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조종사노조 "사조위, 조사 왜곡…희생양 만들기 중단해야"


사조위 "오른쪽 아닌 왼쪽 엔진 정지"
노조 "조사 왜곡·책임 전가" 반발

제주항공조종사노동조합은 20일 성명을 내고 항공기 사고는 단일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사건이 아니라, 다양한 기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하는 사건이라며 조종사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사조위의 악의적 프레임 씌우기를 단호히 거부한다고 밝혔다. /무안=장윤석 기자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지난해 12월 29일 발생한 제주항공 무안공항 참사와 관련해 국토교통부 산하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가 조종사 과실을 사고 원인으로 지목하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제주항공 조종사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제주항공조종사노동조합은 20일 성명을 내고 "항공기 사고는 단일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사건이 아니라, 다양한 기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하는 사건"이라며 "조종사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사조위의 악의적 프레임 씌우기를 단호히 거부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사조위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에 '조종사가 조류 충돌로 손상된 오른쪽 엔진(2번 엔진)을 꺼야 했는데, 왼쪽 엔진(1번 엔진)을 꺼서 블랙박스와 전원이 모두 나갔다'고 언급했다"며 "사고의 원인을 조종사의 단순한 '오판'으로 단정지으려 했고 이는 심각한 조사 왜곡"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조위는 비행기록장치(FDR)와 음성기록장치(CVR) 등 구체적인 자료를 기반으로 한 명확한 사고 조사 결과를 국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정식 보고서도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결론을 유도하는 발언은 원하는 방향의 결론을 내기 위한 자의적 확대 해석이라는 의심을 피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조위의 주장이 정당하려면 조종사가 2번 엔진을 차단하고 1번 엔진만으로 비행을 지속했을 경우 정상적으로 착륙이 가능했는지에 대한 과학적, 기술적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며 "조류 충돌로 동일하게 손상된 1번 엔진이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명확한 데이터, 시뮬레이션, 시험 결과 없이 조종사의 판단만 문제 삼는 것은 전형적인 책임 회피성 희생양 만들기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사조위는 지난 19일 무안공항에서 유가족을 대상으로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엔진 사고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유족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앞서 사조위는 지난 5~6월 사고기 양쪽 엔진을 프랑스 파리로 옮겨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연방항공청(FAA), 보잉 등과 함께 정밀 조사를 진행했다.

유족협의회에 사전 공유된 조사 결과에는 조종사가 조류 충돌로 손상된 오른쪽 엔진이 아닌 왼쪽 엔진을 정지시켜 양쪽 엔진 모두 출력이 상실됐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들은 해당 내용이 아직 최종 보고서가 아님에도 사조위가 확정적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고, 사고조사 결과 발표는 결국 취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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