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인니·싱가포르서 해외 판로·LNG 직도입 확장하는 ‘중부발전’


인니, IPP 비중 최근 43%로 확대…기조 발맞춰 수력발전 집중
“초기 LNG 유찰 많았지만, 시장 내 안정적 바이어로 자리매김”

지난 2일 중부발전 인도네시아 기술법인(KEI) 사무실 전경. / 공동취재단

[더팩트ㅣ(자카르타)/인도네시아·(래플스플레이스)/싱가포르=정다운 기자] 글로벌 에너지 전쟁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더팩트>는 지난 2~3일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에 방문해 한국중부발전의 해외법인 사업장을 둘러봤다. 중부발전 인도네시아 기술법인(KEI)은 전방위적인 분석을 통해 발전소 기술지원 등 발전사업의 미래 청사진을 그려나가고 있었으며, 코미포 글로벌은 선제적인 액화천연가스(LNG) 직도입을 통해 시장에서 신뢰를 구축하는 등 해외법인 모두 ‘에너지 선봉장’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었다.

◆전방위 ‘인사이트’로 청사진 그리는 KEI

지난 2일일 인니 자카르타에서 만난 이호태 KEI 법인장은 "인니는 지난 5월 발표한 인도네시아 전력수급계획(RUPTL)에서 2034년까지 추가 설비용량 절반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할당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이 법인장은 향후 발전 청사진으로 △지금 운영 중인 사업의 안정 유지 △수력 등 경쟁력 있는 자원의 선별적 개발 △신재생에너지 가능성 위주로 타진 등을 제시했다.

그는 "인니 RUPTL를 보면 지금 설비용량이 한 87GW~88GW 정도 되는데 여기서 70GW를 추가로 건설하겠다는 계획"이라며 "이 중 43GW트는 재생에너지로 하겠다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KEI는 중부발전의 해외 주요사업 국가인 인도네시아 발전소의 기술지원을 위해 2018년에 설립된 법인이다. 현재는 국내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한 동반성장의 가교역할도 수행(해동진·코미포 팩토리 등) 중이다.

주요사업으로는 △인니 발전사업장 기술자문 및 현지 법인 기술적 요청사항 자문 △정비·기자재분야 한국 우수 중소기업 해외판로 지원 △수마트라 250메가와트(MW )경쟁입찰 수주노력 및 추가 입찰참여 △인니 사업수익의 약 3%(3∼5억원) 공헌활동 등을 펼치고 있다.

이 법인장은 인니 정부의 정책과 외에도 전력 성장률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인니에서 전력 분야 성장률은 7%를 상회하고 있다"며 "발전소를 계속 지어야 하는 데, 정부 자금만으로는 부족해 민자발전회사(IPP)를 많이 들여와 짓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실제 인니의 IPP 비중은 2019년 31%에서 2023년 43%로 크게 증가했다. 더욱이 지난 대선에서 인니 대통령은 어린이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이로 인해 향후 IPP 비중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이 법인장은 "인도네시아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2024년 10월 취임)은 취임식 때 에너지 자립을 강조하면서 수력을 가장 먼저 언급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중부발전은 인니 내 왐푸 수력발전소(45MW)와 땅가무스 수력발전소(55.4MW)를 운영하고 있는데, 가격 경쟁력만 갖춘다면 향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법인장은 사회공헌(CSR) 활동을 통한 인식 제고의 중요성도 밝혔다.

그는 "장기적으로 사업을 이어가려면 단순히 운영만 잘하는 게 아니라, 지역사회에 더 다가가야겠다 싶다"며 "우리는 단순히 사업하러 온 게 아니라 이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치원도 시골에 지어주고, 실제로 현장에서 가서 보면 마음이 뭉클하다"며 "어려운 점은 이후 유지관리를 안 해서 실질적인 유지보수까지 다 챙기고 있는 실정"이라고 부연했다.

또 그는 "당분간은 기존 자산(석탄발전소 등)은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동시에 지금 개발 중인 수력 사업에 더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3일 중부발전 코미포 글로벌 싱가포르 사무실 전경. / 공동취재단

◆발전공기업 최초 LNG직도입 시행…쉴 틈 없는 코미포 글로벌

중부발전은 2015년부터 발전공기업 최초로 가스공사 평균요금제만을 이용하던 기존 복합발전기의 연료공급방식에서 벗어나 선도적으로 LNG 직도입을 통한 연료공급을 하고 있다.

LNG 직도입 개시 이후 중부발전은 평균요금제 가격 대비 누적 절감액 총 1조1773억원을 기록(2024년 12월 기준)했고, 작년에는 발전 5사 최대 LNG 복합 전력 판매량을 달성한 바 있다.

2015년부터는 싱가포르 법인 ‘코미포 글로벌’에 파견직원을 보내고 있다. 현재는 조항성 법인장과 윤득희 차장 2명의 파견직원과 현지 직원 1명이 함께 근무 중이다.

현재는 시장에 안착해 장기계약 등 굵직한 성과를 내고 있지만, 싱가포르 내 LNG 시장에서 바이어로 자리잡기까지 과정은 쉽지 않았다.

지난 3일 코미포 글로벌 사무실에서 만난 윤 차장은 "초기에 나온 직원들은 초기 LNG 유찰도 많이 경험하고, 홍보 자료 만들어서 돌아다니며 입찰 홍보를 많이 했다"며 "시장에 만나달라고 사정도 하는 등 고생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직도입이 11년 차에 접어든 지금은, 셀러들에게 신용도 좋고 돈이 밀리지 않고 바로바로 나가니까 시장에서 안정적인 바이어로 자리 잡힌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장에 안착하자 소위 ‘싱가포르 LNG 이너서클’에 소속됨으로써 LNG 시장의 실시간 정보 획득도 용이해 졌다. 싱가포르 내에는 약 50개의 LNG 공급자, 트레이딩 하우스가 상주하고 있다.

또 최근 우크라이아·러시아, 이스라엘·이란 전쟁에 따른 호르무즈 봉쇄 위협 가능성 등으로 LNG 현물가가 요동치며 안정적인 수입원 확보 중요해지고 있다. 때문에 직원들의 일상은 장·단기 계약을 맺기 위한 분석에 매진하고 있다.

조 법인장은 "LNG는 수요가 낮을 때는 배럴당 2달러 수준에서 수요가 급증할때는 90달러까지 치솟는 등 변동이 크다"며 "LNG는 뽑아냈으면 반드시 소비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0년 전 직도입 당시는 가격이 매우 낮았지만, 향후 10년을 예측하기란 어려운 것"이라고 부연하며 업무의 난이도를 토로했다.

윤 차장도 "기밀이기 때문에 누가 얼마에 샀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어 각종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코미포 글로벌은 해외 투자 리스크 최소화, 본사 신규 개발 사업에 관한 법률, 재무, 기술 분야별 자문계약 체결 등을 지원하며 해외 발전소를 뒷밤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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