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우지수 기자] 야놀자가 외형 확장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복합적인 리스크도 함께 부각되고 있다. 사업 확장에 따른 재무 부담, 규제, 중국계 플랫폼의 공세 등이 겹치면서 토종 OTA(온라인여행사)로서의 경쟁력 유지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야놀자의 올해 1분기 연결 매출액은 218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6%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9억원으로 67.3% 급감했고 분기순손실은 33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외형은 커졌지만 수익성은 뒷걸음질한 셈이다.
재고도 불어났다. 올해 1분기 기준 야놀자 재고자산은 211억7000만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3배 증가했다. 지난해 야놀자는 여행·공연·숙박 사업을 통합한 '놀유니버스'를 출범시키고 인터파크트리플과의 합병을 마무리하면서 외형 확대에 나섰다. 이를 바탕으로 공연 티켓, 여행 상품, 숙박 이용권 같은 콘텐츠를 직접 사들였고 기업 간 거래(B2B) 상품도 늘리면서 재고가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여행 수요가 기대만큼 늘지 않는다면 쌓아둔 재고가 팔리지 않아 손해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이러한 리스크는 야놀자가 사업 확장과 구조 개편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불확실성으로 풀이된다. 인터파크트리플 합병과 놀유니버스 출범 등 통합 플랫폼 전략이 안착하고 수익성이 개선된다면, 국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계 OTA들의 본격 국내 진출 공세도 야놀자에게 부담이 되는 모양새다. 트립닷컴은 지난 1월 국내 여행 앱 다운로드 1위에 오르며 한국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항공권 발권 순위도 2022년 국내 13위에서 지난해 4위까지 치고 올랐다. 트립닷컴은 지난해 글로벌 광고·마케팅에만 약 1조3200억원(70억 위안)을 쏟아부었는데, 이는 국내 최대 OTA인 야놀자의 지난해 전체 매출액 9245억원을 훌쩍 넘어서는 규모다. 알리익스프레스도 여행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시장 진입을 계획하고 있다.
글로벌 플랫폼과의 K팝 마케팅 경쟁도 위협 요소가 되고 있다. 최근 블랙핑크 월드투어 공연 티켓 판매권을 두고 야놀자와 트립닷컴 등 플랫폼들이 입찰 경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립닷컴은 이미 지드래곤, 아이유, 세븐틴 공연권을 확보해왔다. K팝 팬덤과 연계한 항공·숙박 패키지는 수익성이 높고 브랜드 충성도 확보에도 유리하다. 사업 확장으로 K콘텐츠가 주요 사업이 된 야놀자 입장에서는 방어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처럼 시장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국내 플랫폼과 해외 플랫폼 간의 규제 형평성 문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는 야놀자, 여기어때 등 국내 숙박 플랫폼의 거래상 지위 남용 여부에 대한 심의를 앞두고 있다. 아직 본격적인 수수료 규제 논의가 진행된 것은 아니지만, 향후 정부가 제도 개선에 나설 경우 해외 플랫폼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국내 플랫폼만 규제를 받고 해외 업체는 예외가 될 경우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며 "글로벌 기업의 시장 영향력이 커지는 만큼 내·외국계 기업 간 균형을 반영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여행업계 관계자는 "자본력으로 무장한 외국계 OTA들은 한국 시장에 침투해 숙박, 항공 뿐만 아니라 K콘텐츠 판매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며 "국내 여행업계는 콘텐츠의 다양화, 교차판매를 통한 시너지 효과 극대화, 파트너십 확대를 통한 글로벌 경쟁력 향상 등 전략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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