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세종=김형중 기자] 최민호 세종시장이 저출산, 지역 소멸, 정치 양극화라는 세 가지 위기를 '삼각파도'에 비유하며 우려를 표명했다.
최 시장은 매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페이스북)에 올리는 '최민호의 월요이야기'를 통해 2일 현재 대한민국의 위기를 날카롭게 진단해 울림을 주고 있다.
삼각파도는 서로 다른 방향에서 몰려온 파도가 충돌하며 생기는 거대한 파도다. 뱃사람들에게는 피해야 할 공포의 존재다. 최 시장은 이 삼각파도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집어삼키려 한다고 경고했다.
그의 목소리는 단순한 지방자치단체장의 호소를 넘어 국가적 차원의 경고로 보인다. 저출산 문제는 이미 한국 사회의 가장 뿌리 깊은 위기다. 합계출산율 0.72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이 추세라면 2060년에는 대한민국 인구의 30%가 사라진다. 하지만 문제 해결의 움직임은 더디기만 하다.
지역 소멸은 또 다른 절망의 파도다. 올해 입학생이 단 3명인 세종 연동초등학교의 사례는 상징적이다. 전국적으로는 184곳의 초등학교가 신입생이 없어 입학식을 열지 못했다. 수도권 인구는 2600만 명을 넘어섰고 지방의 학교와 병원, 일자리는 메말라 간다. 수도권 집중 문제는 46년 전 박정희 전 대통령의 '백지계획'에서 시작해 22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신행정수도 구상'까지 이어졌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숙제다.
정치 양극화는 그 끝을 알 수 없는 미로 같다. 최 시장은 정치의 양극화가 한국 사회의 근간을 좀먹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로 다른 의견은 적대의 대상이 되었고 가족 간 대화마저 정치 이야기는 금기가 되어버렸다. 문제는 청년세대의 탈정치화 현상이다. 정치적 토론을 기피하는 분위기는 결국 무관심으로 이어지고 무관심은 변화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최 시장은 세종시의 역할에 대해 강조했다. 세종은 수도권 과밀 문제를 해소하고 국가균형발전을 실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도시다. 그러나 국회와 정부 부처, 대법원 등 핵심 기관의 이전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그는 단호히 말했다. "수도 이전은 단순한 지역 공약이 아니라 국가의 백년대계다"라고.
그는 수도권 국회의원 168명과 법조인들이 법과 헌법을 따지며 20년을 허비하는 사이, 삼각파도의 파고는 더 높아졌다고 했다. 서울의 합계출산율은 0.55로 떨어졌고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몰려들며 지방은 더욱 메말라 간다. 명문대학, 대기업 본사의 지방 이전, 메가 싱크탱크 설립 같은 구체적인 해법도 제시했다.
최민호 시장의 절박한 목소리는 단순한 지역이기주의나 정치적 수사로만 들리지 않는다. 그의 경고는 우리가 외면해온 국가적 위기의 실체를 직면하게 한다. 더 이상 '법'이라는 이름으로 머뭇거릴 때가 아니다. 새로운 국가 비전과 담대한 결단이 필요하다.
삼각파도 속 대한민국. 이 파도를 넘어설 방법을 우리 정치와 사회는 과연 준비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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