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한민국 21대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임기를 시작한 만큼 한층 더 분주한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국정운영의 틀을 잡아온 지난 한 달 동안 이 대통령의 행보를 꿰뚫는 키워드는 '실용'으로 요약할 수 있다. 민생·경제 위기에 대한 해법을 모색할 때도, 정상외교 복귀를 선언할 때도, 이를 위해 뛸 내각과 참모진을 구성할 때도 '이익이 되면 한다'는 기조를 분명히했다. <더팩트>는 숨가빴던 이 대통령의 한 달을 분야별로 3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더팩트ㅣ이헌일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틀 만인 지난달 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가장 먼저 정상통화를 하며 정상외교를 시작했다. 이어 지난달 16일에는 캐나다에서 개최된 G7 정상회의에 참석하며 대한민국의 외교 무대 복귀를 전 세계에 선언했다.
반면 일주일 뒤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는 고심 끝에 불참을 결정했다. '국익 중심 실용외교'라는 기조대로 정상외교 정상화는 속도감 있게 진행하되, 이해득실과 우선순위를 철저히 따져 움직이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6일 오후 약 20분간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첫 정상통화 포문을 열었다. 이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해 각국 정상과 통화하며 유선으로 첫 인사를 나눴다.
지난달 15일에는 G7 정상회의 참석을 발표하며 외교무대 데뷔를 예고했다. 취임 이후 준비할 기간이 너무 짧아 뚜렷한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으나 결단을 내렸다. 약 6개월 간 멈췄던 정상외교를 재가동하고,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본격화하겠다는 의지였다.
현지에서는 말그대로 숨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16일(현지시간) 캐나다에 도착하자마자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정상외교 스타트를 끊었다. 이어 앤소니 알바니지 호주 총리와도 정상회담을 진행했고, G7 초청국 리셉션과 만찬에 참석했다.
이튿날 오전에도 브라질, 멕시코, 인도 정상을 비롯해 유엔(UN) 지도부 등과 정상회담 및 약식회동을 잇따라 가졌다. 오후에는 G7 정상회의 회원국 및 초청국 정상들이 함께 하는 확대세션에 참석해 두 차례 발언했고, 영국, 유럽연합(EU) 지도부와 정상회담을 이어갔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첫 정상회담을 진행하며 협력 강화에 뜻을 모았다. 이후에도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 회담을 가졌다. 만 이틀이 안 되는 기간 다자회의 공식일정 외에도 10건의 정상회담을 소화한 셈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현지 브리핑에서 "국제사회에 민주한국이 돌아왔다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각인시켰다"며 "한국의 정상외교는 완전히 복원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실현했다"며 "거의 모든 양자회담에서 예외없이 무역, 투자, 통상, 공급망, 에너지 등 우리 경제와 기업에 도움되는, 실질적으로 협력을 증진하는 방안에 대한 집중적인 논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관심을 모았던 한미 정상회담은 일정까지 확정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조기귀국이라는 변수가 발생하면서 무산됐다.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벌어지자 트럼프 대통령이 일정을 조기 종료하고 귀국하기로 결정했고, 미국 측에서 양해를 구했다는 설명이다.
귀국 뒤에는 NATO 정상회의 참석 여부를 두고 고심을 이어가는 모습이었다. 22일 오후 대통령실이 정상외교 관련 브리핑을 연다고 당일 오전 공지하면서 참석으로 기운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으나 결국 불참을 결정했다. 위 실장은 "대통령 취임 직후의 산적한 국정 현안에도 불구하고 그간 대통령의 이번 NATO 정상회의 참석을 적극 검토했다"며 "여러가지 국내 현안과 중동 정세에 따른 불확실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번에는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결국 복잡한 국제 정세 속에 회의 참석으로 큰 이득을 얻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경제 이슈가 중심인 G7 정상회의와 달리 NATO 정상회의는 군사·안보 성격이 강하고, 미국까지 이란 핵 시설 타격을 감행하면서 중동을 둘러싼 정세는 더욱 불안해진 상황이었다. 이런 급박한 상황을 감안하면 현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재추진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많았다.
G7 정상회의가 무산되면서 외교·통상 분야 최대 현안인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에서 어떻게 실마리를 풀어가느냐가 과제로 남은 상황이다. 일단 대통령실은 며칠 남지 않은 상호관세 유예 조치 만료기한을 앞두고 한미 정상회담 재추진에 힘을 쏟는 모습이다.
위 실장은 NATO 정상회의를 대참하고 귀국한 뒤 "(한미 정상회담에) 약간의 진전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시점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조속히 추진하자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정상회담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양 국 교감 아래 계속 조율하고 있다. 관세도 상호 교감 아래 조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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