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휴가 신청과 실시는 달라…또 다른 프레임 조작"


재난 상황 이유로 대통령실로부터 휴가 신청 반려
"대의를 위해 목숨 걸어본 사람만 손가락질하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27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휴가 신청이 반려된 것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배정한 기자

[더팩트|박지윤 기자]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자신의 휴가 신청이 반려된 것에 관해 "대의를 위해 목숨 걸어본 사람만 나에게 손가락질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위원장은 27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방통위 재난방송·통신 주무부처 역할 우려'라는 발언을 정리한 기사 제목을 캡처한 사진을 업로드했다. 이와 함께 "계획대로라면 나는 휴가 사흘째에 있을 것이지만 내 휴가 신청은 반려됐다. 재난 기간에 휴가를 신청한 것이 부적절하다는 게 그 이유였다"고 시작하는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먼저 그는 "직장 생활을 40년 가까이 했지만 휴가 신청이 반려된 건 난생처음이라 적잖이 씁쓸한 기분이다. 기관장이 휴가 신청을 한 것과 휴가 신청이 반려가 된 것이 기사가 되는 대한민국"이라며 "기관장 휴가 신청에 국회의원들이 논평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그렇게 중요한 기관인데 지금 상임위원 단 한 명으로 중요한 안건들을 심의, 의결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 몫 한 명, 국회 추천 세 명이 아직 임명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위원장은 "만약 내가 재난 기간에 휴가를 갔다면 사람들의 비난과 손가락질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장관급 기관장이 재난 기간에 휴가를 간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만 휴가 신청과 휴가 실행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휴가 신청은 행정 절차이며 장관급의 휴가 신청은 실행 일주일 전에 하게 돼 있다. 오늘 신청해서 내일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의 경우 경과와 공수처 등에 고발된 사건들이 적지 않아 정작 휴가를 실시하더라도 집에서 보낼 예정이라고 간부들에게 말해 뒀다.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당장 뛰어나올 것이라고도 알려뒀다"며 "또한 휴가를 신청한 18일과 휴가를 실시할 예정이던 25일 사이에는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있었다.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충분히 변수가 개입될 여지가 있는 시간이라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이 위원장은 "만약 휴가 실시 전인 23일이나 24일, 폭우가 쏟아지는 등의 자연재해가 있었거나 그 밖의 비상 상황이 발생한다면 휴가 실시는 당연히 없던 일이 될 것이다. 그것은 상식"이라며 "어느 기관이든 휴가 신청은 미리 이뤄져야 하는데 장관과 차관의 휴가는 겹치면 안 되기에 기관 내 간부들의 휴가 일정을 미리 파악해 업무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모든 간부의 휴가 일정이 한꺼번에 겹치게 되는 불상사를 피하고자 사전에 일정을 파악하고 조정하는 것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2003년 3월, 이라크 전쟁이 발발했을 때 네 살이던 딸을 두고 전쟁 취재를 위해 국경을 넘었었다. 살아서 돌아온다는 보장이 없었을 때 어린 자식을 두고 전쟁터로 들어갔다고 정신 나갔다는 비난, 비판도 받았다. 하루 서너 시간씩 자며 취재했고 회사에 도움이 된다면 쓰러질 것 같은 상황에도 방송했다"며 "재난 중에 휴가를 갔다면 비난을 달게 받겠으나 재난 중에 휴가 신청을 한 것을 두고 부적절하다고 지적하는 것은 또 다른 프레임 조작이다. 평생 일 욕심 많다는 이야기를 들어온 나로서는 휴가 반려 소식에 황당함과 씁쓸함을 느낄 뿐"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이 위원장은 "어떤 공무원이라도 부적절한 휴가 사용은 비난받아야 하지만 휴가 신청이라는 행위를 처벌(휴가 반려는 처벌의 성격이 있다고 본다)한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하랴. 나는 대한민국의 기자가 중요한 역사적 사건인 이라크전쟁을 취재해야 한다는 대의를 실현하기 위해 바그다드로 진입했던 기록이 있다"며 "휴가를 신청했다고 비난, 비판하는 것은 선진 대한민국에서 일어날 일이 아니다. 대의를 위해 목숨을 걸어봤던 전력이 있는 사람들만 나에게 돌을 던지라"라고 덧붙였다.

지난 18일 이 위원장은 이달 26일부터 31일까지 휴가를 사용하겠다고 대통령실에 상신했지만, 22일 반려됐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재난 대응 심각 단계에서 재난방송 컨트롤타워인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의 휴가 신청은 부적절하다고 봐 이를 반려했다"며 "휴가는 이재명 대통령의 재가가 필요한 사항이다. 고위공무원은 재가를 통해 휴가를 갈 수 있다. 규정에 따라 반려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 위원장이 휴가를 신청한 당시는 지난 16일부터 시작된 집중호우로 전국에 피해 상황이 극심하던 시기였고 정부의 총력 대응 체계가 가동된 상황이었다. 정부는 집중호우에 대비하기 위해 풍수해 위기 경보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하고 중대본 비상단계를 최고 수준인 3단계로 격상했다. 3단계가 발령된 건 2023년 이후 2년 만에 처음이다.

jiyoon-103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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