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수원=이승호 기자] "여기에 적으면 되나요? 잘 안 보이는데…."
"제가 대신 써 드릴까요?"
'민생회복 소비쿠폰' 신청 첫날인 21일 오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원천동 행정복지센터 민원 창구는 소비쿠폰을 신청하려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살갗을 파고들 것 같은 폭염이 다시 시작됐지만 '소비쿠폰 오픈런' 열기가 더 타오르는 듯 했다.
고령층 위주로 긴 줄이 늘어섰고, 복지센터 직원들은 연신 "천천히 하셔도 됩니다"를 반복하며 안내하기에 바빴다.
신청 대상은 이날 출생 연도 끝자리가 1·6인 시민이었지만, 앱 설치가 어렵거나 한때 버벅거렸던 온라인 신청 시스템 대기에 지친 시민들이 행정복지센터를 찾았다.
한 어르신은 번호표를 쥔 채 "15만 원 받으면 치킨 한 마리 사 먹을까, 배추 사서 김치라도 담글까"라며 웃었고, 또 다른 어르신은 "아들이 신청해 준다고 했는데, 행정복지센터가 시원하다고 해서 마실삼아 나왔다"고 말했다.
마침 첫날 현장 파악에 나선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현근택 수원시 부시장과 함께 이곳에 도착했다. 오전 내내 가평 등 경기북부 집중호우 피해 수습·복구 긴급 대책회의를 주재하고는 곧바로 현장을 찾은 것이다.
그는 돋보기를 썼다 벗었다를 반복하며 서류 작성에 진도를 내지 못하던 한 어르신을 향해 "제가 써 드릴까요"라고 건넸다. 곁에 있던 행정복지센터 직원이 "자필이 아니어도 서명만 본인이 하시면 된다"고 하자, 주소지 등 어르신의 신청 서류 빈칸을 모두 채워줬다.
마침내 접수번호 122번이 불렸고 어르신이 창구 접수를 마치자, 김 지사는 "멋지네요. 잘 쓰세요. 11월 말까지 쓰셔야 해요"라고 꼼꼼히 챙겼다.
"절차는 괜찮으셨어요? 뭐가 제일 불편하셨어요?"
김 지사는 122번 어르신이 돌아간 뒤에도 신청 창구를 한참 돌며 다른 어르신들에게 한마디씩 건넸다.
김 지사는 "새 정부가 어려운 민생을 보듬기 위해 신속히 추경을 편성하고 소비쿠폰도 지급한다. 방향을 제대로 잘 잡았다고 생각한다"며 "소비쿠폰은 민생회복과 경기진작을 위한 것인 만큼 민생회복이 되고 소비진작이 되면 결국은 경제가 잘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1인당 15만~55만 원이 지급되며, 경기지역화폐와 신용·체크카드 포인트 방식으로 받을 수 있다. 연매출 30억 원 이하의 소상공인 업소에서만 사용 가능하며, 백화점·대형마트·유흥업소 등에선 사용할 수 없다.
지급 받은 소비쿠폰은 11월 30일까지 사용해야 한다.
신청 첫날 이재준 수원시장은 인계동 행정복지센터를, 조용익 부천시장은 중동 행정복지센터를 찾는 등 도내 시장·군수들도 현장에서 불편사항을 점검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신청 첫날 온라인 신청이 몰리면서 정부 홈페이지와 일부 카드사 앱에서 접속 장애가 발생하기도 했지만 금세 정상화됐다"며 "오프라인 신청도 오전에 몰렸다가 오후부터 풀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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