것은 아니란 얘기다.
8만원 이상 고점에 물려 손절할까 고민했던 이들은 삼성전자의 상승세에 한숨 돌리는 모습이다. 삼성전자 주식 커뮤니티에는 "6층에서 버티다 7층에서 팔았는데, 내가 삼성한테 졌다", "5년간 믿음의 매수 했는데 드디어 웃는다", "이제 9층도 살아있다고 전해라"는 등의 반응들이 올라왔다. 이미 손절하고 떠난 이들은 "SK하이닉스로 갈아탔는데, 눈물 난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테슬라의 협력은 전장사업 확대라는 중장기 테마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감, 엔비디아의 실적 호조, 미국 금리 인하 기대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삼성전자 주가 반등의 모멘텀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일각에서는 아직 '탈출구'까지 갈 길이 멀다는 시각도 있다. 2021년 1월에 장중 최고가 9만 6800원을 기록하며 '10만 전자'에 대한 예측까지 나왔을 때 삼성전자 주식을 구매했던 많은 투자자들이 평단 8~9만원에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이 이득을 얻기까지는 삼성전자의 상승세가 계속되어야 한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테슬라 차량에 탑재되는 자율주행용 AI 칩 중 최신형 칩인 AI6는 내년 가동 예정인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에서 2나노(㎚·1㎚=10억분의 1m) 첨단 공정을 활용해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선단공정에서 수주가 필요했던 삼성전자에는 충분히 의미 있는 수주"라며 "머스크가 금액이 향후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은 향후 'Dojo2'수주까지 확대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했다. 다만 류 연구원은 "이번 수주가 향후 파운드리 사업부 가동률 상승에 긍정적이지만 의미 있는 수익성 창출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