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태환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원화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가상자산인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해 한국은행이 직접 감독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화폐 기능을 하기 때문에 통화정책 범위 내에서 유통돼야 하고, 지급결제시스템의 신뢰도를 유지하기 위해 다른 기관보다 한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29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결과를 설명하는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원화 표시 스테이블코인은 사실상 화폐이며, 한은의 본업이다"면서 "다른기관이 (규제 등 정책을) 정하게 남겨두기엔 리스크가 크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스테이블코인은 화폐 대체 기능을 가지는데, 만일 감독 부실로 발행 회사가 부도나거나 사고가 터지면 화폐 지급결제시스템 신뢰도가 한꺼번에 떨어진다"면서 "또 해외자산과의 스왑이 편해 자본규제에 대한 회피수단으로 이용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의 혁신 가능성을 보면 적극적으로 장려해야 하며,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한은이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금융안정 측면을 고려해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필요하지만, 한은이 통화정책을 수행하면서 감독 가능한 은행권에서 시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디지털화폐 테스트(프로젝트 한강)를 통해 은행 지급결제시스템 중심의 발행을 허용하고 작동하는 상황과 효율 등을 보고 차차 필요하면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라며 "(한은이) 허가권을 노린다 혹은 인가 감독권한과 관련해 기관 간에 서로 차지하려하는 의도라는 등의 좁은 의미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의 이같은 발언은 대선을 앞두고 가상자산 관련 입법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것과 관련해 한은이 주도권을 잡기 위해 스테이블코인 감독권한을 가져가려 한다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고 해석된다.

한은은 최근 은행권을 중심으로 프로젝트 한강를 통해 원화 스테이블코인인 '예금 토큰' 발행을 추진 중이다. 해당 프로젝트가 시행되면 이용자는 본인의 거래 은행 예금과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인 '예금 토큰'을 지정된 사용처에서 물품·서비스를 구매하는 데 이용할 수 있게 된다. 한국은행이 발행한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참가은행들만 보유하며, 은행 간 예금 토큰 거래의 실시간 결제자산 등으로 기능한다.

이를 위해 지난 26일 한은은 이창용 총재 주재로 6개 은행(국민, 신한, 우리, 하나, 기업, 농협)의 은행장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관련 논의를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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