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조채원 기자] 교육부가 친일 미화와 절차적 부실 논란이 불거진 한국학력평가원 고등학교 역사 교과서의 검정 취소 절차에 착수했다. 해당 교과서에 대해 '검정 역사교과서 출판실적 기준을 위반해 검정취소 등 사유에 해당한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온 지 한 달여 만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4일 "해당 교과서에 대한 검정 취소 절차가 진행 중"이라며 "심의위원회 개최와 청문 절차가 남아있다"고 밝혔다.
학력평가원 교과서 감사는 지난해 11월 28일 국회 교육위원회 요구로 이뤄졌다. 감사원은 지난 4월 28일 결과 보고서에서 "교육부장관은 출판실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하는 한국학력평가원 역사교과서에 대해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 제38조 제1호에 따라 적정한 조치를 할 것"을 통보했다. 규정에 따르면 해당 '적정 조치'는 검정 합격 취소 또는 1년의 범위 안에서 발행 정지에 해당한다.
한국학력평가원 교과서는 지난해 8월 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검정을 통과했다. 그러나 '최근 3년 간 검정출원 교과 관련 도서를 1책 이상 출판해야 한다'는 검정 신청 자격에 미달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학력평가원이 2007년에 만든 역사 문제집의 표지만 바꿔 2023년 재출간했다는 점이 밝혀지면서다.
절차적 하자 뿐 아니라 친일·독재를 미화하고 독립운동사 의미를 축소하는 내용을 담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지난해 9월 "연도·단체명 등 기초적 사실관계 오류뿐 아니라 식민지 근대화론과 같은 편향된 역사 인식이 근현대사 기술에 스며들어 있다"며 "총 338건의 오류가 확인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현재 이 교과서를 채택한 학교는 전국에서 경북 문명고등학교가 유일하다. 검정이 취소되면 이 교과서를 사용할 수 없게 돼 학교 현장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용기 문명고 친일·독재 미화, 불량 한국사교과서 채택 대응 대책위원회 상임대표는 "논란의 교과서를 굳이 채택해야 했는지 학교 측에 꾸준히 문제제기 해 왔는데 결국 학기 중 검정 취소될 수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검정 취소 조치는 당연한 것이지만 이 정도로 오랜 시간이 필요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