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인천=최수빈 기자] 가수 싸이의 계절이 돌아왔다. 매년 여름, 시원한 물줄기와 뜨거운 열정이 뒤섞이는 '흠뻑쇼'는 이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이 공연은 단순한 콘서트를 넘어 여름이라는 계절 자체를 상징하는 존재가 됐다. 싸이 역시 매해 무대 위에서 내일이 오지 않을 것처럼 노래하고 춤추며 관객들과 호흡한다. 모두가 핸드폰을 꺼내 드는 시대에 그는 늘 기록하기보다 기억해달라고 말한다. 전국 모든 관객들의 기억을 흠뻑 적실 준비를 마친 '공연 장인' 싸이다.
싸이가 28일 오후 6시 인천광역시 서구 인천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싸이흠뻑쇼 SUMMERSWAG 2025(싸이흠뻑쇼 썸머스웨그 2025, 이하 '흠뻑쇼')'를 개최하고 팬들과 만났다. 공연장은 시작 전부터 수많은 인파로 가득 찼고 약 3만 명의 관객이 운집했다.
'흠뻑쇼'는 싸이의 여름 대표 브랜드 콘서트다. 2011년 '싸이의 썸머스탠드 훨씬 THE(더) 흠뻑쇼'로 시작한 이 콘서트는 그간 다채로운 무대 연출은 물론 열기를 식혀줄 워터 캐논, 화려한 게스트 군단으로 풍성한 볼거리를 자랑하며 '믿고 보는 공연'으로 자리 잡았다.
싸이는 '챔피언' 무대로 공연의 포문을 열었다. 동시에 워터캐논(물대포)이 시원하게 분사됐고 싸이 특유의 유쾌한 멘트와 함성 유도에 관객들의 열기도 빠르게 상승했다. 이어 '예술이야' '낙원' 등 히트곡이 연달아 펼쳐지며 공연장은 단숨에 축제의 현장이 됐다.
싸이는 "준비 기간이 약 두 달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첫 공연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다. 오늘이 투어의 첫날인데 현재까지는 대박이다"라며 "지금 이 마음 담아서 노래 불러드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어 싸이는 '감동이야' 'I Luv it(아이 러브 잇)'을 부르며 분위기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싸이는 "첫 공연 첫 관객 반응이 너무 좋으니 보답으로 한 곡 더 불러드리겠다"며 "제가 가수이기도 하지만 작곡가이기도 하다. 다른 가수가 어떤 노래를 낼 때 '내가 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곡이 있다. 그중 하나를 불러드리겠다"고 말해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싸이가 말한 곡은 로제와 브루노 마스의 '아파트'였다. 싸이가 '아파트'의 첫 소절을 부르자 첫 게스트로 로제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에 관객들의 환호성도 더 뜨거워졌다. 이어 로제는 'toxic till the end(톡식 틸 디 앤드)'를 부르며 무대를 장악했다.
로제는 "진짜 상상만 하던 '흠뻑쇼'에 초대를 받아서 너무너무 기쁘다. 그러다 보니 너무 부끄럽다. 제가 지난해 12월 첫 앨범을 내고 정말 많은 분들께 사랑을 받아서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다"며 "다음 곡은 제가 예전에 발매한 곡인데 지금까지도 많은 위로가 되는 노래다. 같이 불러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로제는 'Dance all night(댄스 올 나이트)'를 부른 뒤 퇴장했다. 분위기가 한껏 달아오를수록 워터캐논 또한 더 강하게 터졌고 현장 분위기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공연 2부는 'WE ARE THE ONE(위 아 더 원)'으로 시작했다. 싸이는 "아직까지 안 뛰는 분들이 있다. 오늘 안 뛴다고 해서 내일 덜 아프지 않다. 그냥 미친듯이 뛰어달라. 행복해서 뛰는 게 아니라 뛰어서 행복한 거다"라고 말해 관객들의 환호성을 이끌었다.
