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다시 대선 국면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실정으로 예정보다 일찍, 촉박하게 치르는 일정인 만큼 대선 주자들도 숨가쁘게 움직이고 있다. 이번 선거를 통해 새로 들어설 정권은 가장 좋은 본보기도, 반면교사도 바로 직전 정권이다. 특히 새 대통령은 인수위 기간 없이 바로 직무를 시작해야 하는 만큼 선례를 살펴보고 따져보는 것이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한 방법이다. <더팩트>는 윤석열 정부 인수위 기간부터 취임 초기에 이르는 3년 전 이 시기를 주요 이슈별로 되돌아본다. <편집자주>
[더팩트ㅣ이헌일 기자] 3년 전 5월, 윤석열 전 대통령은 취임 6일 만에 국회를 찾아 시정연설을 하며 '초당적 협력'을 강조했다. 이어 5·18 기념식에는 여당이었던 국민의힘 의원 전원이 참석하면서 협력을 위해 손을 내미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러나 이런 초심과는 달리 윤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더불어민주당의 협조를 얻어내지 못하며 극심한 갈등을 이어갔고, 그 해법으로 비상계엄이라는 극단적 수단을 꺼내들면서 결국 헌정사 두 번째로 파면된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윤 전 대통령은 2022년 5월 10일 취임한 뒤 6일 만인 1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약 15분 간 당해년도 2차 추경을 위한 시정연설을 하며 '협조'를 당부했다.
그는 "새 정부의 5년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결정할 매우 중요한 시간"이라며 "우리가 직면한 위기와 도전의 엄중함은 진영이나 정파를 초월한 초당적 협력을 그 어느 때보다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각자 지향하는 정치적 가치는 다르지만 공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꺼이 손을 잡았던 처칠과 애틀리의 파트너십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며 협력의 모델을 제시했다. 윈스턴 처칠과 클레멘트 애틀리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의 총리와 제1야당 대표로 전혀 다른 정치적 지향점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국가적 위기 속에서 처칠은 애틀리를 부총리로 임명했고, 애틀리는 의회를 설득하며 함께 전시 국정을 운영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진정한 자유민주주의는 바로 의회주의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며 "법률안, 예산안뿐 아니라 국정 주요 사안에 관해 의회 지도자 및 의원 여러분과 긴밀히 논의하겠다. 그래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며 의회의 역할을 인정하고, 강조하는 메시지도 보냈다.
연설 막바지에는 "우리는 여야가 치열하게 경쟁하면서도 민생 앞에서는 초당적 협력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 온 자랑스러운 역사가 있다"며 "오늘 이 자리가 우리의 빛나는 의회주의 역사에 자랑스러운 한 페이지로 기록되기를 희망한다"고 다시 한 번 협력을 요청했다.
그는 이날 민주당의 상징색인 하늘색 넥타이를 착용하고 등장했다. 또한 연설에 앞서 박병석 당시 국회의장을 비롯한 여야 지도부와 환담을 갖고 '의회'와 '소통'을 논의했다.
본회의장에 들어서 단상으로 이동할 때도 국민의힘뿐만 아니라 민주당 의원들과도 악수를 나눴고, 연설을 마친 뒤에는 민주당 의석을 찾아가 의원들과 악수를 한 뒤 퇴장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윤 전 대통령 입장 때 함께 일어나 박수를 치며 환영했고, 연설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킨 데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여당과 인사를 마치고 올 때까지 기다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윤 전 대통령은 이틀 뒤 제42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도 "자유민주주의를 피로써 지켜낸 오월 정신은 바로 국민 통합의 주춧돌"이라며 국민 통합을 강조했다. 특히 국민의힘도 보수 정당 역사상 처음으로 109명 의원 전원이 기념식에 참석하며 이런 대통령의 뜻에 힘을 실었다. 또한 윤 전 대통령은 보수 정당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이런 정권 초기 윤 전 대통령과 여야의 협력 제스처는 말그대로 제스처로만 끝났다. 이후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민주당과의 관계는 갈등을 넘어 극한 대립으로 치달았고, 이른바 '거부권 정국' 속에 국정운영 동력은 점점 떨어졌다.
결국 취임 초 "진정한 자유민주주의는 바로 의회주의"라고 외쳤던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일 밤 민주당을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이라 지칭하며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국회 운동장에는 특전사부대를 태운 헬기가 내려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