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이하린 기자] 국민의힘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했던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의 입당을 두고 극심한 혼선을 겪고 있다. 전 씨가 '10만 당원 입당설'을 주장하며 입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다. '극우' 세력과 선을 긋지 못하는 모습에 당 혁신 과제가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8일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 씨의 입당을 두고 당내 비판이 빗발치자, 기존의 '어쩔 수 없다'는 입장에서 '조치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전 씨의 언행에 대한 확인과 함께, 당헌·당규에 따른 적절한 조치 방안에 대한 검토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날(17일) 송 위원장이 "한 개인 입당에 호들갑 떨 것 없다"며 단순 '헤프닝'으로 여겼던 발언과는 대비되는 발언이다. 최수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름(본명)이 달라서 상황 파악을 못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앞서 전 씨는 지난달 8일 전유관이라는 실명으로 온라인 입당을 신청했고, 국민의힘 서울시당이 다음 날 이를 승인하면서 당원이 됐다. 그는 전날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10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당원으로 가입돼 있다"며 "당 대표 선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음 달 22일 충북 청주 오스코에서 개최될 예정인 당 대표 선거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미치겠다는 의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친윤계(친윤석열계)'가 아닌 '친길계(친전한길계)'가 당을 장악하는 것이 아니냐는 당 안팎의 우려가 확산했다. '계엄 반대·탄핵 찬성'을 주장하며 당내 혁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비주류 인사들은 즉각 반발했다. 아울러 당의 변화를 위해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과 비상계엄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 등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임에도 당이 지지부진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안철수 의원은 KBS라디오에 출연해 전 씨 입당에 대해 "과거 입당을 거절한 사례 있다"며 "전한길 강사가 이렇게 우리 당의 당원으로 들어오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김용태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전날 SNS를 통해 "불법계엄 단절이 보수 재건의 전제다. 그런데도 이를 호들갑으로 치부한다면 당의 미래는 없다"며 "자정 작용이 아닌 분골쇄신하는 혁신이 간절하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이 '극우' 세력과의 거리를 두지 못하는 상황에서 갈등만 표면화되면서 국민의힘 혁신이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희숙 혁신위'가 출범하고 인적 쇄신의 과정이 진행 중임에도 당 주류의 벽에 부딪혀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는 이날 당원소환 위원회를 신설해 당원소환제를 실질화할 수 있는 인적 쇄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아울러 조기 공천제도가 추진하기로 했다. 특정 지역구 의원이 당원 소환 요건에 해당할 경우, 전 당원 투표를 거쳐 그 지역구에 조기 공천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차기 총선 공천을 배제하는 방식이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당이 살아남으려면 12·3 비상계엄과 그 세력들과는 손을 끊어야 한다. 그리고 탄핵 반대했던 것에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며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뒤엎으려는 사람을 옹호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혁신위원회가 실질적인 인적 쇄신안을 내놓더라도 여전히 당내 주류인 TK(대구·경북) 의원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고꾸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 평론가는 "송 위원장의 전 씨 조치 방안 검토 지시도 사실 실효성이 없다고 봐야 한다"며 "이번 전당대회에서 탄핵을 찬성하고 계엄 반대했던 인물이 당권을 쥐지 못하면 분당 가능성까지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