이어 '오늘밤새' '어땠을까' '나팔바지' '아버지' 'Daddy(대디)' 등의 폭발적인 퍼포먼스가 이어지면서 한순간의 콘서트장은 한 편의 '예술'이자 '낙원'으로 변해갔다.
두 번째 게스트는 지드래곤이었다. 그는 'POWER(파워)'를 부르며 등장했고 관객들의 떼창이 더해져 완벽한 하모니를 완성했다. 그는 "누가 저를 게스트로 잘 안 부른다. 근데 슈퍼스타 중에서도 슈퍼스타인 싸이 형이 불러서 왔다"며 "제가 알아보니까 '흠뻑쇼'가 두 번째더라. 12년 전에 온 적이 있다. 다시 만나 뵙게 돼서 너무 반갑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후 지드래곤은 '크레용'과 '삐딱하게'를 연달아 선보이며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었다. 쏟아지는 물줄기 속에서도 떼창은 이어졌고 공연장은 열기로 가득 찼다.
3부에서는 'Gentleman(젠틀맨)'을 시작으로 '밤이 깊었네' 'New face(뉴 페이스)' '흰수염고래' 등의 에너제틱한 곡들이 이어졌다. 싸이는 관객들의 열띤 반응에 힘입어 더욱 거침없이 무대를 장악했다.
특히 '강남스타일'로 분위기를 완벽하게 반전시켰다. 그는 "정규 선곡 마지막이다. 하지만 어느 공연을 가더라도 관객분들이 단 한 명도 동요하지 않는다. 왜 가수가 마지막 곡이라고 하는데 웃고 있는지 싶다"며 "저는 오늘 너무나 많은 거를 준비했지만 정해진 순서에 따라 일단 한 곡 들려드리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싸이는 '연예인'을 부른 뒤 잠시 퇴장했다. 이에 관객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싸이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에 싸이는 '바람났어' 'Sorry Sorry(쏘리 쏘리)' 'Nobody(노바디)' '내가 제일 잘 나가' 등으로 구성된 댄스 메들리로 모습을 드러냈다.
싸이는 "더 아낌없이 남김없이 뛰어달라. 내일이 돼도 후회 없을 정도로 뛰어달라. 준비됐냐"고 말했고 관객들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환호성으로 그의 열정에 화답했다.
싸이는 '나는 나비' '낭만 고양이' '아파트' '그대에게' '여행을 떠나요'로 구성된 락 메들리로 한순간의 무대를 압도했다. 그는 관객들의 떼창을 들으며 노래에 맞는 안무를 선보였다. 이후 싸이는 '마지막 장면'을 부르며 다시 한번 무대에서 퇴장했다.
그러나 싸이는 역시 싸이였다. 관객들의 환호성에 다시 또 모습을 드러냈고 '챔피언' 'That That(댓 댓)' '걱정말아요 그대' '예술이야'까지 이어지는 앙코르곡을 모두 소화했다. 특히 감사하다는 인사를 끝으로 완벽히 퇴장한 듯싶었지만, 관객들이 떠나지 않고 공연장에서 사진을 찍고 있자 다시 한번 무대 위에 올랐다.
이후 싸이는 '강남스타일' '연예인' '챔피언'까지 부르며 총 4시간의 공연을 마무리했다.
4시간 이어진 공연이었지만 시간은 무색했다. 누구도 시계를 보지 않았고 모두가 지금 이 순간에만 몰입했다. 내일이 오지 않을 것처럼 뛰고 소리 지르며 웃던 관객들. 어쩌면 오늘 이 자리에서의 추억이 누군가에겐 평생을 살아갈 힘이 될지도 모른다.
싸이는 그렇기에 '기록'이 아닌 '기억'을 남기길 바랐다. 그 바람은 이날도 현실이 됐다. 올해도 '흠뻑쇼'는 그렇게 또 한 편의 여름을 완성했다.
'흠뻑쇼'는 이날 인천을 시작으로 의정부 대전 과천 속초 수원 대구 부산 광주까지 총 9개 도시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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