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적대적 두 국가' 재확인에도…정동영 "한미훈련 조정 건의"


北, 이재명 정부 향해 "마주 앉을 일 없다"
'조한관계' 언급하며 적대적 두 국가 강조
鄭, 변화 수단으로 '한미훈련 조정' 언급

북한이 이재명 정부 출범 55일 만에 내놓은 첫 공식 입장이 적대적 두 국가 기조 재확인에 그친 가운데,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한미연합훈련 조정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임영무 기자

[더팩트ㅣ김정수 기자] 북한이 대북 유화책을 전개 중인 이재명 정부에 "한국과 마주 앉을 일이 없다"며 적대적 두 국가 기조를 재확인했다. 정부가 추진한 대북 유화책을 철저히 외면하겠다는 강경한 입장도 내놨다. 특히 북한은 내달 예정된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비난했는데,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한미연합훈련 '조정'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은 28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담화를 통해 이재명 정부에 대한 첫 공식 입장을 냈다. 김 부부장은 북한 대외매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조한관계는 동족이라는 개념의 시간대를 이미 완전히 되돌릴 수 없게 벗어났다"며 남북이 적대적 두 국가 관계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조한관계'는 북한이 지난 2023년 12월 말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뒤 북남관계 대신 사용하고 있는 표현이다.

김 부부장은 우리 정부가 조처한 대북 방송 중단 등 유화책에 대해선 "한국이 스스로 초래한 문제거리들"이라며 "어떻게 조처하든 진작에 하지 말았어야 할 일들을 가역적으로 되돌려 세운 데 불과하다"고 깎아내렸다.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제기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초청 가능성에는 "헛된 망상"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 부부장은 또 "민주를 표방하든 보수의 탈을 썼든 한국은 절대로 화해와 협력의 대상으로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 2023년 12월 말 김 위원장이 남북을 적대적 관계로 규정하면서 발언한 대목과 상통한다. 이재명 정부 출범과 대북 유화책에도 적대적 두 국가 기조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란 점을 재차 분명히 한 셈이다.

정 장관은 김 부부장 담화에도 8월 한미합동군사훈련이 적시돼 있는데 그것이 (이재명 정부 대북정책의) 가늠자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한 수단으로 UFS가 활용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임영무 기자

특히 김 부부장은 "또다시 우리의 남쪽 국경 너머에서는 침략적 성격의 대규모 합동 군사연습의 연속적인 강행으로 초연이 걷힐 날이 없을 것"이라며 내달 예정된 한미연합훈련 '을지 자유의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를 겨냥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마주 앉을 일도, 논의할 문제도 없다"고 못 박았다.

정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 부부장의 담화에 대해 "과거에 비해 순화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고 남북 간의 신뢰가 부족하다는 표시, 아직 불신의 벽이 높다는 걸 다시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부부장 담화에도 8월 한미합동군사훈련이 적시돼 있는데 그것이 (이재명 정부 대북정책의) 가늠자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한 수단으로 UFS가 활용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로 정 장관은 한미연합훈련 '유예' 가능성을 묻는 질의에 "내일(29일) 김남중 통일부 차관이 참석하는 국가안보회의(NSC) 실무조정회의가 열리는데 여기서 이 문제가 주요하게 다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정 장관은 '유예'가 아니라 '조정'이라며 "실무 협의를 하니까 끝나고 나서 방향을 말씀드릴 수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조정의 뜻은 여러 가지가 있다"며 연합훈련 자체를 연기하는 게 아니라 규모 등을 조정하는 방향이라는 점을 내비쳤다.

앞서 대통령실은 김 부부장 담화 직후 "싸울 필요가 없는 상태인 평화 정착은 이재명 정부의 확고한 철학으로 정부는 적대와 전쟁 없는 한반도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행동'을 일관되게 취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정 장관이 UFS를 언급한 만큼 정부가 고려 중인 '행동'이 한미연합훈련 축소로 풀이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대통령실은 통일부 장관뿐 아니라 관련 부처의 의견을 듣고 결정할 것이라는 유보적 입장으로 전해진다.

js8814@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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